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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집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에 대해, 경찰이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자 유족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저녁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는 "이날 밀양경찰서가 수사결과를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유족측이 매우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했던 주민 유한숙(74)씨가 음독 자살해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했던 주민 유한숙(74)씨가 음독 자살해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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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대책위와 경찰의 공방으로 구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판단에서 유족들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있는 빈소에서 8일 오전 사진·영상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밀양경찰서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

밀양경찰서는 유한숙 할아버지의 사망 원인에 대해 처음에는 가족 상대로 확인한 결과 "특정 사안으로 음독했다는 진술은 없었다"고 했다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7일 경찰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 음독 사망 관련 수사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경찰은 "(자살) 원인에 대해서는 유족의 진술 등을 볼 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살) 현장에 있었던 가족은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최초 진술하였다"며 "다만 고인과 고인의 처가 (송전탑 반대 집회 현장에) 나가는 것을 서로 싫어하였다는 진술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고인은 병원에서 고인의 딸이 자살 이유를 물었을 때 '송전탑 때문에…, 기분도 안 좋고…, 살만큼 살았는데…'라고 말한 사실은 있다"며 "고인은 평소 술을 드시고 '약 먹고 죽겠다'고 한 번씩 말씀하셨으며, 사건 당일에도 아침에부터 소주 3병 이상 마신 상태에서 음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나섰다가 음독 자살했던 고 유한숙(74. 고정리)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내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는데, 6일 저녁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의 조화가 바닥에 박살나 있고, 주민이 발로 리븐을 짓밟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나섰다가 음독 자살했던 고 유한숙(74. 고정리)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내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는데, 6일 저녁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의 조화가 바닥에 박살나 있고, 주민이 발로 리븐을 짓밟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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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당시 고인의 아들도 고인 앞에 놓인 농약병을 보았으나 마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지켜보던 중 갑자기 고인이 음독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고인은 돼지를 사육하면서 돼지값도 하락하고 돼지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을 많이 해온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밀양경찰서는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제반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 음독한 것으로 보여지며, 고인의 사망이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필요하다면 유족 동의 하에 음독 직후 가족이 진술한 녹음 자료 공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한숙 할아버지가 숨을 거둔 지난 6일 밀양경찰서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 음독 사망 관련 수사사항'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음독 현장에 같이 있었던 가족을 상대로 음독 경위 등에 대해 확인한 바, 특정사안으로 음독하였다는 진술은 없었으며, 현재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에 대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유한숙 할아버지는 한전측으로부터 보상․이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듣고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가했으며, 지난 2일 밤 집에서 농약을 마셨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6일 새벽 숨을 거두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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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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