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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는 1분 평균 풍속을 기준으로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67m를 넘을 때를 ‘슈퍼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는 1분 평균 풍속을 기준으로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67m를 넘을 때를 ‘슈퍼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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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서는 4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필리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슈퍼 태풍은 어떻게 발생하며 이번 하이옌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8일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에 상륙한 하이옌의 반경은 600㎞ 정도로 한반도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규모였으며 순간 최대 풍속은 시속 379㎞에 달했다. 이는 1초에 105m를 날아가는 속도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가 가장 발달했을 때가 초속 74m였고,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초속 78m였다. 그동안 태풍이 위협적인 존재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하이옌으로 슈퍼태풍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KMA)이나 세계기상기구(WMO)는 일반적인 태풍과 슈퍼 태풍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는 1분 평균 풍속을 기준으로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67m를 넘을 때를 '슈퍼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5년 9월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하며 최고 시속 280㎞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했던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대표적이다.

슈퍼 태풍 1년에 4개쯤 발생,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증가

지난 2003년 한반도 덮친 태풍 ‘매미’가 남기고 간 흔적.
 지난 2003년 한반도 덮친 태풍 ‘매미’가 남기고 간 흔적.
ⓒ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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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란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아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채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이다.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발생한다.

태풍은 대개 남·북위 5°이상인 지역에서 해수 온도가 26℃ 이상이고 대기 중에 소용돌이가 존재할 경우 생긴다. 이후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열과 수증기 공급이 줄어들거나 육지로 상륙하게 되면 마찰력이 증가하면서 강도가 약화되고 소멸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열대 저기압' 중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태풍으로 정의 내린다. 그렇다면 슈퍼 태풍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김지영 국가태풍센터 연구관은 "슈퍼 태풍은 주로 필리핀 동쪽 북위 10~2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상한다"면서 "태풍이 강하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해양으로부터 많은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해수온도가 높고, 해양 열용량이 크다는 조건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김 연구관은 "여기에 대기 상하층 간의 바람차이가 작아 태풍이 연직으로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대기 상하층 간의 바람차이가 작을수록 태풍이 연직으로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대기 상하층 간의 바람차이가 작을수록 태풍이 연직으로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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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는 단기간에 태풍이 연달아 발생해 일본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태풍의 발생 빈도가 점차 늘고, 태풍의 강도 또한 더 세지며 규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김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북서태평양지역에서는 1년에 약 26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이중 평균 4개 정도가 슈퍼 태풍급으로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슈퍼 태풍이 갈수록 많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구에 점점 온난화가 진행되면 태풍의 에너지원이 되는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 양도 더 많아지게 되면서 태풍의 강도는 더 세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하이옌과 같은 슈퍼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태풍이 가장 강하게 발달했을 때의 위치보다는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태풍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세력을 유지하느냐, 이동하면서 얼마나 약화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발달하고 이동하는 태풍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태풍 진로예보는 상당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태풍 진로 예측은 기상예보 중에서도 무척 어려운 부분이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태풍강도 예보 기술 개선을 위한 새로운 예측모델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 벼 재배 지역 3분의 1 완전히 파괴

한편, 지난 11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필리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최소 3637명이 사망, 1186명이 실종됐으며, 1만 250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공식 집계된 가운데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도 낳았다. 필리핀 현지 매체들은 국가 재해위기 관리위원회 자료를 인용, 농업과 인프라 부문 등에서 총 2500여 억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부문별로는 농업 부문이 221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 내 벼 재배 지역의 약 3분의 1이 완전히 파괴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성명을 내고 하이옌이 필리핀을 덮친 시기가 주요 곡물 수확 작업이 한창이던 때라며 파종 시기가 끝나기 전에 농부들이 하루빨리 새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태풍, #슈퍼태풍, #하이옌,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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