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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에 의해 신고당한 A 학생이 쓴 '안녕 대자보'.
 교장에 의해 신고당한 A 학생이 쓴 '안녕 대자보'.

18일 오전 6시쯤 '방송 작가'가 꿈인 한 여학생이 서울 H여고 교문 안 담벼락에 벽보를 붙였다. '안녕들 하십니까?'란 내용이 들어가 있는 이른바 '안녕 대자보'다.

"전화하신 교장 선생님, 신고 사실 말 안 해"

이 학교 3학년인 A학생이 쓴 벽보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느냐'는 안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들려오고 있다. '우리들' 중 하나인 저는 그들의 안부에 답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날 H여고에는 모두 최소 두 종류의 안녕대자보가 붙었다. A학생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 명의 학생도 안녕 대자보를 붙였다. A양을 비롯한 학생들이 벽보를 붙였다는 교사의 보고를 받은 해당 학교 교장 윤아무개씨는 곧바로 노원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벽보를 붙인 A양을 비롯한 학생들을 신고했다. 10분 만에 출동한 경찰들은 학생들이 붙인 벽보를 압수해 갔다. (관련 기사 : 고교생이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해당고교 교장, 경찰에 즉시 신고 논란)

이날 오후 A학생은 "우리들끼리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하려는 것까지 경찰에 신고한 것은 저희를 생각한 행동이 아닌 것 같다"면서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앳되고 밝았다. A양과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쯤부터 30여 분간 통화를 통해 두 차례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안녕 대자보'를 왜 붙였나?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나 해라'는 그런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공부를 하다 보니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냈어요. 그런데 이러다가 정부가 무슨 행동을 해도 우리는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정치적인 색깔은 빼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대자보를) 붙였어요."

- 이런 행동에 대해 교장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나?
"방금 들었어요. 아니 제가 뭐를 잘못했다고 그렇게 경찰까지 불렀는지 의아함이 먼저 들었어요. 섭섭하기도 했고요."

- 교장은 불순세력이 들어온 것 같아 신고했다고 하는데.
"좀 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신고부터 했잖아요. 그것은 저희보다는 학교 명예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화가 나요."

- 경찰에서는 연락이 왔나?
"아직 오지 않았어요."

- 교장과는 통화하지 않았나?
"오늘 아침 8시쯤에 학교 번호가 뜨기에 전화를 받았더니 교장 선생님이었어요. 교장 선생님은 '이거 정말 네가 계획하고 네가 붙인 거냐'고 물어보시고 '같이 있던 애들은 아는 애들이냐'고 물으셨어요.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어서 무섭진 않았어요."

- 교장은 오늘 오전 7시에 신고했다. 신고했다는 말하지 않던가?
"그런 말 하지 않으셨어요. 별다른 말씀하지 않으시고 전화 끊으셨어요."

- 사태가 커진 것은 교장 때문인데.
"친구들이 얘기해요. 아니 그게 어떻게 신고가 될 일이냐고. 그거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 교장 선생님은 학생을 보호하시는 분인데.
"솔직히 말해서 많이 화나죠."

- 그렇지만 '성숙하지 않은 고교생이 학교에 정치적인 것을 붙이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도 있다.
"근데, 솔직히 비약일 수도 있는데 역사적 상황을 볼 때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했잖아요. 4·19 때는 초등학생까지…. 학생이니까 정치 참여를 조금은 제한할 수 있겠지만 소통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표현하는 것까지는 막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게 검열이지 뭐예요."

- 교장은 불순세력이 개입한 게 아닌가 해서 신고했다고 하는데.
"제가 분명히 벽보를 붙인 다른 학생들도 학생 같았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불순세력이라는 건 변명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 외부 불순세력이나 교사들이 부추긴 것 아닌가?
"아니에요. 3일 전부터 제가 직접 썼어요. 뭘 써야 할까 고민을 했어요. 오늘도 아침 6시 조금 넘어서 애들 등교 전에 갔어요."

- 불순세력 테스트 같지만 하나 더 물으면... 외부 서클은 없나?
"그런 곳에 가입한 게 없어요."

"불순세력이라는 것은 교장선생님 변명, 그런 것 없다"

- 대자보 붙일 때 가슴이 떨렸을 텐데.
"솔직히 그랬죠."

- 교장은 대자보 붙이려면 학생부 도장을 받아야 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몰랐어요."

- 지금 심경은 어떤가.
"되게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신고까지 하니까 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 계획은?
"수능에 집중해오다 이제 다 끝났으니 세상을 눈으로 겪고 싶어요. 촛불시위도 가고 싶고요."

- 부모님은 알고 계시나?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부모님도 교장선생님이 신고하신 것을 아직 몰라요. 부모님이 야단은 치지 않고 '솔직히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마냥 잘했다고 칭찬해주긴 그렇다'고 말씀하셨어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안녕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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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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