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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신속한 총살 집행은 충격적이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충격은 서울보다 오히려 평양 시내가 더 클 수 있다. 장성택은 북한의 노동당과 군, 행정부에서 오랫동안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해 왔다. 오랫동안 사실상 북한의 2인자 노릇을 해왔다.

장성택의 이런 경력을 볼 때 북한의 고위 관리들 가운데 장성택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예상되는 후속 숙청 때문에 평양의 고위관리들은 전전긍긍할 것이고, 평양의 잠 못 이루는 밤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평양의 수많은 고위관리들 머리 위에 핵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장성택 처형은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성택을 신속하게 처형한 것은 장성택의 비중이 북한 내에서 막중하기 때문이다. 장성택을 신속하게 처형하지 않을 경우 장성택 추종세력들의 동요를 조기에 제압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추가적인 숙청과 그 후유증을 수습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분간 김정은 체제의 목적은 북한의 안정화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나 대외정책에서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유지해온 수준을 관리하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동요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 상황 때문에 북한이 내부결속이나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내부결속을 위한 도발은 불안정한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내부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대외도발은 내부혼선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국면전환을 위한 파격적인 대외개방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 단기적으로는 내부결속을 위한 국지적인 도발이나 국면전환을 외한 대외개방정책보다는 내부단속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2인자라고 할 만큼 역할이 막중했다. 장성택의 처형은 그만큼 후유증이 크다는 의미다. 평양에 떨어진 핵폭탄급 파문을 수습하고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경질한 이후부터 대대적으로 김정은 유일체제를 강화하는 선전활동에 들어갔다. 내부 안정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에는 유일체제에 대한 선전작업을 더욱 더 강화할 것이다.

장성택의 중대한 죄목으로 언급된 남북관계

북한은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바로 집행했다.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북한은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바로 집행했다.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 노동신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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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적으로도 북한의 대외개방정책은 장성택 숙청의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13일에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에는 대외개방정책이나 대외관계, 남북관계도 장성택의 중대한 죄목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 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3. 12.13)

<조선중앙통신>에서 언급한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다리는 전략'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말한다. 장성택의 죄목이 미국과 한국정부의 대북정책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일종의 북한판 '종남'세력으로 몰린 것이다. 향후 북한에서 대미정책과 대남정책에서 기존의 정책과 다른 전향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12월 10일자에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 남조선 괴뢰 역적 패당'을 거론하면서 "장성택 일당은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만고의 역적무리"라고 말했다.

심지어 <조선중앙방송>은 "장성택 일당이야 말로 리승엽과 박헌영 일당과 꼭 같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극악한 종파무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장성택이 이렇게 미국과 남한에 편승한 역적이고 이는 박헌영 일당과 같은 종파행위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북한내부에서 대남, 대미 정책의 추동력이 생기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제에 편승한 역적 장성택?

또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보면 "장성택은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자료들을 심복졸개들에게 류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하였으며 가는 곳마다에서 돈을 망탕 뿌리면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는 구절이 있다. 대외경제에서 개방정책을 펼칠 경우 언제든지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북한 내부로 끌고 들어온다는 죄목을 뒤집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외개방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군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고"라고 말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자원을 매개로한 대외교역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그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는 구절을 볼 때 라선지대를 비롯한 경제무역지대 개방조치도 신축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라선지대는 경제무역지대인데 러시아로 철로가 연결되고, 중국으로 도로가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추진해온 시베리아 철도 연결사업의 거점지역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대륙철도 연결사업도 나선지역이 거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여파는 이렇게 북한의 대외개정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장성택 처형으로 내부에서 개방정책을 추진할 만한 추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북한이 유지해온 수준을 관리하는 이상의 대외정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악화되는 국제사회 여론과 고립되는 북한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이나 대남정책은 장성택 처형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 한국의 여론의 영향도 받을 것이다. 백악관은 장성택의 사형집행에 대해 "만일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 잔인함(extreme brutality)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고 밝혔다. 그동안 서방세계가 꼽은 북한의 비문명적 행태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피의 숙청'이다.

자신의 내부체제, 유일체제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진행하는 북한의 숙청작업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인 행태로 비치는 것이다. 장성택의 사형집행은 서방세계에 각인되어 있는 북한의 이미지를 재생시키고 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이러한 악순환 구조를 타파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요구해 왔다.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불신이 크다. 이렇게 몇 년 동안 북미관계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장성택의 처형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에서 소수인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장성택 처형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이나 언론보도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대응도 북한의 대남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철처한 대비를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차분하고 평화적으로 관리하더라도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여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북한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공포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은 앞으로 남북 화해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당분간 남북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차분히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확대로 민주주의 발전시켜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장성택 처형 '충격'... 군 관계자 대응 분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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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의 죄목 1호는 반당반혁명종파행위다. 1967년 갑산파 제거 이후 종파가 없어졌다던 북한에서 종파운운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불안정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종파가 없어졌다는 북한에서 종파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종파라기 보다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발전방향에 대한 다른 의견의 표출일 수 있다. 그런데 사상의 자유가 용납되지 않은 북한이라서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반공화국책동에 편승했다며 무자비하게 숙청된 것이다. 유일체제가 유지되는 북한 시스템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봉건적 독재체제인 이유를 백일하에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것은 사람의 입을 막는 봉건적 속박이 민주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더욱 더 발전시키는 것이 장성택 처형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야당의원의 발언을 가지고 제명을 시도하고, 반대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공안통치는 남북의 적대적 상호의존만을 심화시키게 된다. 장성택 처형을 구실로 해서 국정원 개혁을 미루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도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다.

남북 강경세력이 적대적으로 대결하면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 북한의 변화, 한국의 민주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키우는 것만이 3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해가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며 북한을 변화와 발전의 길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창수 기자는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이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태그:#장성택, #남북관계, #개혁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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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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