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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9일 '개가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갑니다'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9일 '개가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갑니다'는 글을 올렸다.
ⓒ 홍준표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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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JoonPyoHong)에 올린 글입니다. 홍 지사가 말한 '개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홍준표 하면 경남도민과 진주시민이 아니더라도 '진주의료원'이 떠오를 것입니다. 지난 2월 홍 지시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을 때 받은 충격은 매우 컸습니다. 아니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서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많이 담았기 때문입니다.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 서민과 현장, 신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당을 운영 하겠다. 한나라당이 '웰빙 정당'의 멍에를 벗고 명실공히 '서민 정당'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산파역할을 하겠다""-2011.07.14 관훈클럽 토론회
"한나라당과 정부의 서민정책강화는 좌클릭이 아니라 헌법정신의 구현과 당헌정신의 구현"-2011.08.02 KBS 1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
"서민 정책의 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2011.08.18 최고위원회의
"정치 16년동안 줄곧 해 온게 서민정책이고, 또 당에서도 서민정책위원장을 쭉 해왔다"며 "마찬가지로 경남도지사가 되면 '서민을 위한 도지사'가 되겠다"-2012.10.27 경남 거제에서 열린 정견발표회
"3·15 정신을 이어 받아 정의로운 도지사, 깨끗한 도지사, 서민 도지사, 그리고 도민화합과 균형발전을 이뤄내는 힘있는 도지사가 되겠다"-2012.11.05 3·15 국립묘지와 3·15 의거탑 참배
"앞으로 벼랑 끝에 놓인 대다수 서민의 삶, 소외된 사람들부터 꼼꼼히 챙기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서민 도지사가 되겠다. 가지지 못하고 힘 없는 사람의 편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2012.12.20 경남도지사 취임사

하지만 홍 지사는 서민들이 많이 찾았던 진주의료원을 폐업했습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마저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홍 지사가 말한 서민과 진주의료원을 찾았던 서민은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의료 자체가 공공성인데,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폐업하는 홍준표 지사를 보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다, 구부러진 도정을 바로잡고 침체된 도정에 활기를 불어넣는 1년이었다. 성과도 많았고 반대편의 비난도 많았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고 했습니다. '개'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를 의미할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린 모습. 지난 7월 26일 촬영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린 모습. 지난 7월 26일 촬영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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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은 이곳을 지나갑니다. 여름까지만 해도 진주의료원 뜰 안에는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건물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지난 7월 26일 진주의료원 표지석을 천막을 가린 것을 보고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더운 여름날 몸에는 땀이 배였지만, 마음은 서늘했습니다. '진주의료원' 간판이 떨어진 흔적을 보면서 반드시 간판에 새로 붙여지기를 바랐습니다. 서민을 그토록 입에 담았던 홍준표 지사에 대한 작은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11월 5일부터 가림막(펜스)를 설치했습니다. 가림막 설치 목적은 '재산권보호'였습니다. 가림막 설치 전까지는 의료원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의료원 뜰에는 들어가 집회도 하고,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막아버린 것입니다.

21일 진주의료원 모습. 들어갈 수 없도록 가림벽을 쳤다.
 21일 진주의료원 모습. 들어갈 수 없도록 가림벽을 쳤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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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늦게 진주의료원을 찾았습니다. 어둠이 깔리는 모습과 더 이상 의료원 뜰조차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어둠밖에 없는 진주의료원. 홍준표 지사 마음에는 어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민들은 진주의료원이 없다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고, 빨간불이 지속되면 어둠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입니다. 서민들에게 빛으로 다가서야 할 도지사가 오히려 어둠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홍 지사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는 말이 논란이 일자 20일
트위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도 개혁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취지의 은유법이지 국민이나 정부를 개에 비유한 직유법은 아니"라며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개혁을 주도할 때 한 말씀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하셨네요. 하지만 아직 개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분은 아닙니다. 그런데 홍 지사가 비유한 글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비슷한 말을 한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들었던 정문.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시 드나들 수 있을까?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들었던 정문.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시 드나들 수 있을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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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터넷판은 20일 <홍준표의 '개는 짖어도…', 알고 보니 북한식 표현?> 기사에서 "마거릿 미첼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개가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라는 구절이 원출처"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구절을 1993년 뉴욕에서 북한의 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을 때 강석주 당시 북 외무성 부상은 미국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앞에서 직접 영어로 이 구절을 인용했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북한이 위성 발사를 예고하면서 포스터를 공개했는데 '개는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하면서 북한 김일성 주석이 쓴 "진보적 민주주의"를 따르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물론 홍 지사는 북한이 이 같은 표현을 한 사실은 몰랐을 것입니다. 자신이 한 발언 출처를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민 좋아하셨던 홍 지사님 서민을 위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개혁이라고 말하고, 모두가 잘 사는 경남도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왠지 '헛말'로 들립니다.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홍 지사님, 혹시 영화 <변호인>을 보셨는지요. 돈 좋아했던 변호사 송우석이 "저 변호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독재권력(국가)가 진우를 고문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데 오히려 억압하고 탄압하고, 고문했습니다. 그토록 돈을 좋아했던 송우석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며 변호를 맡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돈 보다 생명이 더 중요합니다. 서민 좋아했던 홍 지사님이 돈 때문에 진주의료원을 폐업했지만, 돈 좋아했던 송우석은 시민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옵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고 외칩니다.

<변호인> 안 보셨다면, 꼭 보십시오. 서민 좋아했던 홍 지사님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고 하셨나요, 이 말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개는 주인에게만 충성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주의료원,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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