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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제 아들에게 소포로 보낸 선물입니다.
 벗이 제 아들에게 소포로 보낸 선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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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네 집 아파트 몇 동 몇 호야?"
"왜, 무슨 일 있으신가?"
"아니, 그냥 아무 소리 말고 불러 주시게."

이틀 전, 친구에게 부담 없이 주소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만큼 스스럼없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과한 건 싫어하는 성격임을 알기 때문에. 그 후, 까마득히 이런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어제,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어, 뭐지?'하며, 겉봉투를 살폈습니다. 보내는 사람은 벗, 받는 사람은 제 아들이었습니다. 친구 아들에게 선물 보내는 벗이 있을 줄이야! 감동이었습니다. 또 재미있고,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소포를 발견한 아내가 감격스럽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 아빠 친구가 우리 아들에게 선물을 보냈네. 너무 멋있다."

소포는 '사춘기 앓이' 중인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아들이 조용히 웃음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분히 소포를 뜯었습니다.

"책이닷!"

아들은 난감한 표정과 고마운 표정을 동시에 지었습니다. 벗이 보낸 책 선물은 김난도 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 아이에게> 였습니다.

진짜 인생에 들어온 것을 연민으로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선물을 받은 아들 소감입니다. 벗은 어찌 이렇게 맞춤인 큰 선물을 했을까. 그렇잖아도 아들에게 읽기를 권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벗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지요. 그리고 책 표지를 살폈습니다.

"연연하는 것을 놓아버리면, 삶은 가슴 벅찬 도전이 된다!"
"이제 겨우 어른이 되려는 흔들리는 그대여, 진짜 인생에 들어온 것을 연민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건투를 빈다."

사춘기 앓이 중인 아들에게 딱 맞는 문구들이었습니다. 아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가슴에 들어오는 문구였습니다. 책 안쪽에는 "사랑합니다!"란 글귀와 벗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한 게 있습니다. 누구 말인지 떠오르지 않으나, 내용이 가물가물 합니다. 어찌 됐건, 어디선가 봤던 글귀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를 실감했습니다. 벗은 지난주 여수 갯가길을 걸으면서 사춘기 홍역을 앓는 아들에 대해 넌지시 건넸던 걸 잊지 않았나 봅니다. 한 아이를 사회가 함께 키우는 현장의 예는 또 있었습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문구, 맞춤이었습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문구, 맞춤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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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소리 안해따, 손만 꼬~옥 잡고"

"내일, 자네 아들에게 맛있는 거 사주고 잡은디…. 시간 내라 해라. 뭘 먹고 잡은 지 생각해 두라 카고. 큰 아빠가 겁나게 쏠 참이니께…."

사춘기 한 가운데를 지나는 아들 사정을 아는 지인이 2주 전에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분이 기꺼이 아들에게 시간을 배려한 것입니다. 아들은 "아빠는 안 가?" 물었습니다. 둘이 가는 게 좋을 걸 겉아 저는 빠졌지요. 아들도 지인을 잘 아는지라 군말 없었습니다. 2시간 후, 저희 부부와 지인이 만났습니다. 아들과의 자초지종을 말씀하시더군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암 소리 안해따. 그냥 손만 꼬~옥 잡고, 웃으며 묵기만 했따. 처음에는 경계하는 듯하다가, 차츰 경계를 풀더라. 거기에 대고 뭐라 하긋나. 둘이서 소고기 3인분 머겄따. 니 아들, 맛있게 잘 묵때. 더 무글래? 했더니, 배부르다더라. 글고, 집으로 왔따."

고맙고 감사한 마음 무엇으로 표현 하리오! 그날, 이후 아들이 부쩍 큰 느낌이었습니다. 아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뿐 아니라, 주위와 사회에도 많다는 걸 알았나 봅니다. 아직까진 살만한 세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책 선물, #살만한 세상, #사춘기 아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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