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간의 노력 끝에 해삼전용 인공어초 개발이라는 결실을 맺은 강학순(57·충남 태안군 남면) 태안남부수산업협동조합장. 해삼 대량생산의 꿈을 과연 그는 실현시켜 줄 수 있을까?
한중 FTA로 우리나라 수산물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강 조합장의 해삼전용 인공어초 개발은 꽤나 신선하고 놀라운 기술로 지난 21일 해양수산부장관의 인정을 받았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7회 수산 신지식인 학술대회에서 강 조합장은 최대 영예인 신지식인 인증서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양식 15년, 새우양식 12년 도합 27년을 바다 양식업에 종사한 그는 누구보다 바다양식사업에 식견과 지식, 경험이 많다. 하지만 새우양식의 경우 사료와 전기사용에 대한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부가가치 창출에 많은 애로사항을 맞게 된다. 그러던 중 현존하는 70대 고령의 어부들이 아닌 20~30대 젊은 어부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사업에 해삼양식이 적격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고 2010년 그는 곧바로 해삼전용 인공어초 개발과 씨뿌림 양식방법 개선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강 조합장은 바다가 살려면 젊은이들 내지는 정년퇴직 직후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바다 일에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어업이고 국내 양식업이 가야할 길이라는 확고한 생각에서다. 해삼은 어부들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생산량으로 사실 국내 양식업에서는 그다지 환영받기 어려운 존재임에 분명했다. 반면 중국이라는 거대 수요처가 있는 매력적인 양식업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들이 해삼죽을 해먹을 정도로 해삼의 효험을 귀히 여기고 있는데 이게 바로 한국 양식업이 중국을 겨냥한 공략법이라는 게 강 조합장의 설명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해삼과 자라가 귀하게 여겨졌지만 많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어 비싼 값에 해삼과 자라가 거래되고 있다. 강 조합장은 인터넷을 찾아 함께 해삼 인공어초를 개발할 연구소를 물색하던 중 서해갯벌연구소와 함께 손잡고 본격적인 해삼양식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해삼은 특성상 치삼의 양식장 이탈이 빈번한데 이는 부력에 의한 것이라 치삼의 번식에 아주 취약하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보통 치삼 씨뿌림 후 생존률이 10% 미만에 불과했다면 이번에 강 조합장이 개발한 씨뿌름 양식방법은 치삼을 80%로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매출과도 직결돼 연간 4천톤의 치삼을 기존 2~3만톤보다 5~8배가량 뛰어 넘는 수치로 해삼의 산업화에 한발 더 가까이하게 됐다.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듯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측도 강 조합장이 개발한 해삼전용 인공어초와 씨뿌림 방법에 대해 성공을 확신했다. 더욱이 서해바다 그 중 태안군은 해삼의 먹이인 파래와 질소, 인, 탄소 등 유기물 먹이가 풍부해 해삼양식에 더없이 좋은 입지조건을 가졌다. 서해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해삼양식 적지조사에서 총 1만5천ha 중 안면도에서만 8천ha가 해당된다고 하니 해삼양식의 적지가 태안인 것을 부인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에 강 조합장은 해삼은 그 하나로 1조 양식산업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안면도와 군산 연도, 통영 추도, 제주도 우도, 경기도 백령도, 양양 기사문에 한한 해삼섬을 오는 2020년까지 정부가 50개소 늘릴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해삼에는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중국에서는 해삼을 먹으면 감기도 안 걸린다는 속설까지 나돌 정도다. 이밖에 콜라겐과 글루코사민이 함유돼 샥스핀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모항항에서 있었던 워크숍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일반 해삼에 비해 마른(건)해삼의 단백질 함유량이 77%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해삼은 가공 시 영양성분이 서너 배 이상 뛰게 된다는 것인데 실제 이를 증명하듯 건해삼 1g은 반도체 1g보다 비싸다. 반도체 1g이 1천원이면 건해삼은 3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해삼은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항염증과 항암, 항피로, 항균, 항당뇨, 항고혈압, 항고지혈증 등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어 앞으로 해삼을 이용한 음식개발과 해삼양식 증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 조합장은 내다봤다. 타고난 기술력보다 능숙한 숙련공에게서 느껴지는 바다 향내가 그의 사무실을 온전히 적실 때 쯤 강 조합장의 해삼 미니강의도 끝이 났다.
중국에서 연간 120만톤이 소비되는 해삼. 자체 생산량이 30만톤에 불과하다고 하니 강 조합장 말처럼 우리나라 해삼양식에 거는 미래도 가히 생각해 볼만 하겠다. 2002년 조합장에 취임해 10년 넘게 수협에 몸담고 있는 강 조합장은 이번 해삼전용 인공어초에 대한 특허도 태안남부수협 앞으로 내 수협과 함께 커갈 해삼양식에 큰 기대를 내비쳤다.
"일본 훗카이도 히야마지역의 가이센쿠라쿠부(해삼공장)의 연매출이 11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을 통튼 8조원보다 많은 수익이죠. 그만큼 해삼사업은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수익창출사업이 될 걸로 확신합니다."앞으로 해삼전용 인공어초 설치로 치삼 폐사량을 대폭 줄인 한국 태안의 해삼은 자체브랜드 개발과 유통판로 확대, 젊은 층 대거 유입 등이 과제다. 강 조합장호가 야심차게 준비한 해삼양식사업에 군민들과 어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