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간. 국회 사무처 등이 국회의원들로부터 1년에 한 번 국정감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44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에, 한 해에만 5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법 보조기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국회의원들에게는 '한 식구'라는 인식이 강해 적극적인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감사의 사각지대'에서 주먹구구식 '고무줄 예산집행'의 만성적 병폐 등으로 '눈먼 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시민이 국회를 국정감사한다!"는 주제로 8~9회에 걸쳐 기획보도 연재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
스크린에 국회 홈페이지가 띄워졌다. 곧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국회 청소용역 노동자)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노동3권 부정' 파문을 낳았던 바로 그 발언이다.
마이크를 잡은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국민들은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뭘 하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국회 홈페이지를 활용해서 국회의원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파악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태흠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 심사안, 배재정 의원 징계안 등을 언급하면서 "김 의원이 어느 쪽에 관심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태흠 의원 지역구인) 충남 보령·서천 지역주민들은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 대소사를 챙기며 지역구를 관리했던 우리지역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가서 이렇게 활동하고 있고, 다음 선거 때는 어떻게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투명한 국회 만들기' 좌담회에서는 시민의 국회 감시를 주제로 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방만한 국회 예산과 호화 국회 시설 등 감시받지 않는 국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고, 국회가 국민 알권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민사회의 역할로는 "법안 발의 건수 조사 등 양적 감시보다는 질적인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의원이 우산 안 쓰도록 의원회관 지붕 공사... 경악했다"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구태 정치와 함께, 제2의원회관 등 호화로운 국회시설, 방만하게 사용되는 국회 사무처 예산 등 감시받지 않는 국회의 '생얼' 탓이 크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교수는 "예전 의원회관에 가보고 경악한 일이 있었다"면서 "의원실 소속 운전기사는 의원들이 출입하는 현관문 앞까지 승용차를 댄다, 이곳에 애초 지붕이 없었는데 언젠가 지붕공사를 했다, 의원들이 몇 걸음 걸으면서 우산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붕 공사비가 호화롭다는 제2의원회관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겠지만, 권위주의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방만한 국회 예산을 비판했다. 그는 "국회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128억26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의 세금으로 국회의원의 노후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비난받는 대표적인 사업"이라며 "헌정회육성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지원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접견용인 국회 사랑재 한옥, 연구 없는 연구단체, 보고서 없는 비상설특별위원회, 외유성 의원외교 활동 등 국회 예산에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원은 자신들의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고, 법상 편성권에 일정하게 관여할 수 있는 재정부도 애써 갈등을 자초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보수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은 2013년 1억4109만 원의 세비를 받는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한국 국회의원들의 보수 수준은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19대 국회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시민들이 다시 한 번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는 "국회의원 세비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세비를 받아 집 샀다는 국회의원 없고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 돈이 모자라니까 뇌물을 받는다"며 "이는 돈이 많이 드는 선거구조 때문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국회의원의 세비가 많다는 주장은 표피적인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강성국 간사는 "국회의원 보수는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회의장에 위임됐다, 시민들의 감시와 객관적인 비판 없이 그대로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공개됨에 따라, 건전한 토론이 이뤄졌다는 게 성과"라고 강조했다.
투명한 국회 강조 한목소리... "로비 양성화도 필요하다"좌담회 참석자들은 국회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강 간사는 "국회의원 세비를 비롯한 의원회관, 연수원 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국회가 정보공개나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알리고 국회 투명성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나라에서 돈을 받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명확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국민의 알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국회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의정활동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특히 입법, 행정부 견제, 예결산 등의 주요 활동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자문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내실 있고 효과적인 의정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도한 교섭단체 특권 폐지, 예결산 기능과 청원·공청회 제도 개혁, 정치 자금 투명성 확보가 그것이다. 그는 로비를 양성화 해 어떤 의원이 어떤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드러내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준 위원은 또한 시민사회의 국회 감시와 관련해, "출석률이나 법안 발의 건수를 중심으로 양적 평가하는 것보다는 상임위별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질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