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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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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국가정보원(원장 남재준)과 관련된 중대한 뉴스가 각각 국정원과 국회발(發)로 터져 나왔다. 북한 권력의 '사실상 2인자'이며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실각 징후'가 알려진 것과 여야 4자회담에서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설치에 전격 합의한 것이 그것이다.

여야 대표들이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설치에 전격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합의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며 법률안 처리 권한을 갖게 된다.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은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각각 맡기로 했다.

두 특위 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주고받은 셈이지만 그동안 정개특위 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온 것이 관례임에 비추어보면 야당의 성과라면 성과다. 아무튼 이로써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 등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받던 정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

장성택 오른팔과 왼팔 처형이 실각 근거

문제는 국정원이 3일 오후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을 국회에 보내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여야 간사에게 대면보고 형식으로 공개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징후'다. 국정원은 "최근 노동당 행정부 내의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11월 중순 장성택의 오른팔, 왼팔 두 명이 공개처형 당했으며, 그 이후 장 부위원장이 자취를 감췄다"면서 "장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 같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성택의 실각 사유와 관련해서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어떤 경로로 이같은 정보를 파악했는지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이 말한 장성택의 오른팔과 왼팔은 각각 이용하 행정부 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으로 파악되었다. 국정원은 이후 정보위원들에게 배포한 1장짜리 서면보고(전문은 아래 참조)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난 11월 하순 북한이 노동당 행정부내 장성택 핵심측근인 이용하(제1부부장)·장수길(부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에 대해서도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성택의 소재와 실각 여부가 공식 확인된 것이 아니지만 최측근 인사 2명이 공개 처형 방식으로 숙청된 것이 확인된 것에 비추어 그가 권력에서 밀려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장성택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정원발 대형 뉴스가 여야 합의로 막 첫발을 뗀 국정원 개혁에 '물타기'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장성택의 실각 이후 전개될 북한의 권력 변화에 대해선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어떤 경로로 이같은 정보를 파악했는지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체제 2년을 앞두고 북한의 내부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다가 이같은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테면 국정원이 서면보고에서 "금년 들어 보위부에서 장성택 심복에 대한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가는 등 일부에서 견제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장성택은 공개활동을 자제해 왔다"면서 제시한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공개활동'이 그 근거이다. 한편, 류길재 장관은 국회 보고에서 장성택의 대외 활동 횟수와 관련 "작년에는 106회였으나 금년에는 12월 현재까지 총 52회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침 거듭해온 2인자 장성택, 이번에도 살아날까?

1946년생인 장성택은 잘 알려진 대로 김정일의 동생인 동갑내기 김경희의 남편이자,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고모부다. 장성택의 지위는 그가 맡고 있는 ▲조선노동당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조선인민군 대장 등의 직위에서 잘 드러난다. 다른 고위직 인사들과 달리 그는 북한 권력의 핵심조직인 당·정·군 모두에서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노동당 행정부장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등을 총괄하는 직으로 사회 현안인 비리 척결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장성택이 사실상 국가안전보위부를 총괄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국정원이 제시한 "금년 들어 보위부에서 장성택 심복에 대한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다"는 정보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또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견제를 받아 철직을 받는 등 부침을 거듭해온 전력이 있다. 장성택은 2004년 초에도 측근의 호화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 문제가 되어 '분파(分派) 조장' 혐의로 실각해 당시 측근들까지 모두 좌천당했다. 장성택은 그러나 2006년 당 제1부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이듬해 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권부의 핵심에 다시 들어왔다.

특히 김정일의 뇌졸중 발병 이후에는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었고, 김정은 세습(2011. 12) 이후에는 김정은의 후견인이자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해왔다. 그런 점에 비추어 국가가보위부의 측근 내사를 근거로 장성택의 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전망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도 장성택 실각설을 뒷받침하는 목격담과 증언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탈북자와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북한 정세를 파악해온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가 4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보위부가 아닌 보위사령부에서 11월 30일 장성택을 체포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이긴 하지만, 장성택을 체포한 주체와 날짜를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관련기사 : 北 소식통 "장성택 파장, 軍에 대기상태 발령")

평양 소식통 "보위부 아닌 보위사령부가 11월 30일 체포"

