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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당시 격렬히 싸웠던 망원시장을 포함한 인근 상인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당시 격렬히 싸웠던 망원시장을 포함한 인근 상인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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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만들기가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현 유통산업연합회)에서 면죄부를 받은 38개 예비 점포들이 오픈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유통인은 골목상권을 완전히 유리한 대형마트의 '춘추전국시대'도 이제 막을 내릴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형태의 대형매장과 변종 SSM을 앞세워 기존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재편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아직 골목시장에는 콩고물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돌격 앞으로"

대형마트 3사들이 골목 상권 싹쓸이를 위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홈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인들과의 마찰도 가장 많았다. 특히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설 당시, 인근에 위치한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생업을 포기한 채 격렬히 싸웠으며, 참여연대, 전유연 등 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지원사격을 했던 것이다.

관련 지자체인 서울시도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합정점 오픈이 인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 민간기관에 상권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근 5개 시장(망원, 월드컵, 합정, 영진, 서교)의 매출이 30% 하락할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을 포함해 반경 1km 이내의 소매업 점포 역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형마트와 상인 간 마찰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타올랐고, 그 결과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오전 10시부터 익일 10시까지, 공휴일일 포함한 월 3회 휴무를 주요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형마트 압박수위를 한층 더 높여갔다. 일부 의원들은 월 4회 휴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5일 대중소 상생 차원의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만들어진 이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상인 간 마찰은 '상생'이라는 단어에 파묻혔고, 유통법 개정안 역시 '상생'이란 암초에 가로막혔던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협의회 구성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에 유통법 개정안을 상정시키려 했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중소 유통업계와 대형업체가 서로 상생키로 합의했는데, 굳이 유통법 개정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뜻을 전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비록 올 1월 1일, 영업시간과 휴무를 강제한 유통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했지만, 오전 10시부터 익일 자정까지, 공휴일을 포함한 월 2회 휴무 등 애당초 개정안 취지에 비해 상당 부분 완화됐다. 

한편 홈플러스는 협의회 출범에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지난해 10월 22일 '대중소유통 상생협력 합의문'이 발표되던 바로 다음날, 서울 관악구청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마트 "상품공급점에 올인"

홈플러스가 최근까지 대형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바로 이마트의 상품공급점 도입과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상품공급점은 대형유통업체로부터 신선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공급받아 개인 사업체가 운영하는 중·대형 슈퍼마켓으로, 현행 법령상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간판도 똑같고,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도 똑같고, 상품권·포인트 공유, POS(point of sales, 점포판매시스템) 이용 등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유사하지만 법적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겉만 개인 점포요, 속은 SSM이었던 알짜배기 사업에, 이마트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갔던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실 관계자도,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상품공급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후발 주자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상품공급점을 만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건네 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품공급점은 353개로 경쟁사(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슈퍼)의 상품공급점을 합친 것보다 배나 많다"며 "결국 SSM과 상품공급점을 포함한 전체 점포수로 따진다면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459곳으로 관련 업계 1위에 오르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11월 1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마트는 지난 2009년 6월 개점한 상도점을 시작으로 SSM사업 진출을 알린 동시에 2011년에는 킴스클럽마트 53개점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결국 이마트는 SSM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상품공급점 확대에 올인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변종 SSM 업계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롯데마트는 "눈치보며 은근슬쩍..."

지금은 홈플러스나 이마트와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와 SSM 시장에서 항상 후발주자였다. 이를 두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도 있지만, 사회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서라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인지 롯데마트에 대한 비판 역시 홈플러스나 이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형뻘인 롯데쇼핑은 SSM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들끓던, 지난해 1월 굿모닝마트(직영) 35개와 하모니마트(임의가맹) 176개를 둔 CS유통을 슬거머니 인수했다. 문제는 하모니마트였다. 이 과정에서 하모니마트를 SSM이 아닌 개인슈퍼마켓이라고 판단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2016년 12월 31일까지 하모니마트 점주의 의사에 반해 거래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상호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붙이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결국 또 다른 아우뻘인 롯데슈퍼는 공정위 허가를 빌미로 176개의 하모니마트를 오히려 상품공급점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도, 이마트에 쏟아진 비난을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 매장의 창고형 할인매장 전환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부터 이마트는 기존 매장을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트레이더스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중도매 업자들의 생존권까지 빼앗는다는 등 여론의 못매를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여론이 잠잠해지자,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과 9월에 빅마켓 금천점(서울)과 신영통점(경기 화성)을 조용히 오픈시킨다. 또 올 2월에는 서울 지역에 빅마켓 영등포점과 도봉점까지 오픈시키는 등 기존 매장을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전환키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기존 외국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를 따라잡을 수 있는 토종브랜드라고 주장하지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종 중도매 업자들은 "잡겠다던 코스트코는 안 잡고, 엉뚱하게 우리만 잡고 있다"라고 울상이다.


태그:#홈플러스, #롯데마트 빅마켓, #이마트 상품공급점, #유통산업발전협의회,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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