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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바리스타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내일은청춘바리스타협동조합 김춘정 이사장
 실버 바리스타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내일은청춘바리스타협동조합 김춘정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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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제2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내일은청춘바리스타협동조합(아래 바리스타조합)'을 이끌고 있는 8명의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세요"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천진난만한 어린이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이들은 얘기한다.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라고…." 지난 4일, 8명의 실버들이 내일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들만의 아지트 '카페 티앤유(cafe Tea & You)'에서 김춘정 이사장을 만났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또 티앤유를 오픈하기까지 참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우리 같은 늙은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저를 포함한 8명의 실버들은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습니다."

올해 65세의 바리스타조합 김춘정 이사장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지난 7월 23일 협동조합 법인설립 등기를 끝마친 것부터, 서울 강남구 지원 마을기업 1호점 '티앤유'가 9월 27일 문을 열기까지 우역곡절도 참 많았다.

"사업계획서와 조합정관 만들기, 고통스러웠지만..."

이에 비하면, 강남구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받으며 보낸 약 1년여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주까지 다 본 예순이 넘은 나이에, 그저 취미삼아 시간을 보내기엔 이것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손에 쥐는 순간, 마음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8명의 실버들이 "강남구의 도움을 받아서 힘들게 딴 자격증인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보자"라며 의기투합을 했다.

자식들을 다 출가 시키고, 또 손주들의 재롱을 볼 나이지만 이들의 의기투합은 한 순간의 객기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그 의기투합은 바리스타조합과 티앤유를 잉태하게 된다.

"사업계획서와 조합정관을 직접 만드는 것이 8명의 할머니들에겐 고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냥 포기해 버릴까 수차례 마음도 먹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8명의 할머니들이 매달렸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고치고 또 고치고 해서 결국 우리들의 손으로 사업계획서와 정관을 직접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춘정 이사장의 말 속에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가 엿보인다.

8명의 실버들이 컴퓨터 자판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만든 모든 서류가 만들어지자, 조합 설립은 한층 더 박차를 가한다. 마을공동체 전문가 미팅, 인큐베이터 설명회 개최, 협동조합 및 여성일자리 포럼 참석, 지역상권 조사, 구청과 서울시 방문 등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또 티앤유 오픈에 꼭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강남구청과 서울시에서 두 차례의 사업설명회도 진행했다.

사업설명회를 위해 프리젠테이션도 그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준비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 결과, 서울시 마을기업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정된 바리스타조합은 시로부터 5년 내 상환조건으로 공간임대보증금 1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강남구립논협도서관의 도움으로 매주 50여 권의 새책들이 이곳에 공수된다. 티앤유를 찾는 사람들은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강남구립논협도서관의 도움으로 매주 50여 권의 새책들이 이곳에 공수된다. 티앤유를 찾는 사람들은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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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마련한 보금자리... 이익 창출 공간 아냐

한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한 김춘정 이사장은 "이젠 됐다 싶었다"라고 생각했지만, 강남 한 복판에서 공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 다시 8명의 실버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다 마침내 논현2동 주민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강남영동새마을금고 3층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강남구와 새마을금고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이곳도 마련할 수 없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귀뜸이다.

실버 바리스타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또 티앤유 오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증이나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독지가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 중에는 나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미 다른 조합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조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기 전에는 나눔의 정신을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8명의 실버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자, 우리들이 먼저 다른 이들로부터 나눔을 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티앤유는 지난 9월 27일 지역 사랑방으로 거듭나기 위한 힘찬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논현2동 주민센터 옆에 건물에 위치한 강남구 1호 마을기업 티앤유 내부 모습
 논현2동 주민센터 옆에 건물에 위치한 강남구 1호 마을기업 티앤유 내부 모습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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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앤유는 이익 창출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실버들의 일자리 창출공간으로서,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겐 체험학습 공간으로서, 언제든지 찾아와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공간으로서,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이 언제나 찾아와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으로서 티앤유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김춘정 이사장의 말처럼, 티앤유는 이제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나눔과 공생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 티앤유는 바리스타 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청소년과 어르신이 함께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까지 준비할 예정이다.

우선 이달부터는 강남구여성능력개발센터와의 MOU를 통해 준비된 청소년 체험학습이 두 차례 진행된다. 또 이들 중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을 위해 교육도 직접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이나 독거노인을 위해선 치료 상담사 역할까지 할 계획이다. 8명의 실버 중에는 상담사, 아나운서, 간호사, 합창단 출신의 바리스타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천우'를 '티앤유'라고 발음한다고 들었습니다. 'Tea & You'를 한 자로 쓰면 천우차방(天佑茶房)이 되는데, 이는 곧 하늘의 도움이 내리는 찻집이라는 뜻도 됩니다. 그래서 카페 이름을 티앤유라고 지었습니다."

김춘정 이사장이 지은 카페 이름처럼, 지역민들을 위해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내릴 수 있는 티앤유가 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신문 37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태그:#내일은청춘바리스타협동조합, #강남구1호마을기업, #김춘청, #바리스타, #서울시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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