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으레 지상파 3사에서는 시상식을 한다. 보통 연기대상, 가요대상, 그리고 연예대상으로 나누어진다. 연기대상은 드라마와 연기자에게 상을 주고 가요대상은 음악과 가수에게, 끝으로 연예대상은 예능 프로그램과 예능 출연자를 수상자로 선정한다.
그런데 최근 TV 시청률과 인기를 감안하면 케이블 방송과 종편도 충분히 연말 시상식을 진행할 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케이블 방송과 종편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면에서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의 파급력 면에서 볼 때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Mnet의 슈퍼스타K(연출 김용범 신천지)가 끊었다. 2009년에 첫 방송된 슈퍼스타K는 케이블 시청률 역사를 다시 쓴 프로그램인데 최종회에서 최고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서 2010년 방송된 슈퍼스타K2에서는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후 슈퍼스타K3에서 최근 슈퍼스타K5까지 늘 안정된 시청률로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케이블 예능의 열기는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K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PD는 tvN의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를 연이어 히트시켰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상파 방송 시청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케이블 방송의 성장을 실감케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에서 방송되었다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충분히 상을 거머쥐고도 남았을 것이다.
케이블은 드라마에서도 강했다. 최근 종영된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는 11.9%의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는데 이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인기를 단순히 이어간 것이 아니라 더 높였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 그렇게 볼 때 <응답하라 1994> 출연진들이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케이블뿐 아니라 종편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JTBC의 <히든싱어>(연출 조승욱)는 2012년 시즌1에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즌2를 2013년에 선보이며 시청률 면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급기야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지난 28일 고 김광석 편에서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 <인간의 조건>을 따돌리기도 하였다.
종편의 선전은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수현 작가를 앞세운 <무자식 상팔자>(연출 정을영, 극본 김수현)은 종편 프로그램 최초로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사극과 일일연속극까지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이제 종편 드라마라고 해서 만만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밖에도 채널A의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프로그램도 꾸준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케이블과 종편이 방송 초기 시청률 1%도 안 되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했던 굴욕의 시간은 이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과 종편도 양질의 컨텐츠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프로그램이라면 지상파와 충분히 겨루어볼만한 시대가 온 것이고 연말 시상식에 나온다면 충분히 상을 휩쓸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종편과 케이블 방송에서도 연말 시상식이 벌어지는 모습을 멀지 않은 미래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에도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