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이 지난 12월 5일 연간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 200만TEU(1TEU=길이 약 6m의 컨테이너 박스 1개) 기록을 달성했다.
물동량 200만TEU 돌파는 부산항과 광양항에 이어 세 번째다. 더욱이 정부의 투-포트(two-port. 부산항과 광양항 중심) 정책과 정부 지원의 차별 속에서 달성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200만TEU 돌파는 1974년 인천 내항에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전용부두(4부두·운영사-대한통운(주)·(주)한진)가 들어선 지 39년만의 일이고, 2004년 개장한 남항컨테이너부두가 2009년 완전 개장한 지 4년만의 일이다. 2003년 한-중 정기 컨테이너항로를 개설한 지 10년만이자, 2005년 100만TEU를 돌파한 지 8년만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만TEU를 돌파했다는 것은 인천항이 명실상부하게 국제항만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향후 동북아시아시대 환황해권의 중심 거점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사장 김춘선)는 "이번 200만TEU 돌파는 2015년 개장하는 인천 신항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인천항이 프랑스 르아브르항, 호주 시드니항, 미국 시애틀항 등 세계 60위권의 국제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만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5년 114만 8666TEU를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 2008년 170만 3362TEU를 기록하며 200만TEU 달성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2009년 세계경기 침체로 그해 157만 8003TEU로 하락했다. 그 이듬해 다시 증가해 190만 2733TEU를 기록했고, 2011년 199만 7779TEU, 2012년 198만 1855TEU를 기록하는 등, 200만TEU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했다.
김춘선 사장은 올해 초 "200만TEU에 직을 걸겠다"는 발표와 함께 물동량창출전담팀을 구성하고 수도권 산업단지와 대형 화주(=화물의 임자)를 중심으로 항만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또 물류의 신속한 흐름을 위해 야적장 환경을 개선하고 화물 유치 인센티브 제공도 확대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지난 5일 인천남항 ICT(=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베트남으로 출발한 대만 선적 완하이 206호에 200만 번째 컨테이너 박스가 선적되면서 200만TEU를 달성했다.
김춘선 사장은 "제2의 개항을 선언한 개항 130주년에 역사적 기록을 달성해 더욱 기쁘다"며 "인천항에 더 많은 배와 화물을 보내고 끌어와 준 모든 고객과 이용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0만TEU에 만족하지 않고 300만, 500만TEU를 향해 더욱 힘찬 항해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항 중국과 함께 성장, '신항 16m 증심' 절실컨테이너 200만TEU 돌파는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부터 남항 개장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의 '곡물·수입 원자재 취급 항만'을 하다가, 남항 개장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수도권 컨테이너 수송 항만'의 역할을 한 인천항이 향후 '환황해권 경제블록'의 허브항만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를 위해 송도국제도시 서남단에 인천 신항을 건설하고 있다. 2020년까지 2단계 공사를 걸쳐 완공될 예정이며, 물동량 처리능력은 120만TEU 규모다. 인천 신항은 2015년에 1-1단계 부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인천항의 물동량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의 이 같은 성장에는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2013년 현재 인천항의 정기 컨테이너 항로는 38개다. 항로 38개에 선사(=선박 운영 회사) 27개가 선박 83척을 투입해 항구 44개를 운항하고 있다. 선사 27개 중 한국 국적은 13개이고, 외국 국적은 14개이다.
또, 이중 선사 11개가 중국 항로 14개에 배 14척(평균 적재량 617TEU)을 투입해 8개 항(단동·다롄·톈진·옌타이·웨이하이·칭다오·닝보·상하이)을 주1~3회 기항(=배가 항해 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 잠시 들름)하고 있다.
