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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잠정은퇴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최근 <1박2일> 시즌 3의 캐스팅을 거절했다. 신동엽은 2년 연속 대상을 주기엔 KBS 한정 현상유지의 느낌이 너무 강했고, 종편이나 케이블에 외도가 잦다. 이경규가 대상을 받기엔 맡고 있는 <풀 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의 파괴력이 약하다. 이영자는 앞선 후보들보다는 가능성이 높지만, <맘마미아>가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밀려나 평일에 안착했다는 약점이 있다.  

남은 건 유재석과 김준호.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사람 중에 한 명이라 예측했다. 이제는 받을 때가 된 유재석이냐, KBS 공헌도의 일등공신 김준호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재석은 시상식의 한 꼭지인 '먹방상'을 수상했고, 김준호는 '갈갈이' 박준형 이후 <개그콘서트> 출신으로는 10년 만에 대상의 자리에 올랐다.

평일보다는 주말을 맡는 MC가 '갑'

 새롭게 시작하는 KBS <1박2일> '시즌3'
새롭게 시작하는 KBS <1박2일> '시즌3' ⓒ KBS

유독 KBS에서 만큼은 '무관의 제왕'의 타이틀은 유지하는 유재석이 오랫동안 자신의 친정에서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의 KBS에서 연기자가 대상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무조건이라 해도 좋을 만큼 주말 버라이어티를 맡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가장 광고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그 시간을 맡아주는 A급 MC에 명단에, 그러나 유재석의 이름은 KBS에게 있어서 늘 경쟁자의 편에 서 있다.

SBS <런닝맨>과 MBC의 <무한도전>은 KBS에게 있어서는 넘어서야 할 거대한 벽이다. 넘어서지 못한다면 차라리 무너져도 좋으련만, 견고한 철옹성의 이 주말버라이어티의 주인은 KBS에게 결코 달가운 상대는 아니다.

김준호도 약점이 없지는 않았다. KBS는 사건사고와 관련된 인물에게는 큰 상을 주기에 꺼려한다는 보이지 않는 룰이 존재한다는 것. 오랜 시간을 지나며 대중에게 다시 흡수된 신동엽의 케이스와는 달리, 원정도박이나 SBS <웃찾사> 이적과 관련하여 내홍을 겪는 김준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자연스레 대상을 수상하는 과정은 KBS가 가진 보수성을 생각하면 조금은 의외라는 지적이다.

결국 해답은 주말 버라이어티인 <1박2일>에 있다. 언제나 승리하는 <개그콘서트>를 제외하고는, 주말전쟁에서 유일하게 KBS가 내세울 수 있는 간판프로그램인 <1박2일>은, KBS 그들 스스로 룰을 유연하게 적용시킬 정도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2008년과 2009년 강호동에게 2년 연속으로 대상을 주었던 이유도, 2011년 <1박2일> 멤버 전원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결국 주말예능에 KBS가 거는 기대감의 반증이다.

만약 김준호가 <1박2일> 없이 <개그콘서트>의 이력으로만 유재석과 경쟁했다면 과연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이러한 주말 버라이어티가 가지는 무게감과 비례한다.

<해피투게더> 10년 VS <개그콘서트> 14년

 2013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김준호
2013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김준호 ⓒ 코코엔터테인먼트

유재석은 2003년부터 <해피투게더>를 진행했고 2005년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8년 동안의 무관. 많은 그의 팬들이 2013년 유재석의 대상을 기대했던 것은 그가 맡아온 이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다. 비록 주말 버라이어티는 아니지만, KBS의 간판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세월과 경력에 대해서는 김준호도 할 말은 있다. 1999년 <개그콘서트>가 태어난 이래, 한 세기가 넘어갈 때까지 14년의 세월 동안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버텼다. 물론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개그콘서트>의 프로그램 특성상, 김준호 단 한 명이 주는 무게감은 유재석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준호는 신진 개그맨들을 만들어내는 팜(farm)의 역할을 자처하며 계속해서 회사에 인재와 코너를 공급해주는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라는 강점이 존재한다. 소속 연기자들을 외부에서 관리하고 트레이닝시켜 실전에 배치시키는 KBS와의 공생. 그리고 이러한 강점은 현재 KBS 예능국에서 가장 큰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서수민 CP와의 신뢰관계로 이어졌다는 것은, 그가 올해 대상 수상이 매우 유력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김준호가 가지는 또 다른 강점은 그가 지닌 코미디에 대한 강력한 자부심과 열정이다. 자신의 코미디에 대한 철학을 동료들과 함께 책으로 출판하거나, 그 누구도 선뜻 손 대지 못했던 '코미디 페스티벌'을 추진하며 후배들을 끌어가는 그의 리더십과 감각은 유재석이 지니는 리더십과 좋은 비교대상이다. <개그콘서트>가 대상을 받아야 하는 한 명을 고르라고 했다면, 그 한 명은 단연 김준호다.

어수선했던 2013년, KBS 변화의 바람

앞서 언급했든 2013년 KBS 예능은 MBC와 케이블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한때 자신들의 식구였던 이명한 CP와 나영석 PD.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성공을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그들의 심정을 어땠을까. MBC <일밤>에 화려한 부활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한도전>을 쳐다보며, 새로운 콘텐츠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시청률표 빈 여백에 그들은 무슨 기획안을 끼적였을까.

고작 생각해냈다는 것이 <꽃보다 할배>에 아류작이라 비난 받은 <마마도>를 런칭하거나, <아빠! 어디가?>와 비슷한 포맷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부랴부랴 기획하거나, <진짜사나이>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근무 중 이상무>를 파일럿으로 내놓는 게 다였다.

결국 이번 KBS 연예대상은 지난 1년간 공적에 대한 논공행상의 성향보다는 2014년 새롭게 치고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의 추진력에 힘을 실었다. 허경환보다는 존박에게. 박명수보다는 차태현에게, 유재석보다는 김준호에게 더 힘을 실었다. 행보에 관해 격려하는 분위기의 주요 시상은 전통적으로 그래왔던 <개그콘서트> 멤버들의 '코미디 부분'과 여자 최우수상 <해피투게더> 박미선의 수상 정도다.

과연 KBS는 어수선했던 2013년을 털어내고 새롭게 예능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유재석이 아닌 김준호에게 대상을 안겨준 그들의 선택에서 출발이다.


#2013 연예대상#유재석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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