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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인간은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표지
도덕적 인간은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표지 ⓒ 부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란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도덕적 인간이 어떻게 나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란 의문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도덕적 인간이 많은 사회라면 당연히 좋은 사회여야 하는데 말이다.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책 제목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책 우측 상단에 찍힌 '이그노벨상'이라는 단어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한 것으로,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는 것에 주는 상이었다. 저자가 이런 상까지 받았다니, 책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도덕적 인간은 과연 도덕적인가

도덕적 인간이 어떻게 나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의 저자인 로랑 베그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도덕'이란 관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도덕이란 개개인마다 그리고 특정한 사회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며, 그것은 어떤 때는 상식적으로, 또 다른 어떤 때는 비상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쭉 읽다 보면 아주 흥미로운 책이 등장한다. 바로 크리스토퍼 브라우닝의 <아주 정상적인 악>이다. 이 책은 예전에 사학과에서 학부생활을 할 때 읽었던 책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어떻게 보면 끔찍할지도 모를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정상적인 악>은 나치 때 유대인을 학살하고 다녔던 '101예비경찰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식적으로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01예비경찰대대도 그들 나름대로의 도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족을 죽일 때 아이에게 엄마가 죽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이를 먼저 죽였다!

어차피 죽는다면 누가 먼저 죽는다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끔찍한 이런 행위가 그들에게는 도덕적 행위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도덕이란 관념이 과연 어느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일까. 저자인 로랑 베그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도덕관념이 모두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도덕관념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덕관념의 차이

"'우리'와 '그들'의 경계는 도덕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선, 다시 말해 우리와 같은 집단구성원에게 기대할 수 있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행동방식의 기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설적이고 놀랍게도, 이 규칙들은 그 집단 내에서는 대개 더욱 강화되지만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라고 했다."
ㅡ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77쪽

저자인 로랑 베그가 말하는 도덕관념의 차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인 것에서 이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보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도덕과 진보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도덕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를 예로 도덕관념의 차이를 살펴보자.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을 만들어 한국철도공사를 쪼개는 것은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볼 때 민영화의 수순이라고 주장하며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에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을 만드는 것이 한국철도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철도 부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양질의 철도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철도 민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공방 중에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 5천여 명을 동원, 강제적인 공권력 집행을 강행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것은 부도덕한 일이지만 정부와 그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이것은 도덕적인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관념에 공권력 강제집행이 옳은 일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은 사실 신념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는 도덕적이다. 여기서 도덕적이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그들의 신념과 일치한다는 말과 같다.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들의 신념이 도덕적인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집단의 유대에서 보편적 도덕관념이 싹튼다

"사회집단과의 심리적 유대는 구체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유대는 법을 존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범죄자가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범죄위험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ㅡ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90쪽

법으로 사회를 통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법이 포용하지 못하는 부분은 도덕이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 도덕관념이 각 사람마다 다르다면 도덕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덕이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파편화, 개인화되어 있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예전에 이웃사촌이라 불렸던 그런 관계는 이제 정말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런 사회라면 수많은 도덕관념이 난립하는, 책의 제목처럼 나쁜 사회가 되고 만다. 도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가 필요하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희망적인 것은 심리적 유대를 원하는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은 그런 갈망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사회가 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가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의미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2013)


#부키#로랑 베그#이그노벨상#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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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읽고 짬짬이 쓰는 김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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