인천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198만 1855TEU로 국내 물동량의 8.7%를 차지했다. 이중 중국이 120만 3302TEU로 58.9%를 차지했으며, 베트남(4.9%)과 홍콩(3.9%), 태국(3.6%), 대만(3.3%), 말레이시아(2.7%), 일본(2.5%), 인도네시아(2.4%)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항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편중된 것은, 중국과 인접한 영향도 있지만 인천항의 수심이 낮은 원인도 한 몫 한다. 세계의 '생산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만 보더라도, 미주(美洲= 아메리카)와 구주(歐洲=유럽)을 오가는 컨테이너 선박은 보통 8000TEU급 이상인데, 이 선박이 인천 신항에 접안하려면 수심을 최소 16m 확보해야한다.
선박의 안전 항해를 위해 허용되는 최대의 적재량을 실은 상태에서 선체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를 만재흘수(滿載吃水)라고 하는데, 8000TEU급 이상 선박의 만재흘수는 15.8m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신항은 수심 16m가 되지 않는다. 즉, 한-중 또는 남-북-중으로 이어지는 환황해경제권을 유럽 경제블록, 환태평양 경제블록과 잇는 컨테이너 항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천 신항 수심을 16m 이상으로 늘려야한다.
인천 신항 터미널 운영사로 선정된 (주)선광과 (주)한진 등은 2015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상부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천 신항은 정부의 투-포트 정책아래 발목이 잡혀있다. 정부는 여전히 인천 신항 '16m 증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16m 증심'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1.39로 1.0을 넘었지만,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타당성 용역 재조사는 아직 1차 보고회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 신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남항 컨테이너터미널과 차별화를 이뤄야한다. '16m증심'이 이뤄지면 미주와 구주와의 항로 개설로 신규 물동량이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남항의 화물이 신항으로 이전될 뿐이다.
물류단지와 산업단지 확보로 물동량 늘려야항만 배후단지 확보는 인천 신항 수심 16m 확보와 더불어 인천항의 물동량을 창출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인천항 전체 물류부지는 143만 1667㎡다. 여기에 물류업체 226개가 들어서 있다. 인천항물류부지는 주로 남항과 북항 주변에 집중돼있고, 내항에는 부두 안에 조성된 야적장이 전부다. 인천 신항 1-1단계 부두 조성이 내년에 완료되고 배후부지는 추후 조성될 예정이다.
나라마다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물 보관료를 일정 감액해주는 물류단지를 항만 배후부지에 운영하고 있다. 자국의 물가안정 내지 역가공수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입품 보세구역(=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장소)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류단지 규모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한 업체가 제품을 장기간 보관할 경우 다른 업체들의 수출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배후 물류단지가 크면 그만큼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셈이다. 중국의 항만산업이 성장하는 데 저렴한 노동력과 더불어 방대한 규모의 배후단지가 큰 역할을 했다.
배후단지에서 산업단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항만과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력이 비교우위에 서게 된다. 인천 내항 4부두에 있는 한국지엠KD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KD센터에서는 수입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가 아니라 분해해 수출하는데, 연간 포장능력이 57만대에 달한다.
한-중 컨테이너 항로 개설 후 10년만의 성과인천항의 물동량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항로가 신설되기 시작하면서 크게 늘었다.
1996년 39만 5890톤이었던 컨테이너 화물이 지난해 198만 1855톤으로 늘었다. 전환점은 2003년 한-중 정기 컨테이너 항로 개설이다. 한-중 정기 항로 개설 후 2년만인 2005년에 인천항은 114만 8666TEU를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 100만 TEU를 돌파했다. 물동량 창출에 항로 개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보여줬다. 이는 인천 신항 건설이 정부 정책과제로 선정되는 근거가 됐다.
한·중은 2005년 제13차 해운회담에서 컨테이너 항로를 2009년까지 완전 개방하고, 카페리 항로는 2012년까지 완전 개방한다는 '한-중 해운 자유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이 모든 게 답보상태다.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노선은 2003년 이후 전혀 증설되지 않았고, 컨테이너 항로 역시 답보 상태다.
인천은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려야 미래가 열린다. 향후 인천항이 동북아시대의 거점항만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중 간 항로 증설은 인천 신항 '16m 증심'과 함께 주요 과제이다. 인천항만업계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에 이 문제를 의제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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