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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유미씨가 사망한지 6년만에 힘들게 시작돼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과 삼성전자와의 교섭이 첫 자리부터 시민단체 활동가의 자격 문제를 놓고 파행, 소득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양측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 건강권 대책에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관련기사: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6년 만에 협상 시작)

전자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아래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약 2시간 여간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삼성 측이 거론한 자격 문제로 인해 협의내용은 얘기도 못 한 채 협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18일 오후 3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교섭에 참석했다.

이씨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교섭을 시작하자마자 "반올림은 실체가 없으니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오라", "위임장이 없으면 협상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양측 교섭단은 자격 문제를 놓고 약 2시간 30분 동안 실랑이를 벌였으나 끝내 입장을 모으지 못했다.

반올림은 이 날 밤 9시께 논평을 내고 "6년 만에 열린 귀중한 본교섭이 시작부터 교섭 주체에 대한 자격 시비로 점철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올림 활동가를 교섭단에 포함하는 내용은 삼성도 이미 합의했던 사항"이라며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도 삼성인데, 이제 와서 '자격이 없다'며 위임장을 갑자기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본협상 당시 자격 논란을 제기한 점은 인정했지만, 이는 실무협상 때부터 얘기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홍보팀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사는 실무협의 때부터 (반올림 활동가들에) 계속 위임장 지참을 요구했다, 당연히 본협상에서도 위임장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황상기 교섭단 대표(삼성 백혈병 희생자 고 황유미씨 부친)와 정애정 교섭위원(삼성 백혈병 희생자 고 황민웅 씨 아내) 등 피해 유가족들은 반올림을 교섭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6년 넘게 삼성과 싸워오면서 항상 반올림 이름으로 같이 싸웠다"며 "반올림이 곧 피해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1차 교섭의 파행으로 2차 교섭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삼성은 "이후 협상에도 성실하게 임하겠지만, 구체적인 협상일정 등은 아직 나온 게 없다"며 "환자와 가족 분들의 대표성을 입증할 위임장을 가져오기 전에는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 말대로 피해당사자들과 개별 교섭을 하면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재발방지나 건강권 실현에 대해서는 보장받기 어렵다"며 "반올림을 협상 주체로 인정하는 게 삼성이 이제껏 했던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삼성#삼성 백혈병#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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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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