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제로 털을 뜯긴 토끼가 황량한 우리에서 고통으로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있다. 페타는 구입 전에 제품의 소재를 확인하는 사소한 행위만으로 많은 고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페타의 영상이 공개된 후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은 앙고라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모범을 보였다.
▲ 앙고라 농장의 토끼 강제로 털을 뜯긴 토끼가 황량한 우리에서 고통으로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있다. 페타는 구입 전에 제품의 소재를 확인하는 사소한 행위만으로 많은 고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페타의 영상이 공개된 후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은 앙고라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모범을 보였다.
ⓒ 페타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멀쩡한 소를 병에 걸린 것처럼 꾸며 거액의 가축재해보험금을 타낸 축협 직원과 가축 농가가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그 중에는 트랙터 등의 장비를 이용하여 소의 다리를 부러뜨린 뒤 다친 것으로 둔갑시킨 농가도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 "트랙터로 멀쩡한 소 다리 부러뜨려 죽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몇 년 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 살처분된 가축들을 "자식 같이 키웠다"며 비통해하던 농민들의 모습이 묘하게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최근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 아시아 태평양 지부는 의류, 액세서리 소재로 쓰이는 앙고라 털의 비인간적인 생산방식을 고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모피생산국인 중국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에 담긴 앙고라 토끼들은 본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비좁은 우리에서 살면서 몇 개월에 한 번씩 털을 뜯기는 학대를 당한다. 좀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동물인 토끼가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지만, 털을 잡아 뜯는 사람의 무자비한 손은 멈추지 않는다.

'다운'이라 불리는 오리, 거위털 생산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페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살아있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마구 잡아 뽑는데, 피부가 찢기면 그 자리에서 마취도 없이 실과 바늘로 수습한다.

평화로운 목장 풍경을 떠올리기 때문일까? 양털 생산은 양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이 개량시킨 종인 메리노 양은 과도한 주름을 갖고 있다. 주름 사이에 파리가 알을 낳아 구더기가 끓는 것을 방지하려고 양의 살점을 도려내는 '뮬레싱' 공정은 아주 잔혹하다.

식용동물은 도살장에서 고통없는 죽음의 혜택을 받는다?

밥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부탁하는 게 '극단적'인 요청으로 느껴질 정도로 우리 삶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육류 생산은 어떨까? '식용동물'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잔인하고 징그럽다"며 또는 "밥맛 떨어진다"며 외면한다. 식용동물은 도살장에서 고통없는 죽음의 혜택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불편한 진실을 접한 사람들은 "고통을 주지 않고 키울 수는 없냐"고 묻는다. 왜 고통을 주는 걸까? 사육하는 사람들이 냉혈한이라서? 인간이 본래 잔인한 동물이라서? 

그 이유는 "싼 가격에 많이" 소비하려는 우리 자신의 욕망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 고기는 특별한 날 먹는 귀한 식재료였지만, 정해진 규격에 따라 고기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장식 축산이 도입된 후 너무나 흔해졌다. 암,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풍요의 질병'이 사회에 만연할 정도로 먹게 되었다. 

대량 생산, 소비 시스템은 최소의 비용과 노동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성과 효율은 최대한 높이는 원리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이런 시스템에서 안락을 추구하고 고통은 피하는 동물의 본능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 쾌적한 환경에서 키우고 고통없이 죽이려면 비용과 노동이 들기 때문에 동물복지는 이윤추구의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습관적으로 먹던 고기만 줄여도...

젖소 역시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임신과 출산을 해야 젖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끼에게 오랜 기간 수유를 하는 모성애 강한 젖소가 강제 임신을 당하고 송아지가 태어나는 족족 강제 이별을 겪는 공장식 축산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페타의 사진.
▲ "나는 우유기계가 아니라 아기를 그리워하는 엄마입니다" 젖소 역시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임신과 출산을 해야 젖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끼에게 오랜 기간 수유를 하는 모성애 강한 젖소가 강제 임신을 당하고 송아지가 태어나는 족족 강제 이별을 겪는 공장식 축산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페타의 사진.
ⓒ 페타

관련사진보기


고통을 덜 주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원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실천의지를 표명하고 동물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나서서 인간도 아닌 동물을 위한 법을 만들어줄까?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나 자신부터 동물소비를 최대한 줄이면 된다. 시간과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 내 결심만으로 고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습관적으로 먹던 치킨, 햄버거, 햄, 소시지부터 최대한 줄여보자. 사소한 실천 덕분에 비참한 세상에 태어나지 않게 된 동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고기 없이 못사는 '육식주의자'도 실망하지 마시라. 국가에서 정한 복지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의 축산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있으니까. 오로지 먹히기 위해 태어난 동물에게 아름다운 삶과 죽음이 있겠냐마는,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고통을 줄이는 실질적인 대안이다.

붉은색 테두리 안의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12년 산란계(계란)를 대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여,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 육우, 젖소(우유) 순으로 시행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돼지고기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판매된다고 한다.
▲ 시판 중인 동물복지인증 계란 붉은색 테두리 안의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12년 산란계(계란)를 대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여,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 육우, 젖소(우유) 순으로 시행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돼지고기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판매된다고 한다.
ⓒ 동물자유연대

관련사진보기


공장식 사육 축산물보다 가격이 높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많이 먹어서 병드는 시대다. 이제는 "싸게 많이"보다 고통을 덜 주고 내 몸에도 좋은 고기를 "적당히"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동물이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 물질이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제도가 호응이 부족해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지해주고 발전의 여지를 마련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공기처럼 무의식적으로 소비해왔던 제품이 원래는 "남의 살"이었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나의 소비로 인해 고통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자. 내 작은 결심과 실천만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막을 수 있다. 일부러 동물단체를 후원하려던 사람이라면 이런 사소하지만 확실한 '구조 행위'를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 위에 소개한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게시글 보러 가기).


태그:#동물복지, #학대, #동물복지인증제도, #달걀
댓글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