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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수 변호사.
신인수 변호사. ⓒ 윤근혁

박근혜 정부가 통보한 '설립 취소'가 한꺼번에 뒤집혔다.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이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 이런 결정을 일궈낸 사람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47명에 이르는 전교조 법률지원단이다.

법률지원단에서 핵심 업무를 맡아온 신인수(41·민주노총 법률원장) 변호사는 20일 "효력정지라는 결정이 내려진 만큼 본 재판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행동은 법과 상식에 안 맞아, 왜냐면..."

신 변호사는 재판부의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노동조합이 실제로 자주성을 갖췄다면 소수의 사용자 이익대표자가 참여하더라도 법외노조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면서 "전체 조합원 중 0.015%에 불과한 해직자 9명을 문제 삼아 나머지 99.985%의 단결권을 박탈하겠다는 노동부 발상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서울행정법원에 '즉시항고' 했다.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불복한 것이다. 신 변호사는 "즉시항고에 대해서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전교조가 아닌 정부"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판사로 활동하다 노동인권 법률가로 방향을 튼 신 변호사는 오는 22일 전국언론노조에서 주는 제23회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는다. '지난해 MBC 파업 등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 서 언론의 공공성에 기여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신 변호사와 인터뷰는 전교조가 설립 취소 효력정지 판결을 받은 직후인 지난 14일 오전에 이어 20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정부가 집행정지 불복... 드문 일"

- 전교조 설립 취소 효력정지에 대해 노동부가 항고했습니다.
"항고는 노동부의 법적 권리입니다. 다만 이미 1심에서 쌍방이 충분한 변론과 증거를 제출했고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심에서도 법과 상식에 맞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효력정지' 재판에서 진 정부가 이른바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하는 건 처음 보는데요.
"집행정지 사건에서 항고가 항상 있는 건 아닙니다. 더구나 1심 본안의 변론기일이 12월 17일로 지정된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효력정지 결정으로 겨우 추슬렀던 교육현장의 혼란이 다시 재발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다만 정부의 즉시항고만으로 1심 결정이 영향을 받지는 않고, 항고심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진지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총평해주세요.
"당시 결정은 1심 판결 선고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입니다. 법외노조 통보를 그대로 유지하면 교육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끼쳐 공공복리에 저해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아울러 노동부가 내세운 노조법 시행령 규정이 법률로부터 위임을 받지 않아 무효라는 우리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재판부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결정했다고 봅니다."

 신인수 변호사.
신인수 변호사. ⓒ 윤근혁
- 노조법 시행령에는 분명히 '노조 아님' 통보 규정도 들어있는데….
"다 아시듯 87년에 이미 여야 합의로 구 노조법에 있었던 정부의 노조해산명령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현재 노조법 시행령에 있는 법외노조 통보규정은 법률의 위임 없이 임의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위법합니다.

87년 국회 논의를 봐도 '노조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행정청이 임의로 노동조합 해산을 명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률'로 행정청이 노조를 해산해도 노동악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삭제되었는데, 법률도 없이 '시행령'으로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법치주의에 반합니다."

- 법원이 전교조 손을 들어준 요인에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번 사안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은 저희 법률지원단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정치적 고려와 상관없이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재판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희도 이번 사건의 부당성을 지적하되, 변론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효력정지가 인용되면 본 재판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효력정지 결정이 본 재판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본안 재판에 준하는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고 관련 증거들을 모두 제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졌으므로 본 재판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합의로 국민 기본권 다루면 안 된다"

- 결정문을 보니 '노조 자주성 침해 여부'를 재판부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수의 사용자 이익대표자가 노동조합에 참여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실제로 자주성을 갖추었다면 법외노조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교조에 해직자 9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6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자주적으로 조합을 운영한다면 법외노조로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0.015%를 문제 삼아 나머지 99.985%의 단결권을 박탈하겠다는 노동부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 법률대리인이 47명이나 됩니다.
"김선수 변호사님 등을 필두로 이번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에 공감하는 변호사들이 법률 지원을 자청하셔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19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 합의를 전제로 "교원노조법을 고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외람되지만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만 해직 노동자가 단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가 보호할 대상이지 여론조사나 정치적 합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 다시 말해 51% 찬성의 기본권만 보호하겠다는 주장은 소수자 보호라는 헌법의 원칙에도 반합니다. 물론 현재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서는 학계, 시민사회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비판 여론이 월등히 높습니다. 다만 이것을 차치하고라도 1%의 소수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설 때 비로소 진정한 법치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전교조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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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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