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 경찰이 이계삼(41)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 사무국장을 입건했다.

2일 밀양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은 이 사무국장에 대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1월 중순경 이 사무국장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대책위는 송전탑 공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밀양과 서울 등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혀 왔는데, 경찰은 기자회견을 집회로 보고 "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를 해 법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대책위가 지난 8월 12일 한전의 관제데모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성 시위를 비롯해, 8월 27일 단장면 동화전마을 김정회씨가 긴급체포된 이후 밀양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 10월 17일 신고리3호기 제어케이블 불합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분이 사라진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바드리 입구 기자회견, 10월 18일 정부종합청사와 한전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10월 21일 바드리 입구에서 진행된 경찰의 주민 기획체포 정황 폭로 기자회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또 경찰은 대책위가 후원계좌를 개설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책위는 송전탑 갈등이 계속되면서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았는데, 경찰은 이것이 관련 법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이계삼 사무국장 "투쟁하다보면 신고하고 기자회견 할 수 없어"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10월 2일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뒤, 많은 주민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지만, 대책위 사무국 관계자가 입건되기는 처음이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해 대책위 후원계좌 개설과 관련해 신청을 했는데 경남도는 모금기간이 특정되지 않았고 순수한 공공성(환경)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반려했다"며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보내주는 후원금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법에 보면, 제약조건이 많아 오히려 기부문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밀양 송전탑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여러 투쟁과 관계된 후원도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집시법과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투쟁 상황에 따라 신고를 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열 수 밖에 없다"며 "기자회견을 하다보면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는데, 입건에 대해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논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11년간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귀농학교' 설립을 준비하던 2012년 1월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고 이치우(당시 74살)씨가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뒤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지금의 대책위)가 만들어졌을 때 사무국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 대책위를 이끌어 오고 있다.

"사무국장 입건과 후원계좌 압수수색 통한 대책위 탄압 중단하라"

대책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집회 시작 48시간 이전에 신고하여야 하는 현행 집시법의 기준을 따르지 못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에 맞게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이로 인하여 소음, 통행 방해, 폭력 등 공공적 피해를 미치지 않은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기본 상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대책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집회신고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한 사안에 대해 자의적으로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집시법위반으로 조사한 것은 결국 대책위의 활동을 탄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부금품법과 관련해, 대책위는 "지난 2년 동안 120여 차례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그 사이 후원한 분들의 성함과 사연, 후원금액을 빠짐없이 밝혀왔고, 후원금의 사용내역과 잔액을 소상하게 주민들에게 밝혀서 한 점 의혹 없이 깨끗하게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기부금품법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입법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부 문화에 대한 정치적 규제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표적인 악법의 하나"라며 "기부금품법은 신고를 통한 등록제지만, 밀양 대책위의 등록 신청을 반려하는 사유에서 보듯 사실상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허가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오히려 기부금품법은 작년 5월 제주 강정마을 주민회에 대한 기소 사례와 이번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조사에서 보듯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사무국장에 대한 집시법 위반 입건과 후원계좌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한 대책위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밀양경찰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