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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고성생명환경쌀 수확 현장
2011고성생명환경쌀 수확 현장 ⓒ 이상옥

풍악소리가 어깨춤을 추는 걸 보니
바야흐로 백악기로 접어드나 보다
- 이상옥의 디카시 <공룡나라 고성 2>

이 디카시 작품은 2011 전국문인초청 '고성생명환경농업' 디카시(詩)체험한마당 행사 때 쓴 것이다. 경남 고성은 공룡발자국화석지를 배경으로 고성공룡세계엑스포로 유명하고, 또한 생명환경농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디카시체험한마당 행사 때 생명환경벼 수확 현장에 참관하여 풍물패의 어깨춤을 보면서, '이렇게 바로 백악기의 판타지가 펼쳐지는 것이구나' 하고 썼던 것 같다.

백악기의 상족암 공룡발자국화석지의 겨울바다

지난 주말 백악기의 상족암 공룡발자국화석지의 겨울바다를 찾았다. 겨울에는 꽃을 볼 수 없으니, 겨울바다가 생각나는 것인가. 김남조의 <겨울바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 미지의 새 / 보고 싶었던 새들이 죽고 없었네. //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 매운 해풍에 / 그 진실마저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 허무의 / 불 /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 나를 가르치는 건 / 언제나 /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김남조의 화자처럼 나도 겨울바다에 가 본 것이다. 공룡나라 고성 상족암 공룡발자국화석지의 겨울바다는 푸른 바다와 암반과 해송이 주조로 어우러져 일품이다.

 상족암 겨울바다 정경
상족암 겨울바다 정경 ⓒ 이상옥

나는 요즘 그동안 방치되었던 시골집을 리모델링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당에 옮겨 심은 나무들이 새 잎을 틔우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고, 또 마당에서 상록패랭이와 꽃잔디와 채송화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한려수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해변의 넓은 암반에 찍혀 있는 백악기 공룡의 발자국과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싼 기암절벽, 그 위를 바닷물만큼 푸른 빛깔로 청청한 해송이 드리워진 상족암군립공원은 봄이 아니어도 좋았다. 

바닷가 작은 물웅덩이가 공룡발자국화석, 1982년 발견

공룡발자국화석지로 상족암이 널리 알려진 것은 바닷가에 작은 물웅덩이 250여 개가 연이어 있는 것이 바로 공룡발자국이라는 사실이 1982년에 확인되었고, 이것이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상족암 일대는 1억5000만 년 전에는 호숫가 늪지대였는데, 이곳에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하여 발자국이 남겼고, 그 위에 퇴적층이 쌓이면서 암석으로 굳어졌던 것이다. 그 뒤 지형변화로 지층이 융기하고 퇴적층이 파도에 씻겨 공룡 발자국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상족암 바닷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바, 그 경관이 정말 천하제일이다. 이 지역은 지형적으로 해식애(海蝕崖)라고 하는데, 파도에 깎인 해안지형이 육지 쪽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해식애 앞에 있는 암반층을 파식대라고 한다. 이 파식대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다. 해식애 암벽은 수성암(水成岩)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밥상다리 모양이라 하여 상족(床足)이라고도 하고, 여러 개의 다리 모양이라 하여 쌍족(雙足)이라고도 한다.

 테크길을 걸으며 공룡발자국화석과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테크길을 걸으며 공룡발자국화석과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 이상옥

 공룡발자국화석이 선명하다
공룡발자국화석이 선명하다 ⓒ 이상옥

상족암의 아름다운 경관은 원경도 좋지만 근경도 좋다. 아름다운 경관을, 나무테크길을 천천히 걸으며 음미해 보는 건 최고다. 겨울바다, 파식대 암반에 찍힌 공룡발자국, 청청한 해송이 어우러진 상족암 일대는 고성 하일면 소재인데, 현지 사람들은 천하에 제일 살기 좋은 면인 천하제일면을 줄인 말이 바로 하일면이라고 스스로들 생각하고 있다

생전 김열규 교수도 하일면은 천하제일경이라고 자랑

겨울 상족암은 어디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생전 김열규 교수도 하일면은 천하제일경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상족암에서 김남조의 <겨울바다>를 마저 읽어본다. "남은 날은 / 적지만 // 기도를 끝낸 다음 / 더욱 뜨거운 혼령을 갖게 하오서. // 남은 날은 / 적지만...... // 겨울 바다에 갔었지. / 인고의 물이 /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겨울바다는 모든 것이 소멸된 허무의 바다처럼 보이지만, 그 허무를 극복하고 견디는 인고의 바다이기도 하다. 천하제일경 상족암 겨울바다, 나무테크길을 걸으며 봄을 기다려 본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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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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