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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반(反)정부 대남투쟁 지령을 내린 후 대선불복이 활성화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성직자가 현실정치를 거론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은 나라가 대단히 불행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내닫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아프게 깨닫기 바란다."(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아래 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원인을 분쟁지역(NLL)에서 시행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 일부를 문제 삼아 대대적인 색깔공세를 펼쳤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사제단마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대통령 사퇴'까지 요구하게 된 상황을 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2일 시국미사 후 처음으로 열린 양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가장 큰 주제였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 모두 앞장서 사제단을 맹비난했다. 사제단을 북한과 연결시키는 뉘앙스의 발언도 속출했다.

"자유·민주주의 뒤에 숨어 북한 주장 되풀이 해... 월남 패망 이유 돌아봐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채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을 거듭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 황우여-최경환, 박창신 신부 발언 맹비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채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을 거듭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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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종교에는 국경이 없으나 종교인에게는 엄연히 조국이 있다, 박 신부의 강론은 대한민국의 국토수호라는 국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은 지난 19·20일 연이어 반정부 대남투쟁지령을 내린 바 있다, 그 후 대선불복이 활성화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내정간섭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 활동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란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그는 "민주당·정의당·안철수 의원은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과 신야권연대를 교섭한 만큼 이들 활동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해 대한민국 국론을 통일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 역시 동일선상에 놓았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북한의 대남협박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연평도 포격 3주기를 맞아 '이번에는 청와대까지 불바도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비상식적인 폭언을 했다"면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증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앞장서야 할 분이 종북단체와 같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 분열에 앞장서는 데 대해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의 도발행위를 옹호할 뿐 아니라 정당한 절차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부정하는 게 일부 사제단이 말하는 참된 정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당장 취소하고 국민에 사죄해야 한다, 진정 할 일은 종북이 아니라 북한 지역 선교와 북한 땅에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들의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홍문종 사무총장은 "(패망한) 월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사제단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짓기도 했다. 그는 "1975년 북월군이 남월을 공격했을 때 천주교 짠후탄 신부는 북월 공산군을 반독재 민중봉기라고 하며 남침저지를 호소하는 티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티우 대통령은 겨우 두 달 버티나 사임했으며 이후 월남은 패망했다"며 "(적은) 바로 내부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 뒤에 숨어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 (이 사례와) 무엇이 다른지, 국민들이 우려하는 점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에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신 때도 종교인 나서면 '빨갱이'라더니... 말꼬리로 본질 흐리지 마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대화나누는 김한길-전병헌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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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이번 연평도 포격 발언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본질'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집중하라고 역공을 펼쳤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직자가 현실정치를 거론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은 나라가 대단히 불행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내닫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불법 개입한 사건은 국기 문란 사건임을 이제라도 대통령과 여당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NLL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묻기에 다시 말한다"며 "한결 같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NLL을 한 치의 빈틈없이 사수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수할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용납될 수 없는 도발이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사제단 정국 미사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견강부회식 덮어 씌우기, 민주당과의 연계론 제기는 야비한 정략이고 여론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안의 본질은 지난 대선 당시 국가기관의 불법과 진실 은폐다, 대통령과 여당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종교인의 정치관여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까지 나서야 할만큼 사태를 키우고 악화시키고 불법을 방치한 게 심각한 문제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와 여당은 (종교인이)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26년 만에 정국에 엄중한 목소리 내는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통렬하게 자성부터 하라"며 "당이 제안한 특검과 특위, (책임자) 해임 등 3대 요구 수용만이 불행한 사태 확산과 정국의 파국을 막는 유일한 방도"라고 주장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신부와 목사인데 집권층은 (이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기기묘묘한 세계 최초 상황을 만들었다"며 "민주와 정의가 유린되는 마당에 사제를 비롯한 종교인이 침묵하는 게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980년대에도, 유신시대에도 종교계가 나서면 '정치개입'이라고 비난하고 탄압하고 '용공 빨갱이'라고 불렀다, 시절이 바뀌어 이제 (종교인을) 좌익이라 부르고 지금은 종북이라고 부른다"면서 "천주교에 이어 개신교와 불교도 거리에 나오려고 한다, 대의를 왜곡 말고 말꼬리로 본질 흐리지 말고 북한이 증오하는 신부를 종북으로 모는 어처구니 없는 짓 말라"고 강조했다.


태그:#시국미사, #박근혜, #종북,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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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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