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철도서비스 등 정부의 공공조달시장 개방 확대를 담은 세계무역협정(WTO)의 정부조달협정(GPA·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기습처리'된 데 이어,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마저 '생략'될 수 있다는 우려가 24일 제기됐다.

이 개정안이 처리되면, 앞으로 세계무역협정 가입국가는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정부조달사업에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철도민영화를 통해 철도산업의 지분을 시장에 공개·입찰한다면 외국 자본이 우리 철도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국가기간산업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면서 발생할 부작용을 놓고 자연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국회 동의·보고 없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기습처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이던 11월 4일 프랑스 기업인들과 한 간담회에서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도시철도 분야의 진입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한 직후다. 

당장 "국회의 동의와 보고절차를 거쳐야 할 사안까지 슬그머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 하고 있다"(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판이 쏟아졌다. 통상조약법에 규정된 영향평가와 경제성평가를 보고조차 않았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 차원에서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개방된 철도기관 범위에 도시철도 7개 기관이 추가될 뿐, 국내 법률을 변경·수정 또는 제·개정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는 불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동의 필요 없다는 정부, 헌법 취지 맞지 않는 아전인수식 해석" 

 박원석 정의당 의원(자료사진)
박원석 정의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이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날 공공운수노조연맹·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와 공동으로 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주장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 명백한 행정편의적인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그 근거로 "(국회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된 헌법 60조 1항과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에 비준동의안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된 통상절차법 13조 3항을 들었다.

박 의원은 "이미 헌법, 국제법학계는 헌법 60조 1항과 통상저차법 13조에 따라 국회가 통상조약의 비준동의권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며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어떠한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채 부처 협의만으로 끝낸 것은 졸속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에는 철도시설공단과 서울메트로 등 광역자치단체의 선로산업기관들이 모두 포함해 철도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프랑스와 독일 등 세계 최고의 철도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의 기술과 자본이 국내 철도산업에 쉽게 진입하게 돼 결과적으로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85개 사업 51조 원의 도시철도건설과 운영에 외국 자본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정부의 비준안 의결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현재까지 비준동의안 제출 요구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히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 제출 관련 안건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정부가 내달 3일부터 열리는 WTO 제9차 각료회의 전에 비준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국회가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은 다음주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즉각 헌법과 통상절차법에 따라 정부에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의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회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가 되겠다고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민영화#박근혜#박원석#통상절차법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