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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은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1990년대에는 현대화, 국제화,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표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사진전시문화를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게 했다. 또 2000년대에는 사진이 본격적으로 기존의 예술제도에 진입하였고, 미술시장에서 사진판매의 가능성을 확보했다. 특히 2002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호황이 2007년도에는 절정에 이르면서 사진이 미술시장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도 하반기부터 미술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진작품의 판매도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2006년도를 전후로 사진작품판매가 급증한 것은 사진작품만 전문적으로 구입하는 컬렉터가 새롭게 생겨나서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기존의 미술작품 컬렉터들이 상업 화랑의 권유와 홍보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사진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전문적인 미술작품 컬렉터들은 보수적이며 사진작품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사진작품은 대량복제가 가능하고 에디션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진가들의 층이 미술작가들에 비해서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세 번째로는 기존의 상업 화랑들도 사진작품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고 컬렉터들도 관심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사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사진작품판매가 부진한 이유 중에 하나다. 특히 서울을 벗어난 지방으로 갈수록 사진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이해도가 낮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현실과 더불어서 미술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사진작품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여러 이유 중에 하나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술시장에서의 사진작품판매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진가, 사진전문 갤러리, 사진잡지 등 한국사진의 여러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외국 갤러리와 협정을 맺은 갤러리가 최근에 개관하기도 했고, 조합을 결성하여 대안 공간 성격의 갤러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또 2006년도에 개관한 갤러리 나우는 기존의 작가들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작품을 작은 사이즈로 프린트하여 저가에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사진가뿐만 아니라 신인과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에디션과 작가들의 작품을 표기하는 것을 전제로 대량으로 프린트하여 50만 원 이하 저가에 판매하여 사진작품의 대중화를 실현한 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사진작품은 회화와는 다르게 대량복제가 가능한 것이 미술시장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을 많은 이들이 소유하는 게 가능한 것은 사진작품의 차별화된 매력이기도 하다. 또 동일한 작품을 다른 사이즈로 프린트해서 소유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진은 같은 작품이라도 크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이번 프로그램에 나온 작품들은 기존의 미술시장에서 판매가 된 작품은 제외하고 별도로 에디션을 관리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마련한 방안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저가에 보급함으로써 좀 더 폭 넓게 예술사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존의 미술작품컬렉터가 아닌 이들도 손쉽게 구입 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저가에 수준 높은 작품을 지인들에게 선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사진은 다른 어느 시각예술보다도 시각적이다. 그러므로 장식적인 효과가 커다. 사무실이나 집안을 품격 있게 꾸미는데 효과적인 소품이 될 수 있다.

사진작품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으로서도 저가 작품판매는 필요한 일이다. 고가의 예술작품을 사고팔고 하는 것은 경제적인 능력과 관계없이 학습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저가 작품을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가의 작품을 구입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사진작품판매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이제 한국사진은 기존의 예술제도에 진입하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진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고 있는 미술작품컬렉터와 상업화랑은 드물다. 이번에 갤러리 나우가 마련한 사진작품대중화 프로그램인 '원 룸 원 포토(one room one photo)' 마케팅 전략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사진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서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덧붙이는 글 | 포토저널 12월호



#사진문화 #사진작품#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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