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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이 묵을 것이 얼마나 있간디, 잡는 것이 재미지제"
"하먼 묵을 것은 빌라 없어"

마을을 찾은 어린이 방문객에게 회관을 내어주고 미을 사람들이 뿔뿔이 있던 날, 계산댁과 연심이네가 개울에서 피라미를 잡아다가 연심이네서 술판을 벌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나는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쳐서 못내 서운했는 데 다시 모여든 회관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고 장화에 물 들어와서 발이 얼마나 시렸는디라"   
"그래도 메로 땅 쳐 갖고 빌금빌금 고기가 나오면 참 재미나당께."

계산댁이 신나서 무용담을 풀다 말고 성에 안 차던지, 일어서며 말했다.

"아이 연심아! 나가자. 우리 또 피랑구 잡으러 가자."
"메칠전 잡았응게 인제 안나오꺼인디요."
"아이 오늘은 밑으로 가. 어디 우리 나가보장께."

계산댁 성화에 뒤로 빼던 연심이네도 일어섰다. 둘이 죽이 맞는다. 계산댁은 마치 개구쟁이 아이 같다. 지금 일흔아홉인데 저러시니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옷차림을 갖춘 계산댁이 피랭구잡는 무기인 메를 들쳐메고 나섰다
 옷차림을 갖춘 계산댁이 피랭구잡는 무기인 메를 들쳐메고 나섰다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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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랑구가    다   어디 갔을까?
 피랑구가 다 어디 갔을까?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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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댁이 메를 들어 내리치는 순간
 계산댁이 메를 들어 내리치는 순간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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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랑구잡이의 원리는 이렇다.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무거운 메로 돌을 땅 치면 그 속에 숨어있던 피라미가 기절해서 둥둥 물 위로 뜬다. 이것을 건지면 된단다. '얼마나 물고기가 멍청해서 기절을 다 하나.' 처음 들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 '물고기를 기절시켜서 건지면 된다니... 참 쉽고도 간단하죠~ 잉' 하고 싶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무거운 메를 내리칠 수 있어야 한다. 일흔아홉 잡수신 계산댁은 메를 들어 내리치는데, 예순넷 젊은 연심이네는 메를 가누지도 못한다. 힘도 있고 요령이 있어야 한다.  

드디어 피랑구를 건지는 연심이네
 드디어 피랑구를 건지는 연심이네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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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도망가부렀네.
 어? 도망가부렀네.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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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라고 다 기절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강심장 피라미는 재빨리 도망간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어디서나 살아남는다.

뭣허시요? 우리 피랭구 잡어.
 뭣허시요? 우리 피랭구 잡어.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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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 봐!
 요것 봐!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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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위쪽으로 올라왔다.
 계곡 위쪽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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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허면 오늘은 되얐겄제?
 이만허면 오늘은 되얐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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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은 계산댁. 개선장군처럼 자랑스럽게 웃는다.
 옷을 갈아입은 계산댁. 개선장군처럼 자랑스럽게 웃는다.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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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잡아온 피랑구가 새참 술안주로 변신했다.
 이렇게 잡아온 피랑구가 새참 술안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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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귀촌 , #섬진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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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두계마을에서 텃밭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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