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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울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보수 성향의 김복만 후보는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 '교원의 업무 경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까지 초등학교 1~2학년, 2013년까지 1~4학년, 2014년까지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교원들이 잡무에 시달리고 있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며 획기적인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약속했다.

당시 울산교육감 선거에는 보수성향으로 현직인 김상만 교육감과 김복만 울산대 교수가, 진보 후보로는 전교조 울산지부장 출신인 장인권 후보가 출마했다. 개표 결과 김복만 후보가 37.4%로 김상만 현 교육감의 36.4%에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뒀다. 장인권 후보는 26.2%였다.

당시 선거 결과를 두고 김복만 교육감이 보수 성향임에도 진보적 공약을 적절히 가미해 학부모와 교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 승리의 한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수정서가 강한 지역 특성상, 전교조 후보의 공약은 마음에 들지만 무조건 비토하는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평도 나왔다.

김복만 후보가 교육감이 된 후 임기를 불과 7개월 남겨 놓은 현재, 그가 내놓은 진보적 공약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두고 '김복만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뭔가'를 묻는 근원적인 질의가 나왔다.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4시, 울산시교육청 감사에서 전교조 출신인 이선철 교육의원은 "무상급식과 교원의 업무 경감은 교육감의 의지가 그 실천 여부를 가름하는데, 과연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무상급식과 교원 업무 경감 공약으로 민심을 잡았건만..."철학 무언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 중 하나는 부자도시로 불리는 울산의 무상급식 비율이 전국 꼴찌라는 것.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혜자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17개 시·도별 무상급식 현황에 따르면, 무상급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88.7%, 가장 낮은 지역은 37.4%인 울산이었다.(관련기사: <태화강 자전거도로엔 1천억 원, 무상급식은 전국 최저>)

특히 울산은 400명 미만의 초등학교와 농어촌 지역이자 원전 지원금이 풍부한 울주군의 초등학교 및 면지역 중학교와, 소위 진보구청장이 있는 동구·북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초등학교 6학년 일부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어 실질적인 무상급식 비율은 더 떨어지고 학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무상급식 비율은 현저히 낮다.

교원의 업무 경감도 역행이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부와 교육청이 내놓은 업무경감 대책이 또 다른 업무를 생산하고 있다"며 "일례로 학교폭력근절 대책이 내놓은 급조된 중학교 2학년 복수담임제와 중학교 스포츠클럽운영 의무실시가 학교 현장을 혼란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으로 학교에 시행공문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고, 학교는 각종보고사항을 처리한다고 업무폭탄속에 신음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과 교재연구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업활동과 잡무처리의 본말이 전도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교원들의 업무 가중을 성토했었다.

26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선철 교육의원은 "김복만 교육감의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와 교원업무 경감은 교육감 철학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교실 현장 교원들은 더 힘들어지고 무상급식 비율은 전국에서 꼴찌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복만 교육감은 "당선되고 공약을 세밀히 점검한 결과 보편적 복지는 지방정부의 도움 없이는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무상급식을 차상위계층 250%까지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교원 업무 경감은 새로운 업무가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와 어려움이 많다"며 "보조원을 늘리는 등 연말까지 계획에 미치도록 접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선철 의원은 "차상위계층 무상급식 확대는 무상급식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문제는 교육감의 교육철학이며 의지로, 이처럼 의지가 없어 안 되는 공약도 있는데 교원연수원 이전이나 홍명고 문제 같이 상대자가 있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010년 4월 5일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교육청 기자실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단계적 무상급식과 교원업무경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0년 4월 5일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교육청 기자실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단계적 무상급식과 교원업무경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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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전교조 울산지부는 내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울산시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늘일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2014년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안 분석 내용 중 울산교육청은 2014년에도 여전히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상급식을 하지 않던 부산·대전은 내년부터 전 학년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해 울산과 대조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울산의 재정 자립도는 서울·경기에 이어 3위 인데 비해 '현실과 예산 규모에 맞춰 무상급식 공약을 재점검 하겠다'는 교육감의 입장은 재수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또한 "울산 교육청은 인천·경북과 더불어 여전히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함으로써 2014년 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전국 최하위로 조사됐다"며 "2013년 울산의 무상급식 지원비는 동구청과 북구청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하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교육청은 헌법에 근거해 의무교육 대상자들에 대해 차별 없이 무상급식이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며 "김복만 교육감은 공약이행을 위해 예산 확보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태그:#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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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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