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
지난 주말 <응답하라 1994>가 끝났습니다. 방송 시작부터 나정이(고아라 역)의 남편은 쓰레기(정우 분)인가, 칠봉이(유연석 분)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요.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이 드라마의 재미 요소 가운데 하나가, 당황스럽거나 우스운 장면마다 등장하는 '매에~~~~~~' 하는 효과음이 아니었는지요. 저에게도 이런 효과음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이런 질문을 들을 때죠.
"기사 하나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야?""(메에~~~~~~~~~~~~~~~~~~~~~~~~~)…….""그래도 어느 정도 대충 검토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메에~~~~~~~~~~~~~~~~~~~~~~~~~)……."이 질문에 대한 답은 30년 편집의 달인도 모를 겁니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오자·비문 거르기, 문단 나누기, 소제목 뽑기, 제목 적절하게 바꾸기, 정확한 사이즈(가로 사이즈가 550픽셀을 넘지 않는다)로 사진 제대로 입력하기, 사진이 없는 기사는 찾아 넣기 등등 생나무 기사 하나를 잉걸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꽤나 디테일하거든요.
그 가운데 이번에는 '적절한 기사 분량'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편집부가 권장하는 기사 분량은 A4 두 장 내외, 원고지로 하면 20매 정도의 분량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보다 훨씬 긴 기사가 들어옵니다. 왜냐고요? 인터넷 신문에는 분량 제한이 없으니까요. 좋게 보면 좋긴 한데, 굳이 길지 않아도 될 기사가 길게 들어오면 대략 난감합니다.
이 난감함이 비단, 저만의 문제일까요? 그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히나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아지는 요즘 같은 때, '기사 길이'는 읽고 싶은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니까요.
팩트 중심 기사는 가능한 짧게, 사는이야기는 말하듯이 쉽게
'팩트' 중심의 기사라면 '핵심만 간단히'가 중요합니다. 이런 류의 기사는 A4 두 장도 깁니다. 취할 것만 취하는 습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럼 사는이야기도 짧을수록 좋은가요?"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요. 사는이야기는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말하듯 쓴 글이 느낌도 살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구구절절 쓰다보면 독자들이 어디서 맞장구를 쳐야 할지 몰라 시선이 곧잘 딴 데로 빠집니다.
또 전체 글이 긴 것도 문제지만, 한 문장이 긴 것도 고쳐야 할 글쓰기 습관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선 편집부 이준호 기자가 '사는이야기 다시 읽기'에서
'짧게 끊어 쳐라, 그러면 읽을 것이다'라고 일갈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기자들은 말합니다. 기사가 길어야 편집부에서 잘 배치해 주는 거 아니냐고요. 죄송하지만 이건 명백한 '카더라' 통신입니다.
지난 17일 사회주 이주영 기자가 쓴
"미안하다..." '안녕'에 화답하는 엄마의 자보 기사를 한 번 볼까요?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기사는 사진 2장과 6단락의 글로 A4 1매가 채 되지 않는 분량입니다. 그럼에도 전체 조횟수 가운데 무려 55%가 모바일을 통해 유입됐고, 1만2000여 건 가까이 공유됐습니다. 정리하면, "군더더기 없이 본론을 전달하는 짧고 간결한 기사"가 자발적 공유를 이끌어낸다, 정도 되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글쓰기가 정말 쉬운 게 아니네요. 편집기자들이 시민기자들의 글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창작의 고통, 그 느낌 아니까요. ^^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2014년 '올해의 뉴스게릴라'는 당신도 될 수 있습니다. 시민기자 여러분, 올 한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오마이뉴스>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