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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학원을 가는 길이었는데, 불량청소년들에게 우리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고아원에 사는 조용한 친구였습니다. 거리에서 그 불량청소년들은 그 친구를 때리고 돈을 뺏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가 났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시내의 거리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어른들도 쳐다만 볼 뿐 그 누구도 돕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불량청소년들에게 반항을 하며 냅다 뛰어갔습니다. 괴롭히는 아이들 또한 바로 그 친구를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뒤를 바로 따라갔습니다.

불량청소년들을 쳐다보며 크게 소리쳤다

어느 지점에 가자 불량청소년들이 멈춰 섰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조용히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불량 청소년들은 그 친구를 찾고 있는 듯했습니다. 더욱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제 친구들은 제게 '학원으로 가자'며,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불량청소년들을 쳐다보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야!!!!!!!!!!!!!!!!!!!!!!!!!!!!!!!!!"  

놀란 제 친구들은 '미쳤냐'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친구들은 제 팔을 끌어당기며 '제발 가자'고 하였습니다. 저도 제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뒤돌아설 순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말렸지만 전 똑똑히 그 아이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저를 쳐다보더니, 더 이상 그 친구를 찾지 않고 다른 길로 갔습니다.

제 친구들은 저를 혼냈습니다.

"난 이럴 땐 조용히 빠져야 한다고 들었어. 우리 부모님은 이런 일 있으면 모른 척 지나가라고 했어."

그리고 학원에 도착하여, 친구들은 저의 행동을 선생님께 알리며, 혼내달라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던 그 선생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잘했다고 말하고는 싶지만 잘했다고 할 수가 없구나. 나도 혈기왕성할 땐 그렇게 했었지. 청지야 너가 조금만 나이를 먹고, 잃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것들이 생기면 더 이상 넌 용기를 낼 수 없을 꺼야. 나도 내가 지켜야 하는 가정이 생긴 후론 그럴 수가 없어."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켜야 하는 나의 소중한 것들, 그리고 내가 가장 지키고 싶어하는 정의와 그에 따르는 나의 신념. 어른이 돼서도 지키고 싶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행동하는 자가 되고 싶다. 내 자신에게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중학생 때보다 지금 세상이 더 두렵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로 주목받게된 고려대 주현우씨와 이에 동참하는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행진을 앞두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우리 안녕하지 않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로 주목받게된 고려대 주현우씨와 이에 동참하는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행진을 앞두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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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때가 십년도 더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며칠 후면 저는 25살이 되고, 아마 이 나이는 그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른이라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한 번 살펴봅니다. 참으로 많은 방들이 내 마음에 있습니다. 그 중에 저기 저 먼 구석 자리에 낡고 오래되며 문고리조차 떨어져있는 한 방이 보입니다. 그 방 앞에 조용히 다가가 봅니다. 그 방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야!!!!!!!!!!!!!!!!!!!!!!!!!!!!!!!!!"

이상하게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몸무게가 늘어나고, 키가 크고, 세월이 갈수록 난 세상에 좀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 했는데 왜 이렇게 반대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세월 가운데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은 빛바랜 채  더 이상 소중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이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중학생 때 보다 지금 세상이 더 두렵습니다.

세상은 자신의 신념을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쳤다고 하며 바보라고도 합니다. 저도 바보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전 아직 빈털터리라 감히 용기를 냅니다. 이 땅의 바보가 되기로 한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태그:#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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