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내 것이 제일 크네."
"길이는 내가 제일 길다고....""난, 작은 것이 좋아."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또래 아이들의 선물과 비교할 줄도 모르고, 질투심도 없는 모양이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자 "예"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가는 아이들. 어떤 아이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고, 어떤 아이는 무표정이다. 선생님이 심드렁한 아이들에게, "선물 선생님이 가질까"라고 하니, 금세 웃음 띤 얼굴로 바뀌는 아이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경남 거제의 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방울을 단 고깔모자에 하얀 수염을 붙인 산타할아버지. 산타할아버지는 96명의 아이 모두의 이름을 부르고 선물을 나눠 주었다. 그런데 아이마다 선물의 크기가 모두 다른 점이 특이하다.
선물을 받아 든 아이는 산타할아버지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사진촬영이 쉽지 않다. "카메라를 보세요, 여기 보세요"라고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이다. 산만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원장 선생님이 나섰다.
"저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손들어 보세요. 선물을 누가 많이 받을 수 있을지 한 번 기다려 볼까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 금세 아이들 표정이 바뀌고, 행동이 통일됐다. 선생님이 도움을 청하고서야 눈을 마주치는 아이들. 문득, '이렇게 산만한 아이들이 하나 둘도 아닌데,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지 선생님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인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선물 나눔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크리스마스라 특별 메뉴를 준비했다는 어린이집. 주먹밥, 된장국, 떡볶이, 피자 그리고 치킨이다. 한 줄로 선 아이들은 두 손으로 식판을 받아든다.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이 담긴 식판을 든 아이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두 걸음을 옮기며 교실로 향한다. 자칫 국을 쏟을 것만 같고, 식판까지도 엎을 만큼 위태로운 걸음이다.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똑같이 불안감을 느끼리라.
천사의 날갯짓을 하는, 수저 든 고사리 손 아이교실에 앉은 아이들은 "야~, 내가 좋아하는 피자야"라며 맛있게 먹는다. 수저를 든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놀림이 천사의 날갯짓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 묻어 있다.
교실 한 쪽 벽면에 붙어 있는 글귀에 눈길이 간다.
<어린이 오계>첫째, 산 생명을 죽이지 않겠습니다.둘째,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셋째,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습니다.넷째, 친구들과 싸우지 않겠습니다.다섯째, 스님과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지 않고 잘 듣겠습니다.사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 그런지, 불교의 가르침인 '오계'를 옮긴 '어린이 오계'. 아이 때부터 가르치겠다는 그 깊은 뜻이 느껴진다.
주로 기독교 문화권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고 알려진 전설 속의 사람인 산타클로스. 어쩌면, 불교와 전혀 상관없는 산타클로스가 사찰에 나타나고, 나아가 온 세상에 평화를 전하겠다는 특별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해맑은 어린이의 세상을 통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