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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국정원개혁특위에 국정원 자체개혁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도착,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 국회 도착한 남재준 국정원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국정원개혁특위에 국정원 자체개혁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도착,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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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국정원에 주문해, 5개월 만에 나온 자체개혁안을 두고 야당·시민사회·학계에서는 "쥐꼬리만도 못한 개혁안"이라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대선 개입 의혹의 한 가운데 있는 심리전단을 유지해, 방어심리전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는 계속 인터넷 댓글을 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정원은 대한민국 정체성·역사적 정통성 부정 등에만 대응하기로 했지만,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또 다른 정치 개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국정원은 또한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정보원 상시출입 제도를 폐지하고, 전 직원의 정치개입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 또한 실효성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국내정보 수집기능 축소·폐지, 대공수사권 이관·폐지는 언급조차 없었다.

또한 여야 4자회담에서 합의한 의제인 국회의 통제강화도 무시했다. 이는 6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말한 "여야 합의대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결국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 못한 만큼, 국정원개혁특위를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자체개혁안은 참고 자료에 불가하다, 입법을 통해서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번 개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국정원을 실질적으로 개혁하는 일은 가시밭길을 걷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전단 유지... 댓글 달기는 계속 된다

국정원은 심리전단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했다. 심리전단은 지난 대선 때 최소 121만 건, 최대 2200만 건의 정치 관련 트위터 글을 생산·확산시킨 '정치 개입' 핵심 부서다. 국정원은 심리전단이 정치개입을 하지 않도록 운영방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심리전단의 존치는 정치 개입의 여지를 남겨놓는 것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 북한 지령·북한체제의 선전선동 ▲ 대한민국 정체성·역사적 정통성 부정 ▲ 반헌법적 북한주장 동조 행위에 대응하고 이적사이트에 대한 정보수집에만 심리전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정당·정치인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고, 심리전 시행 실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심리전 업무는 불법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의 주 업무는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보안업무,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수사 등이다. 국정원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심리전단 활동은 국정원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나 정부 내 사이버 전담부서에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댓글 달기는 국정원의 직무가 아니다, 이참에 관련 규정을 만들어서 심리전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댓글 달기를 정당화하고 국정원을 이데올로기 투쟁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으로, 국정원은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반성도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치관여금지' 법도 안 지키는데, 서약서는 지킬까?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정세균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간사가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기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대화 나누는 정세균-김재원-문병호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정세균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간사가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기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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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이날 자체 개혁안의 첫 번째 항목으로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정보원 상시 출입 제도 폐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 기관에 대한 출입은 유지하고,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정보원의 상시 출입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정치개입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국내정보 수집 기능 축소·폐지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문병호 의원은 "정보원 출입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그 요원들을 대북파트나 해외파트로 배정해야 한다"면서 "극히 일부만 폐지하겠다는 것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민주당에서 받기 어려운 개혁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직원의 정채개입 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겠다는 국정원의 방안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크다. 국정원법에 정치관여금지 조항에 있음에도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헌법상의 국민주권을 짓밟고 법위에 군림해온 국정원의 행태를 볼 때, 서약서 하나로 개혁을 다짐하겠다는 오늘의 발표는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한 부당명령 심사청구센터와 적법성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 준법통제처를 꾸려, 업무를 수행할 때 법률적 검토를 선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상명하복이 엄격한 국정원 조직문화에서 과연 얼마나 작동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외부의 통제 거부... 남은 건 외부로부터의 개혁

국정원은 국회의 예산 통제 강화를 거부했다.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은 "현재 국정원은 정보위에 인건비·시설비·사업비로 구성된 세부 예산 내역서를 제출하고 예결산 등 국회 통제를 받는다"면서 "미국·영국·독일 등 전 세계 어떤 정보기관도 예산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되면 조직의 역량이나 공작 내용 등이 노출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북심리전단 예산 150억 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아 야당의 반발을 산 적 있다. 또한 국정원이 '국정원 댓글녀' 김하영씨의 민간인 조력자에게 지급한 활동비 3080만 원의 출처 역시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예산결산의 파행을 불러온 바 있다.

국정원은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수사권 폐지에도 눈을 감았다. 김관영 대변인은 "국정원의 자체개혁안은 정치에 개입한 직원에 대한 처벌이나 대공수사권 존폐 여부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처벌조항이 없는 금지조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개혁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정개혁특위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은 다르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국정원이 방첩기관·대공수사정보기관으로서 자체적인 개혁안을 통해 활동 내용을 혁신하려는 노력과 많은 고민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의 난항이 예상된다.


태그:#국정원이 셀프개혁안은 '댓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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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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