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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사건의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RO(혁명조직, Revolution Organization) 모임의 주최자라는 주장과 관련해 "추측"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그동안 RO의 총책이 이 의원이라고 지목해 왔으며. 문제가 됐던 지난 5월 10일 경기도 곤지암 모임과 12일 합정동 모임의 주최자 역시 이 의원이라고 주장해 왔다.

22일 오후 내란음모사건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을 통해 "곤지암 행사에서 주최자가 누구라고 보나?"라는 질문을 이씨에게 던졌다. 이에 이씨는 "'바람처럼 흩어지시라'라는 말을 듣고 이석기 의원이 대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증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행사(곤지암 모임)의 주최가 이석기 의원이라는 얘기를 들어봤나?"라고 다시 물었고, 이씨는 "아니다, 추측이다"라고 대답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낮부터 시작된 반대신문에서 제보자 이씨가 RO의 지시로 선거에 출마했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반박했다. RO의 실체가 없고 이씨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결론이라는 것이다(관련기사 : 제보자 이씨, 사건공개 이틀 전 '국정원 해체' 인증샷). 저녁시간 이후 계속된 재판에서는 RO의 회합으로 지목된 곤지암 모임과 합정동 모임의 성격이 '내란음모'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 애썼다.

이씨는 5월 10일 곤지암 모임과 관련해 "9일에 약속장소가 어디이고, 어떻게 오는지를 들으면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이구나 생각했다, 처음으로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을 모시고 정세(강연)을 듣고 (의견을) 일치시키자는 말을 들었나?"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씨는 이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그는 "모임에 참석해 보니 참석자들이 현 정세와 미국의 공격가능성,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또 "참석자들 사이에 인식 통일이 안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역시 이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씨에 따르면 국정원 수사관이 이날 곤지암 모임 현장에 왔으며 이씨에게 손목시계를 위장한 카메라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증언 엇갈리고, 번복돼... "불분명하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증언에서  RO의 가입한 날짜와 장소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등 이전 검찰의 신문과 비교해 진술이 계속 엇갈렸다.

이씨는 국가정보원 조사 당시 RO 예비단계인 학습모임(학모)과 이념써클(이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처음 알려줬다는 채아무개씨를 RO지휘성원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는 "불분명하다"고 말을 바꿨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변호인단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 지휘성원이라고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이씨가 주장하는 RO 가입 시기와 가입식 장소를 묻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날짜와 요일을 기억해내지 못 했고, 애초 강원도 원주 치악산 인근 민박집이라고 지목했던 가입식 장소도 불분명하게 설명했다. RO구성과 가입절차 등을 주장한 이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지점이다.

변호인단은 국정원 진술조서에 '이씨가 (수사관과 함께 찍어온) 민박집 사진을 한참 동안 살펴보며 기억을 되살리는듯 생각하다가 "(이곳이) 맞습니다"고 했다'고 돼 있는 지점을 지적하며 해당 민박집의 내부를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이씨는 이 사진을 보고 "미닫이 문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닫이인 것으로 봐서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당시 가입식 하는 줄도 모르고 원주 민박집으로 갔다"고 증언한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애초 국정원 조사에서 '학습모임, 이념서클을 거쳐 다른 조직원 2명 추천받은 자를 상부에 보고하고 승인이 나면 자기소개서와 결의서를 제출, 상부 최종 승인되면 지도성원이 그 사람과 수련회 가서 의식절차 거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이씨는 수사과정에서 'RO는 3∼5명으로 이뤄진 세포모임이 점조직으로 돼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날 신문에선 "세포모임의 상위 조직으로 추측했던 게 RO인가"라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런 것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RO 조직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던 내용이 번복된 것이다.

25일에도 변호인단 제보자 반대신문 계속

이씨가 재판 전에 국정원 수사관과 작성한 진술서도 도마에 올랐다. 변호인단은 이씨가 지난 7월 12일경 수원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국정원 수사관 문아무개씨와 작성한 진술조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음을 지적했다.

이씨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오후 10시경 마무리됐다. 이때 작성된 조서는 97페이지로 조서 열람 시간을 빼면 최대 3시간 만에 작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 시간에 두 모임의 녹음을 다 들을 수 있냐", "그 시간에 진술 조서를 작성할 수 있냐"고 추궁했다.

이씨는 "수사관들이 미리 녹취록의 내용을 타이핑해 진술 조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며 "다음날 새벽에 가게를 가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편의를 봐줬다"고 말했다. 또 "녹음 파일을 들을 때도 시작 부분을 들은 뒤 빠른 재생을 눌러 발언이 이어지는 걸 듣고 파이르 끝부분을 들었다"며 "조서 열람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게 아니고 오탈자를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25일로 예정된 국정원 수사관 문씨와 제보자 이씨의 대질신문은 취소됐다. 또 변호인단은 검찰의 이씨 주신문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반대 신문을 위한 추가 기일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25일은 오전 10시부터 변호인단의 반대 신문이 이어지고 이후 검찰의 재·주신문, 재판부의 보충 신문이 이어진다. 26일 오후 2시부터는 2시간 동안 이씨에 대한 검찰-변호인 양측의 신문이 이어지고, 오후 4시에 수사관 문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태그:#국정원, #통합진보당, #RO, #내란음모,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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