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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음을 여미고 원통한 영령들 앞에서 눈을 좀 더 맑게 뜨려 합니다. 당신의 진정한 해방과 평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똑똑히 보려 합니다. 구천에서조차 피눈물 마르지 못한 당신에게 인권과 명예를 되찾아 드리는 것이 당신의 평화이자 우리의 정의임을 가슴 깊이 새기려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가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이 '창원시 여성발전기금사업'의 하나로 행사를 연 것이다.

추모제는 김대하 창원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아리랑예술단 김선희씨의 진혼무, 정도영씨의 헌다례 등의 순서로 열렸다. 창원민예총 대표 김유철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고, 지역가수 배진아씨가 추모곡을 불렀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아리랑예술단 김선희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아리랑예술단 김선희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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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단상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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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고생이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읽었다. 강새봄(함안고) 양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정말 참지 못할 것 같다. 일본의 잔인한 행위에 치가 떨린다.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을 때마다 저희들이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일본의 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평생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할머니들의 아픔을 헤아리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정(마산여고) 양은 "누가 봐도 잘못된 이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니 분노스럽고, 할머니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할머니들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할머니를 사랑하니까 실천하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공부해서 명예 회복이 되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경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요즘 정신없이 바쁜 때이고, 발등에 떨어진 사안들이 많은데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아직도 구천을 헤매면서 원통한 피눈물을 딱지 못하는 영령들이 여기 오신 정성만으로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이 세상 어디에 비해서도 말을 못하고, 스스로 원통함을 풀 수 없는 분들이다"며 "배운 것도 권력도, 연줄도, 사회적 기술이 있나. 한참 세상을 살아가고 힘을 기를 나이에 폭력에 당하셨던 분들이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대표는 "할머니들은 억울해도 탄원서를 쓸 줄 알았겠나. 본인의 기막힌 억울함을 스스로 풀 수 없는 가장 힘없는 분들이다"며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우리가 포기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아무리 바쁘더라도 잊지 말고 이 길을 함께 가자고 다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고등학생인 강새봄(함안고), 이효정(태봉고) 양이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고등학생인 강새봄(함안고), 이효정(태봉고) 양이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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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창원민예총 대표 김유철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창원민예총 대표 김유철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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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할머니들의 사진 보면 주름 투성이지만, 작고 여린 소녀였고, 아름다웠을 그 모습을 떠올려 보면 저 자신이고 저의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우리는 이 땅에 일하는 노동자들인데 앞으로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쓸 것인지 걱정이다"며 "역사 교과서에서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군이 좋아서 일본군대를 따라다닌 사람으로 기술해 놓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올바른 역사냐. 국가가 자신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철 시인은 추모시를 통해 "… 다시는 왜놈에게 이 땅을 빼앗기지 않으리다. 다시는 양놈에게 이 땅을 빼앗기지 않으리다. 다시는, 다시는 꽃들이 가는 길을, 조국의 누이들이 가는 길을 눈물로 보내드리지 않으리다"고 외쳤다.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사람은 전국 237명이었고, 이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56명뿐이다. 경남지역 신고자는 134명이었는데, 8명만 살아 있다.

이날 위령제에는 창원지역 생존자 3명(89세, 83세, 83세)의 할머니가 참석했다. 무대에는 창원지역에서 살다 돌아가신 정서운, 강도아, 김음전, 김종순 할머니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은 2014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창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비를 세우기로 하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정도영씨가 '헌다례'를 위해 차를 우려 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정도영씨가 '헌다례'를 위해 차를 우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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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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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창원민예총 회원 배진아 가수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창원민예총 회원 배진아 가수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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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이경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1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위령제"에서 이경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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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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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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