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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장에서 다량의 수면제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던 여성의 남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1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권아무개(51)씨의 남편(57)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사는 주민 권씨는 하루 전날인 13일 오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공사장의 펜스와 붙어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유서를 써놓고 자살을 기도했다.

권씨 남편은 진정서에서 "당시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실로 어이 없다할 정도로 반생명적이며 반인권적이어서 엄중하게 조사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아 줄 것"을 부탁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주민들이 농성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해 놓았고, 진입로 위에 경찰(원안)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주민들이 농성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해 놓았고, 진입로 위에 경찰(원안)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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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에 보면, 권씨는 13일 오전 11시경 96번 철탑 공사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으로 올라갔다. 주민들은 이곳에 황토방을 지어놓고 농성해오고 있었는데,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던 한국전력공사는 11월에 들어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황토방에서 계속 농성하기를 요구했고, 대책위의 긴급구제신청을 받은 국가인권위의 중재로 마을 주민 2명에 한해 황토방에 올라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권씨는 거의 매일 이곳에 올라갔고, 농성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밥을 지어 가져가기도 했다.

권씨 남편은 진정서에서 "평소 경찰은 매일처럼 농성장에 나와 주민들의 밥을 해 주는 아내 얼굴을 몰랐을 리 없었지만, '주민증 제시'를 요구했고, 아내는 그것 때문에 매우 화가 나서 경찰과 다투었으며, 흥분된 마음으로 산에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권씨가 황토방에 올라갔을 때 경찰이 채증을 했다는 것. 이에 대해 권씨 남편은 "20여분만에 산을 올라 황토방에 도착했는데, 그 때 경찰이 채증을 시작했다고 한다"며 "아내는 이미 경찰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채증을 새롭게 할 이유도 없으며, 불필요하게 아내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권씨는 이날 오후 2시경 수면제와 평소 처방 받아온 약 50~60알을 소주와 함께 마신 것으로 보인다. 권씨 남편은 "아내는 2시13분경 저한테 전화를 해서 '수면제를 먹었다'고 말했다"며 "전화를 받고 곧장 올라갔고, 동네 주민한테 연락해서 함께 올라가던 도중에 그 주민이 대책위와 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권씨 남편은 경찰이 허위사실을 발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농성장에서 경찰과 맞부닥치게 되었는데, 경찰은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해서 '내가 남편이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놀라서 다리가 풀려 올라갈 수 없었고, 같이 갔던 주민한테 먼저 올라가라고 부탁했는데, 경찰이 그 주민한테도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해 차량까지 다녀오는 등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흥분되어 있는 가족한테 주민증 제시를 요구하고, 실랑이 와중에 경찰은 '육하원칙대로 해야지'하는 이야기도 했다"며 "경찰은 아내가 술만 마셨고 약은 먹지 않았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허위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권씨 남편은 "황토방 안에는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고 번개탄도 있었다고 하며, 유서도 발견되었다"며 "사고 이후 제일 먼저 황토방 문을 따고 들어간 경찰이 이를 못 보았을 리 없고, 그런데 왜 '들것'을 든 119구급대원도 올려보내지 않고 헬기로 구급신청도 하지 않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산으로 올라간 대책위 사무국장과 마을 주민 등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반강제로 119 들것에 아내를 싣고 산길을 타고 내려와서 2시경에 약을 먹은 아내가 2시경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병원에서 의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세척은 2시간 지나면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권씨 남편은 "경찰은 현장 입구에서 평소 잘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주민증 제시를 요구하여 사람을 자극하고, 불필요하고 불법적인 채증을 하여 사람을 또 한번 자극하여 격앙되게 만들었다"며 "그리고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급히 달려가는 저와 주민들에게 주민증 제시와 6하원칙 운운하면서 시간을 지체하고 격분하게 하였으며, 허위사실을 발설했다"고 밝혔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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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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