보도에 따르면, 평양 소식통은 4일 장성택 실각을 묻는 자유북한방송에 "지난 30일 장성택을 국가보위부가 아닌 보위사령부에서 체포하고 현재 전군에 전투동원태세 명령이 내려졌다"며 "부대마다 군 간부들은 퇴근도 못하고 대기상태에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장성택의 거만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그(김정은)가 숙청을 위해 올해 4월 주변 인물들 감시, 전화도청을 군 보위사령부에 지시했다"며 "중앙당 (노동당)행정부장으로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에도 그의 측근이 있다고 판단해서이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의 손과 발이던 리용하, 장수길 부부장을 평양시 건설과 요즘 한창 진행중인 경제특구건설에서 어마어마한 국가재산을 빼돌린 죄로 11월 12일 '반당반혁명분자'라는 감투를 씌워 감옥에서 처형했다"며 "이틀 후인 14일에 그들의 가족을 실어가면서 주위(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유북한방송이 전한 평양 소식통의 목격담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북한 권력의 '사실상의 2인자'이며 김정은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은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의 아들)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보다 네 살 아래인 최용해는 그와 형님동생 하는 사이지만, 보위사령부가 총정치국장 관할이라는 점에서 이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이 '좌성택과 우용해' 중에서 '불편한 2인자'였던 왼팔을 자른 셈이다.

국정원이 서면보고에서 "내부적으로는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 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 동요 차단에 부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12월 1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이 "북한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이용하·장수길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에 대해서도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후속조치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장성택의 심복 ▲그와 인간적으로 가까운 인물 ▲과거에는 그의 심복이었지만 김정은과 직접 접촉하면서 장성택 영향권에서 벗어난 인물로 분류하고 '장성택의 사람'들 대부분이 작년 11월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목된다. 이에 따르면, 국가체육지도위 부위원장인 리영수 노동당 근로단체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3명과 위원인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리종무 체육상,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은 장성택의 심복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장성택 실각은 북-중 및 남-북한 관계의 지렛대가 부러진 것"

이와 관련 류길재 장관도 4일 국회에서 장성택의 실각설과 관련 "(숙청의) 구체적인 경향에 대해서 말하기 어렵다"면서 "장성택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신변의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로 촉발된 동북아의 미·중간 갈등이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동북아 전체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북한의 권력투쟁과 정권의 불안정성까지 겹쳤는데 이를 중재하거나 타개할 외교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알다시피 박근혜 정부의 3대 외교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로 홍보했던 '신뢰외교'는 일본과의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갈등과 미국-EU의 일방적 일본 편들기,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사실상 헛된 구호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장성택은 북한의 강력한 후원국인 중국과 가까운 최고위층 인사이자, 대남정책에서도 북한의 강경파인 군부를 견제해온 당 중심 온건파의 대표주자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의 실각은 외교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견제하고 합리적인 대남정책을 유인할 수 있는 지렛대를 상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국정원장 시절에 장성택과 여러 번 만난 전직 고위 인사도 "장성택과 최용해는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두 축인데, 장성택을 숙청했다는 것은 뜻밖이다"면서 "사실이라면 장성택의 실각은 중국-북한 관계는 물론 남북한 관계의 지렛대가 부러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에게 배포한 서면보고의 전문이다.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 실각 징후

◈ 최근 勞動黨 행정부內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임

◈ 장성택은 김정일 생존시부터 부침을 거듭해오다 김정일 뇌졸중 발병 이후 영향력이 급속 확대되었으며, 김정은 세습(2011. 12) 이후에는 핵심 후견인이자 사실상 2人者로서의 위상을 유지해왔음

 * 장성택 現 직책 : △黨 :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 △政  :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軍 : 대장

◈ 그러나 금년 들어 보위부에서 장성택 심복에 대한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內査에 들어가는 등 일부에서 견제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장성택은 공개활동을 자제해 왔음(작년 대비 절반 수준)

◈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난 11월 하순 북한이 黨 행정부내 「張」 핵심측근인 이용하(제1부부장)·장수길(부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에 대해서도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음

◈ 또한 내부적으로는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反黨 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동요 차단에 부심중인 것으로 전해짐

◈ 12.1字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임

◈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黨 행정부는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됨
첨부파일
국정원전문.docx


국정원전문



태그:#국가정보원, #장성택, #김정은, #류길재,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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