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내용인가요?
지하철에서 노래를 부르면 안 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이걸 알고 있지요.
세상의 별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기 떄문입니다. 이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상식적으로 "틀린" 대답입니다. 그렇지만, 8세기의 유럽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였을 겁니다.
상식이란 무엇일까요? 모두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우리는 상식이라고 합니다. 이 상식이라는 건 참 묘하게 작용하는데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막아주는 방벽이 되어주는 한편, 새로운 발전과 혁신을 막는 장애물로도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현대에는 이 상식적인 것이 무엇인지, 참 어렵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집단,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옳은 거고 무엇이 나쁜 건지" 알기 어렵게 되니까요.
이런 문제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사람들도 똑같이 겪은 문제였던가 봅니다. 가장 명민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의 한 곳. 분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리고 이 모기지를 이용한 다양한 금융상품들은 가장 각광받는 상품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저렴한 가격에 넓은 집을 사고, 열심히 일한 뒤 돈은 나중에 갚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혹한 데에는 대출이자가 무척 낮았다는 점이 하나, 미국의 부동산은 대공황 이래로 오르면 올랐지 떨어진 적은 없다는 통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용평가회사들의 높은 신용도 등급이 있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기법들 속에, 수익률은 높아졌고 위험은 저 멀리 사라져만 갔습니다. 이것은 재무관리 과목에서 배우는 "상식"에 속합니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위험이 적은 포트폴리오를 선택해야 하고, 같은 위험이라면 수익률이 높은 것을 선택한다는 상식.
모든 것이 다 황금빛으로만 느껴졌던 그 시기, 리먼브라더스의 "몆몆" 사람들은 불안을 느낍니다. 무언가 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느낌. 너무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는 느낌. <상식의 실패> 글쓴이인 로렌스 G. 맥도날드 부사장을 비롯한 몆몆 사람들은 이 불안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탐색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가 가슴 아프게 알고 있지요. 결국 리먼브러더스는 무너졌고, 리먼의 몰락은 단순히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이 무너진 것에 끝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위기에서 기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영웅담 같은, 가슴 뛰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행복할 때 불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것이 다 잘 나아간다고 생각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건 뭔가 아니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상식을 거스르는 오만함이 만연해 있을 때는 더더욱 말입니다.
이 책, 어려운가요?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상식의 실패>, 로랜스 G. 맥도날드 전 리먼브러더스 부사장이 패트릭 로빈슨이라는 작가의 손을 빌어 낸 이 책은 조금 난잡하고, 조금 어렵습니다.
난잡한 것은, 단순히 리먼브러더스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만 국한하지 않고, 로렌스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리먼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리먼에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리먼브러더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기 보다는, 로렌스 맥도날드 부사장 본인의 "리먼 브러더스에서 겪었던 일"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기초적인 금융 개념이 없이는 약간 힘든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복잡한 상품의 경우 저자의 친절한 해설이 곁들어지기도 하고, "이 상품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정한 금융 지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체감상으로는... "행복한 투자 만들기." 같은 교양 재무 과목이나, 주식투자를 약간이라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듯하네요.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나요?우선, 금융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로랜스 맥도날드의 취직 경험담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최고의 폭찹 판매사원에서 월스트리트에 도달하게 된 여정이 재미있거든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정확히 어떤 것이었고, 어디에서 거품이 있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리먼의 부실채권부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문제점을 찾아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선배나 직장 상사분, 혹은 자신의 무지함(?)을 숨기려고 이유 없이 고함을 지르고 우겨대는 분을 알고 계시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심지어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되는 월스트리트에도) 있으며, 그런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어디까지 모두를 망가트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지, 위안과 경고가 되어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상식의 실패 | 패트릭 로빈슨 | 로렌스 G. 맥도날드 (지은이) | 이현주 (옮긴이) | 컬처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