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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 핵심 측근이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의원의 발언 뒤에는 이해찬 전 총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것은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 파다한 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지난 10일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힌 바 있다. 그는 "만약 이해찬 전 총리가 두 의원에게 그 같은 발언을 하도록 지시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한길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친노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지금 축구경기가 한창인데 선수가 감독 말 대신 벤치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뛴다면 그 경기가 어떻게 되겠냐"며 "벤치에 앉아 계신 분들은 좀 가만히 계셔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건 특검보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더 중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양승조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양승조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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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대표가 새누리당을 상대로 국정원 개혁입법 등 의회주의적 성과를 구체적으로 따내려고 하고 있는데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과 양승조 최고위원의 '선친 전철 발언'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정국운영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이 국민정서나 당론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우리 목표를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개인 소신 발언이 내부 편 가르기를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시킨다는 점을 감안해 각자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기 당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당시 김 대표가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의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조경태 최고위원 뿐 아니라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두 의원도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내고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북콘서트를 열고 적극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는 "당에서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투쟁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2017년 대통령선거만 보고 행동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선도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개인적인 정치활동에 나서면 당은 어떻게 되겠냐"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새누리당과의 4자회담에서 양특(국정원 개혁특위, 정치개혁특위)의 성과를 냈음에도 당내 친노 강경파는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연내 특검을 요구하면서 분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특검을 따내는 것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성과를 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지금 민주당은 야권재편을 통해서 어떻게든 내년 지방선거 승리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승조 "내가 3선 의원인데 누구 지시를 받나?"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민주당 친노 의원들은 발끈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의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최근 이 전 총리가 양승조 최고위원에 대해 한 말이라고는 국회 의원회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양승조 최고위원 잘하고 있다'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해찬 전 총리 측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당일 내 발언은 평소보다 오히려 약했다"며 "내가 누구랑 상의해서 할 만큼 심각한 발언도 아니었고, 명색이 3선 의원인데 누구한테 지시받고 상의해서 그런 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냐"고 불쾌해했다.

이어 양 최고위원은 "어제는 <조선일보>가 새누리당 발로 내 발언의 배후로 문재인 의원을 지적하더니, 오늘은 <오마이뉴스>가 당내인사 발로 이해찬 전 총리를 배후로 지목하는 것이냐"며 "내가 누구의 배후조종이나 받는 사람으로 보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소설은 그만 써야 한다"며 "사람을 매도하고 난도질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찔러야만 테러냐, 이런 말로 사람을 때리는 것이야말로 테러"라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오늘 우리 지역구에서 3천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내 발언에 대한 규탄집회를 연다고 했다"며 "이건 이승만정권 자유당 시절에 이 대통령에게 비판하면 테러를 가하던 백골단과 같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작년 대표선거 때 이해찬 전 총리의 선대본부장을 맡긴 했지만 이런 문제로 이 전 총리와 상의한 바 없다"며 "충청도에서 3선이나 한 국회의원이고, 지난 대선 때 뚜렷한 직책도 맡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장하나 의원은 "제 배후에 아무도 없어요"라면서 "아직 당내 정파를 잘 모르고 또 그 정파에 따른 관계의 정치가 너무 심각해 평소 다른 의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은 "김한길 대표 측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그것은 온건한 김 대표와 정치성향이 대척점에 서 있는 이해찬 전 총리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게 아니겠냐"며 "전혀 상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내 역학관계에서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 서 있는 한 의원은 "특검도입 등 연말 대회전 계획에 무언가 차질이 생겼다는 시그널 같다"며 "연말 대회전이 어렵게 되자 화살을 돌릴 또 다른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중요한 정치적 타이밍 때마다 실기하는 지도부에게 할 말은 많지만 민주당이 매번 사분오열 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려 다들 꾹꾹 참고 지도부에게 일임한 채 따라가는 상황인데 그런 말이 나온다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승조 최고위원은 당내 계보상 손학규계"라며 "설사 양 최고위원이 그런 발언에 앞서 정치권의 누군가와 상의를 했다고 해도 이해찬 전 총리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양승조·장하나 규탄 장외 집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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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장외 집회를 연다. 양 최고위원의 지역구(천안갑)가 있는 충청도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당이 자체적으로 릴레이 규탄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충남도당측은 12일 오후 2시 천안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충남 지역 의원들과 당원 등 3000여명이 참여해 막말규탄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성완종 충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인제, 이완구 등 충남 지역 소속 새누리당 의원 7명 전원이 참석한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충북 지역에서 규탄대회가 열리고, 12일 이후에도 시·도당 형편에 맞춰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는 문 의원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2일 양승조·장하나 의원 발언 논란과 관련, 발언의 배후로 문재인 의원을 지목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겨냥해 반격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정책-약속살리기 연석회의'를 열어 "최근 몇분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과잉반응을 보이고 호들갑을 떠는 게 계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한술 더 떠 엉뚱하고 뜬금없이 문재인 의원 배후설 운운하며 그야말로 문재인 흔들기와 생채기 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왜 느닷없이 문 의원을 끌어들이는지 국민은 뻔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문재인 배후설을 이야기하기 전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과 군 사이버사령부 선거개입의 배후와 몸통을 밝혀내는 일에 협조하라"며 "그것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고 특검의 당위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 원내대표는 "의원 발언으로 제명 운운한다면 우리도 김무성·서상기·정문헌·이정현·권영세 등 관련자들에 대해 얼마든지 제명안이나 사퇴 권고안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양승조,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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