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인데 월 5만 원대 전기요금을 냈어요. 몇 달만에 노력 끝에 1만 원대로 줄였어요."
대전지역 절전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오후 7시 대전둔산도서관 시청각실. 11명의 참가자들이 참여해 절전 비법을 놓고 서로 겨뤘다. 60여 명의 청중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6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는 주부인 김은경 씨는 "월 400kW를 써오다 한 달 만에 231kW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청중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기 전력을 일일이 측정한 후 새는 전기를 막기 위해 멀티탭을 모두 바꿨어요. 전기밥솥은 압력솥으로, 정수기도 정수 기능에 온·냉수 기능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요금은 ↓... 가족애는 ↑" 뒤이은 김춘희씨는 한술 더 떴다. 김씨는 "전기매트를 네 개에서 두 개로 줄이고 욕조를 없앴다"며 "전기요금이 예전보다 5만 원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매트를 줄이니까 가족 간 관계도 두터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미라씨와 정경미씨는 각각 "전기제품 사용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기제품 구입도 가급적 안하고 있다"며 "불편하게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고 밝혔다.
권채숙씨는 다른 사람들이 공개한 비법에다 또 하나의 비법을 얹었다. 그건 바로 '잔소리'.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월 371kW를 썼어요, 그러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185kW로 줄었습니다, 비결이요? 잔소리입니다, 불 꺼라, 플로그 뽑아라 잔소리를 하다 보니 사용량이 확 줄었어요.""절전방법은 평범했지만 과정은 특별했다"
발표자가 늘어날수록 비법도 늘어갔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청소하고 아이들은 절전노트를 씁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절전으로 학교에서 표창장도 받았어요."(홍미숙씨)"시골에 계신 부모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절전이 습관처럼 몸에 붙었어요, 부모님이 쓰던 선풍기를 대물림해 쓰고 있고 가족 모두가 어지간한 거리는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절전은 습관입니다."(석은자씨)"전기 소비량이 많은 오디오 대신 소형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어요. 세탁기 플러그도 항상 빼놓습니다. 월 100kW대 꿈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김보희씨)"온 가족이 불끄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강선란씨) 이날 절전고수들이 내놓은 절전방법은 평범했지만 그 과정은 특별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지훈 학생은 가족들이 조금씩 절전을 실천하면서 가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재미있게 설명했다. 이주희씨는 전기료 1만 원대 유지비법을 설명한 뒤 "외국에서 생활해보니 한국이 얼마나 전기를 낭비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며 "절전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을 쓰레기 더미에서 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절전왕 "절전고수 비법은 몸에 밴 습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대전발전연구원 이소라 연구원은 "발표자들은 어디서 전기가 새는지를 알고 불편함에 익숙해질 때까지 절전방법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며 "얼마만큼 줄였나가 아닌 어떻게 줄였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가를 눈여겨 보게 됐다"고 말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공통적인 비법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절전 방법을 온 가족이 실천하는 데 있었다"며 "절전은 가정의 행복뿐 아니라 지구의 평화를 실천하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형철 심사위원(대전 서구청 환경과 계장)은 주최 측에 "절전운동이 가정과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 지 발표된 사례를 적극 알렸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절전왕은 대를 이은 절전 실천사례를 소개한 석은자씨가 차지했다. 석씨에게는 150W급 태양광발전기와 4인용 압력밥솥이 상품으로 수여됐다. 이날 행사는 대전마을절전소 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주관했다. 후원단체 및 기관은 한국가스공사충청지역본부와 녹색연합·네이버해피빈·서구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