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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와 소비자의 이익 공유가 최우선 과제라는 이인철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 이사장
 어민와 소비자의 이익 공유가 최우선 과제라는 이인철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 이사장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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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서울시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해 12월 발효된 이후 이 지역에서 500개의 협동조합 설립신고가 수리됐다고 밝혔다.

500번째로 설립신고서를 낸 곳은 바로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이다. 농수산물 관련 중도매인들 중에서는 처음이다. 정부에서도 수산물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관련법도 있는데 왜 만드냐는 반응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발걸음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지의 어민뿐 아니라 수산시장 내 소매상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7일, 이인철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진행과정과 향후계획을 들어보았다.

"산지 어민은 좀 더 높은 가격으로 출하할 수 있고, 또 소비자는 거품을 뺀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활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조합의 설립 목적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익 공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2명의 중도매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의 이인철 이사장의 얘기다. 그 역시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중도매인의 한 사람이기에, "이익을 함께 공유한다"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결국 지난 7월 설립신청서를 내고 9월에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12명의 중도매인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산시장 내 모든 중도매인들까지 참여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더 나아가 산지 어민은 물론 수산시장 내 소매상까지도 함께하는 전국적인 조합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포부다.

조합은 또 어민과 소비자의 이익 공유가 안정기에 접어들 경우,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활어를 맛볼 수 있는 회 체인점도 구상하는 등 출하에서부터 판매까지의 논스톱 유통망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이사장은 "아직 조합원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어민, 중도매인, 소매상 등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현 단계에선 중도매인 위주의 조합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향후엔 어업 관련 모든 종사자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알맹이 없는 정부의 유통구조개선

"일례로 산지 생산자들이 1000원에 출하하면, 소비자는 보통 3~4000원에 구매를 하게 되는데, 누가 이득을 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둘 다 손해를 보고, 중간 유통업자만 이득 취할 뿐입니다. 정부에서도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인철 이사장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선책이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조합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농수산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모두 미봉책에 불과할 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 중도매인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기업 수산물시장에 벌써 진출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대기업의 힘을 빌려 유통구조를 개선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비록 대기업의 유통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유통단계는 줄었고 또 일손도 훨씬 줄었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면 할수록 자본과 이익은 더 대기업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결과만을 낳았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유통구조가 더 단순화될수록, 어민과 소비자는 더 이득을 볼 것"이라는 '사회적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일례로 원양어선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냉동 명태의 경우, 15%만 중도매인을 통해 거래되고, 그 나머지는 원양어선업체의 자체 유통망과 최근 식자재업체로 급성장하는 일부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유통구조개선 이전에도 있어왔기에, 정부의 유통단계 슬림화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인설립 3개월만에 3억 매출 달성

"이제 법인이 설립된 지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에 매출도 3억 원 정도 올랐습니니다. 12명의 조합원들이 공동창고, 공동배송을 이용한 공동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합원이 더 늘면 늘수록 매출도 더 늘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 이사장의 말처럼, 조합은 짧은 기간에 예전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여기에다 산지 어민은 출하가 인상에 따른 이익을, 또 소비자는 저렴한 구매단가에 따른 이익을 본 것이다.

아직 어민과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타 업종과의 통합을 통한 조합의 몸집 키우기가 마무리되는 2년 이후에는 피부에 와 닿는 효과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조합은 산지 어민을 위해 활어 양식 기술과 그에 따른 사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활어의 최종 소비자가를 산정하는 소매상과의 만남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조합 사무실을 찾았던 날에도 노량진수산시장 상인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 전날에는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장어 양식 어민들과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민과 소비자의 이익 공유를 위해서라는 이인철 이사장의 말처럼, 어민과 소비자의 이익 공유를 빨리 앞당길 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신문 35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태그:#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 #이인철, #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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