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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관련 특검 등 정국현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황우여-김한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관련 특검 등 정국현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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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정국을 풀 해법이 안 보인다. 새누리당은 26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여야 4인 협의체'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4인 협의체'는 앞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정국정상화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협의체를 통해 ▲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및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설치 ▲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방향 ▲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황 대표는 회동 당시 "3~4일 내 답변을 전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 최고위 내용만 보자면, '여야 4인 협의체'는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협의체와 관련) 전반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특별한 결론은 없었다"고 회의상황을 전했다. "의원총회 등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밟게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 차원에서 '여야 4인 협의체' 제안이 수용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최고위원들은 핵심 내용인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대다수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미 국회의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요구는 수용하되,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특히 '원내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특검은 오히려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특검을 언젠가 할 수도 있다는 뜻을 풍기면 민주당이 자꾸 더 치고 나올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 협의체의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도 '상임위 무력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먼저 나와, "특검은 모두 다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반대 의사를 펴면서, '협상'에 나섰던 황 대표만 무색해졌다. 황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 문제는) 논의만 해본 것"이라며 "예산안은 (정치 현안과)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 얘기를 들었다, 할 얘기가 없다"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회의 시작 전에도 특검 수용 여부와 관련 "회의를 좀 해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변한 게 없었던 셈이다.

'특검 불가'에 치인 협상론... 여야 원로·중진 모임으로 살아난다?

이병석 박병석 여야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중진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경색된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여야 중진 회동... 경색 정국 해법 논의 이병석 박병석 여야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중진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경색된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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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내 '온건파'인 황우여 대표의 제안이 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강경파'에 일축되면서 새누리당 내 중진의원들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 대표도 27일 예정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다시 한 번 협의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여야 중진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색된 현 정국 정상화 해법을 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인 이병석, 박병석 의원과 새누리당 남경필·민주당 우윤근 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 10명은 이날 조찬 회동을 하고 특검 및 여야 4인 협의체 구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회동은 지난 21일 본회의 직후 남경필 의원의 제안을 우윤근 의원이 받으면서 성사됐다.

이들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정치력 복원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여야가 자주 만나 소통할 것을 서로 제안했다. 특히 정국정상화를 위한 협의에 나서는 양당 대표 등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남경필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대 당에 대한 이해가 정말 부족했다는 걸 느꼈다"면서 "협상이라는 게 상대방 의견을 듣는건데 전혀 이해 못했으니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소통과 이해'를 강조했다. 또 "오늘 나온 상대당의 입장을 당 지도부에 설명할 것"이라며 여야 소통 창구 역할 의지도 밝혔다. 우윤근 의원 역시 "여야가 자주 만나 정치를 복원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여야 협상단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돌아온 친박 원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기대도 있다. 서 의원은 지난 22일 야당 전·현직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서 의원의 제안으로 모인 자리였다. 민주당에서는 정대철·정세균·이부영 상임고문, 문희상·박지원·유인태·원혜영·강창일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등 현안에 대한 폭 넓은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

서 의원 본인이 보궐선거 당시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자신한 만큼 야당 의원들은 서 의원에게 "예전엔 야당이 여당을 공격했는데 요즘엔 여당이 야당을 너무 심하게 공격한다"면서 '중재'를 요청했다.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재판 중에 특검을 한 전례가 없다"면서도 "대화를 하면 길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향후 자주 만나 도출된 좋은 대화 내용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면서 여야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엇보다 여야 원로 회동은 내달 중 또 열릴 예정이다.

당 원로·중진뿐만 아니라 정국 현안에 대한 '다른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2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정권 퇴진이나 그런 의견 개진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당 지도부 대다수가 사제단 전주교구 '대통령 퇴진' 시국미사 중 '연평도 포격' 발언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시국미사를 따로 분리해 접근한 셈이다.

그는 "마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종북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 외의 정치적인 발언은 특별히 문제삼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 같은 목소리들이 당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은 강경 대치만 거듭하는 현 정국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장 인준안 '직권상정' 28일 결론날 듯... 준예산 사태 자초할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파견 경찰의 강기정 의원 폭행사건과 관련, 청와대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박종준 경호차장.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파견 경찰의 강기정 의원 폭행사건과 관련, 청와대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박종준 경호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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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는 시간도 여야의 소통, 혹은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대표적 사례다. 감사원장은 양건 감사원장 중도사퇴 이후 석달째 공석 중이다. 그러나 이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과 연계돼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미성년자를 고용해 행정처분을 당한 유흥업소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로 40만 원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등 야권의 거센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명 강행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26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형표·김진태 후보자 임명 관련) 임면권자께서 시기를 검토하고 계신다, 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뜻을 돌리지 않는 이상, 여당 입장에서 야당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김 실장도 "국회에 청문보고서 등이 계류 중인데 국회 진행상황을 봐 가며 임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연계된 문형표·김형태 후보자 관련 여야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새누리당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양특(특검·특위)'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각종 현안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공공연히 '직권상정'을 거론하며 압박전술을 펼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아 직권상정을 거듭 요청했다. 또 의원총회에서 "오는 28일과 12월 2일 본회의가 잡혀 있다,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둬 일정을 잡아달라"며 사실상 '대기령'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경우, 28일 본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장 역시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 "12월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8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으로 임명동의안이 처리된다면 향후 예정된 2014년 예산심사 '파행'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예산안 심의 시작일이 예년에 비해 2개월이나 늦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내달 2일까지 심사가 마무리되기 힘들어 '준예산' 편성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에 치달으면 예산심사가 파행될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예산안 회부 첫날인 이날(26일) 문형표 후보자 사퇴 문제를 놓고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예산심사를 보이콧했다.
 
결국, 모든 상황이 여야의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황우여 대표가 '여야 4인 협의체' 제안에 답하겠다고 한 마감시한은 28일이다. 새누리당은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28일 최고위원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태그:#특검, #국가정보원, #최경환,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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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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