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정경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냈다. 2일부터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행궁거리 끄트머리에 소재한 '임 아트갤러리'에서 14일까지 제3회 정기전시회로 '골목전(展)'을 여는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 회원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골목의 정취를 그대로 담아냈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는 2008년에 창립되었다. 수원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기 위한 모임이다. 2010년에는 지동 못골 사진 프로젝트를 열었으며, 2011년에는 대안공간 눈에서 제1회 정기전시회를 열었다. 9월 20일~29일에는 서수원주민편익센터 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2011년에는 이 외에도 민예총 나혜석 거리축제 초대 전시와 프리즌 페스티벌 초대전시, 행궁길 한데우물 '한데 웃자' 초대 전시로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2012년에는 제2회 정기전시회로 행궁길 레지던시 1층 전시장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기록'으로 전시를 가졌다.
수기사(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의 약칭)는 수원의 잊혀 가는 모습들, 정겨운 수원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순수 사진가 모임이다. 골목전은 공동주택문화의 발달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고만 있는 골목길 풍경과, 골목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들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전시된 작품들 속에는 좁은 골목길의 퇴락한 모습과 함께, 그 골목길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담겨 있다. 수없이 땅바닥에 찍힌 발자국이 있는가 하면, 출입문 위에 조성한 장독대에서 장을 푸는 할머니도 만날 수가 있다. 골목길에서 김장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정겹게 배추쌈을 먹이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작가는 사진 한 장에 3계절을 잇대어 담아내는가 하면, 달동네 독거노인이 사랑으로 배달해준 연탄을 집게로 들고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한 겨울채비를 마쳤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편안함이었을 것이다. 담벼락에 직접 써붙인 '월세방'이라는 문구가 골목 입구에 붙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골목은 늘 어딘가를 향한다. 포근한 집이든, 고달픈 일터든. 골목을 찍다보면 그곳에서 늘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당신의 식권을 아껴 자식들 줄 빵과 우유를 늘 옆구리 끼고 오시던 말없던 그 아버님 같은 그 누군가를 말이다. 난 골목에선 길을 보고 길에선 그리운 추억과 만난다.서동수 작가의 사진 '길'의 설명이다. 이렇듯 골목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송응준 작가는 '다른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인 사진을 전시했다. 지동 벽화마을에서 본 녹슨 철문으로 집 안을 가려 놓은 것을 보고, 그들만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느냐고 묻고 있다.
작가 이규석은 골목길의 주제를 개똥으로 삼았다. 15명의 수기사 회원들인 작가들이 골목길에 대한 해석을 저마다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골목길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정겨운 모습이 있는가 하면, 골목만이 갖고 있는 아픔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 상반된 형태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골목전에서 만난 이 시대의 한 구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