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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책겉그림〈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 열린세상
신을 찾는 인간의 행위는 결코 멈추지 않고 있다. 인간이 신과 대화하는 일들도 계속되고 있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비록 종교적 성향과 종교 행위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본래부터 타고난 인간의 연약함에 근거를 둔 일일까? 어머니의 자궁 속에 살아야 했던 제한된 연약함 말이다. 그도 아니라면 굶주림과 병약함과 폭력과 전쟁 앞에 신의 도움을 호소하는 일에서 기원한 걸까?

물론 그것들이 종교의 영원성을 설명하는 근원적인 설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과학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종교성을 과학의 실험으로 설명코자 하니 말이다.

"본문에서는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한 채 믿음의 생물학적 요인과 실험실에서의 신비 체험, 종교 및 샤먼기술의 시초, 사후 세계 체험, 믿음이 지닌 치유의 힘, 종교적 자비심 실험, 현대 영혼연구 등에 관해 논할 것이다."(머리말)

울리히 슈나벨의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종교성을 인간 이성과 과학적 실험에 근거하여 써 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종교적 체험에 대한 뇌 연구와 실험 연구물을 곁들인 책이다. 논리적 객관성을 그만큼 보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례로 기적 치유에 관한 설명도 그렇다. 이 책은 종교적 기도를 통해 병 고침 받은 사건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화시킬 수 없고, 다만 그런 기도가 모든 종교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처럼 '기대와 조건화' 치유방법이 종교의 영구성을 더 탄탄하게 해 주는 존재방식 중 하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선과 악의 대립구도만 봐도 그렇다. 이 책도 종교적 명분을 둘러싼 광신과 박애, 폭력과 평화의 대립구도를 더욱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른바 빈 라덴의 종교적 폭력과 테레사 수녀를 통한 종교적 평화와 박애정신의 구현이 그것이다. 그런 대립들은 이 땅에 종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되풀이 될 것으로 설명한다.

"컴퓨터 단층 촬영, 뇌 자기공명영상,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등의 영상검사가 살아 있는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영상장치를 활용하면 심지어 행동, 언어, 사고 등을 유발하는 뇌의 활성요인을 가시화할 수도 있다. 신경학자들은 오늘날 이처럼 인상 깊은 장치들로 무장한 채 이전까지만 해도 인문학의 전담영역이었던 문제에 과감히 접근하고 있다." (159쪽)

이른바 체외이탈에 관한 흐름을 뇌 과학 영상장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현상은 대부분 두정엽과 측두엽 사이의 '각이랑'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일어난다고 한다. 그야말로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일평생 한두 번은 겪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하니 말이다.

종교가 죽지 않는 이유는?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샤먼의 기술과 종교성의 연관성, 환각과 계시의 연관성, 근본주의 종교성과 개혁적인 종교성 사이의 차이점 등, 다양한 종교적 현상들에 대한 설명도 쉽게 풀어쓰고 있다. 그 모든 게 실은 종교가 죽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들이다.

어떤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지 않을까? 인간의 이성으로 납득케 되는 종교성과 그 현상들, 아울러 종교적 체험들을 뇌와 신경과학으로 밝혀주는 합리적 설명들 말이다. 그와 같은 내용들을 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머리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또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다양한 종교성과 그 체험들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없다는 것, 아울러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초월적 체험들은 훨씬 더 많다는 것 말이다.

일례로 나도 체외이탈을 경험한 바 있다. 1990년도에 산 속에서 겪는 일인데, 그때 나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특별한 자극이나 간질과 같은 질병을 겪은 바가 없었다. 그런데도 내 영혼이 몸에서 이탈하여 천장에서 내 육체를 본 경험이 있다. 과학적 실험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는 현상이었다.

또 있다. 그토록 열망하던 한 여인과 몇 차례 선을 본 끝에 혼인코자 열심히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배 속에서는 '아니다'하는 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물론 나는 그 음성에도 아랑곳없이 그녀와 결혼할 마음을 품었지만 결국 그 혼인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체험들을 과연 합리적 이론과 과학적 설명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내 개인적인 체험들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요, 이 지구상에는 더 많은 신체험,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적 체험들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종교가 멸망하지 않는 이유, 종교가 계속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실험 연구물들로 일반화하여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일학자가 쓴 책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번역자가 우리말로 너무나 잘 옮겨놔서 그런지 정말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울리히 슈나벨 지음, 이지혜 옮김, 열린세상(2013)


#울리히 슈나벨#〈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뇌 자기공명영상#각이랑 부위#체외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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