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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주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미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종북몰이'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사제단과 신부님까지 종북몰이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 문재인 "청와대 종북몰이에 분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주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미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종북몰이'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사제단과 신부님까지 종북몰이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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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일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한 책의 출판 보도자료 때문에 기자들과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사례를 들면서 '(그들은)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지켜봐줬다'고 말했다. 해당 책은 문재인 의원이 오는 19일 발간하는 <1219, 끝이 시작이다>. 이날 브리핑을 두고 거의 대부분 언론에서는 <청, 문재인 겨냥 '선거불복이 품격인가'>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 수석의 발언에는 가시가 담겨 있다. 문재인 의원은 왜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를 성원하지 않느냐는 힐난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의 표현에 담긴 두 가지 내용. 하나는 대선결과 승복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성공과 관련된 성원에 대한 것이다. 그중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대선결과 승복에 관한 내용이다.

12번의 지난 대선,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

문재인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분석해보았다. 청와대에서 '불복' 시비를 걸 내용이 포함돼 있는가. 평소 '젠틀재인'으로 불리는 그가 책잡힐 발언을 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었다.

그의 보도자료에는 '지난 대선'이란 표현이 12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는 당연하다. 책을 발간한 목적이 '지난 대선에 대한 성찰과 복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승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나갈 것인지를 정리한 대국민 보고서이자 제안서'이기 때문이다. '성찰'과 '복기'에서 정치적 감이 있는 사람들은 눈치챈다. 그는 지난 대선을 복기하면서 '성찰'할 목적으로 책을 기술한 것이다.

실제 '지난 대선'에 관해 그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그의 솔직한 표현들은 그러나 이 수석이 지적한 것과는 달리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을 향하고 있다. 12번의 '지난 대선' 중 어느 하나에도 '대선불복' 거리를 줄 만한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정현 수석은 어느 대목에서 문재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평소 실력 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줄임)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줄임) 지난 대선을 총체적으로 놓고 보면, 저는 역시 준비와 전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게 그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줄임) 저의 결단력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대목도 많습니다."

그의 성찰은 패자가 보여주는 일반적인 '부덕의 소치' 수준이 아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개입을 언급하면서도,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졌습니다'는 수준의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가 초접전으로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경찰의 '국정원녀 컴퓨터에서 문 후보 비방글 발견 못해'라는 내용이 공개되었고 이것이 언론에 도배가 되면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는 하루 만에 막을 내렸지만, 그리고 그와 같은 경찰의 발표가 허위에 기초한 사실임이 밝혀졌지만 그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문재인은 '지난 대선'을 원망하고 있지 않다. 대선공작과 경찰의 수사결과 조작 발표는 물론, 새누리당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 흑색선전인 NLL공세나 종북프레임조차도 '저쪽의 치밀한 전략'이며, 자신과 민주당은 '동네축구 수준'의 선거를 해서 졌다고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던졌던 1469만 명이 읽으면서 가슴을 칠 정도로 그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만을 거듭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정현 수석이 다시 브리핑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는 보도자료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인가. 왜 그는 '2007년 박근혜, 1992년 김대중'을 운운하면서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불복'하는지를 공개적으로 물었던가. 성찰에 매진하는 문 의원이 답할 대목이 아니라 이 수석이 설명해야 할 차례이다.

'지난 대선'의 일 중 앞으로의 대선을 위해 반드시 짚은 대목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 일 중에서 강력히 비판하는 대목은 이미 저질러진 불법이 아니다. 그는 국정원 불법 대선공작보다 사실 규명을 막기 위해 자행되는 '사법방해 행위'에 대해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더욱 거세게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박근혜 정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비판 지점인 셈이다.

문 의원은 "(사법방해 행위는) 당장 2017년 대선에서 불법 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사건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인 이유입니다"라며 박근혜 정부를 향해 더욱 날을 세우고 있다.

사법방해 행위를 통해 본질을 덮으려는 박근혜 정부에게 문 의원은 '닉슨의 교훈'을 언급하며 닉슨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이 아니라 바로 거짓말'이라며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한 책임을 추궁당해 사퇴를 자초했다면서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위의 내용을 담고 19일 발간되는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제언이 담겨 있고, <2부>에는 지난 대선 이야기, 대선의 전 과정과 함께 처음 공개되는 비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3부>에서는 대선에서 자신과 민주당이 무엇이 부족해 패배했는지를 성찰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4부>에는 2017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한 문재인의 제안 12가지가 기술돼 있다.

1일 문재인 의원은 다소 조용하게 출판 관련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보도자료를 접한 청와대에서는 '대선불복' 운운하며 문 의원을 향해 거센 비판을 가했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1219, 끝이 시작이다>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었다. 많은 조명을 받고 있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선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링 위에서 선수로 뛰었던 후보의 생생한 목소리로 후일담을 듣게 될 것이다.

책 제목처럼 지난 대선 때의 일이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태그:#문재인, #이정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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