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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4자회담이 또 다시 성과없이 종료된 뒤 굳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일 밤 세번째 4자 회담을 열어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및 정치개혁 특위 설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시기 및 범위 추후 논의" 등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4자회담이 또 다시 성과없이 종료된 뒤 굳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일 밤 세번째 4자 회담을 열어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및 정치개혁 특위 설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시기 및 범위 추후 논의" 등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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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 특위를 설치하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은 추후 논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난 3일 밤 합의한 정국정상화 방안의 골자다. 여야 지도부가 이틀째 이어진 4자 회담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자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끝내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극적 합의', '빅딜' 등의 수사가 붙었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면서 많은 양보를 했다(민현주 대변인)"고 평가했고, 민주당은 "(합의의) 90%는 김한길 대표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24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무색해졌다. 최대 쟁점이었던 특검 관련 합의를 두고 양당의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추후 논의"에 방점을 찍고 특검 불가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의 해석이 판이하게 갈리면서, 민주당이 사실상 특검 도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여야 합의 과정에서 특검 도입 강제수단은커녕 이를 논의할 방식에 대해서도 '백지'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검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손을 잡았던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는 4일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 추진은 국민적 요구이자 동시에 민주당이 국민에게 한 엄숙한 약속이었다"면서 "민주당의 '특검 없는 특위 수용' 합의를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특검이 실종되는 것은 아닌가, 더 나아가서 민주당이 사실상 특검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검 도입 여부 놓고 해석 논란... 민주당 "특검 여야 합의됐다고 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4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해 전병헌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신중하게 대화하는 김한길-전병헌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4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해 전병헌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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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 측은 현재 '특검 관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검을 뒤로 미뤘다는 안팎의 날 선 평가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4일) 의원총회에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당의 의지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시간을 끈다고 해서 특검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당이 각계 연석회의와 하는 특검법안도 서둘러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은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고 있지만, 예산안 심의 거부까지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정원 개혁) 특위는 실효성이 담보될 때 우선 가동해놓고 특검은 이제까지와 다름없이 국민과 함께 계속해서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합의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특검은 저쪽에서 요지부동 입장을 보여 반 발짝에 진행하지 못했다"면서도 "특검의 대상과 조건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특검 요구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 커질 것이다, 저들이 특검을 요지부동으로 잠그고 있는 것은 결국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특검 수용을 위한 '1차 조건'을 일단 마련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문구를 "문맥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면서 "양당이 특검을 언제 실시하고, 실시할 경우에 그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을 한다는 데 여야가 합의한 것인가"는 질문에도 "저희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특검의) 시기와 방법까지 포함해서 명문화했다, 이 얘기는 특검의 불씨를 살려서 계속 논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을 계속 논의 한다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어제(3일) 아침까지 (새누리당 입장으로) 나왔다"면서 합의내용이 진전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민생에 대한 결과와 민주주의에 대한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해 놓고 그다음에 특검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힘을 합쳐서 요구할 수 있는 2단계 접근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부언하기도 했다.

"특검, 기본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해"... 국정원 개혁 특위 반대 의견도 표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화나누는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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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누리당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 이후 특검을 하겠다'고 합의했다면 (합의문에) '특검을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즉,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특검 불가' 대 '특검 수용'을 놓고 맞서던 처음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얘기다.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회에서야 뭐든지 논의를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새누리당은) '대선 끝난 다음에 대선 문제를 가지고 특검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입장이었다"면서 특검 수용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

이에 사회자가 "특검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는, 두 개 다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죠, 여당은 여당대로 해석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해석하고"라며 "(특검은) 기본적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 역시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를 그대로 존중하고 입장인데 또 다른 특검을 다시 한다는 건 수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를 전면 부인하거나 인정을 못 하겠다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아직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 등은 잠시 접어두고 기다려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특검 수용 여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미 국정원 개혁 특위에 '입법권'이 부여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이상, 여야 합의에 따른 법률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특검은 물론, 특위마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합의 내용을 보면, 집권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국정원 특위·특검 주장은 친노세력의 차기 집권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폈다.

그는 또 "특검을 수용하더라도 야당이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리라 생각하나, 그는 순진한 생각이다, 결국 의정을 파행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합의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근본적인 검토를 해주길 바란다, 후속 보완 조치에 대해 당에 계신 여러분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 역시 "합의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특위가 구성되는 내용을 (추후 협의하며) 그려 나가는 것인데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을 다 만들어놨다"면서 국정원 개혁 특위 관련 합의 내용에 대해 반대 의사를 폈다. 


태그:#국가정보원, #김한길, #민주당, #특검, #국정원 개혁 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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