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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들과 함께 지난 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펼쳐라! 새정치, 응답하라! 국민추진위' 거리 설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새정치'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 명동 거리에 선 안철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들과 함께 지난 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펼쳐라! 새정치, 응답하라! 국민추진위' 거리 설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새정치'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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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 청마의 해가 열렸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그런 만큼 1월 1일부터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보도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압도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지지율은 SBS 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 39.8%, 안철수 신당 26.3%, 민주당 8.9%였다(응답률 14.7%, 신뢰수준 95%, 허용오차 ±3.1%p).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3배 수준이었다. KBS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30.3%, 민주당 12.7%(응답률 17.9%, 신뢰수준 95%, 허용오차 ±3.1%p)였으며 <서울신문> 조사도 새누리당 33.4%, 안철수 신당 27.1%, 민주당 9.4%로 보도됐다.

이런 정당 지지율은 지난해 4월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선된 이후 여러 언론에 의해 조사되고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 흐름과 같다. 최근만 해도 12월 1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32%, 민주당 10%(응답률15%,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이었고, 12월 27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도 새누리당 38.9%, 안철수 신당 28.0%, 민주당 13.1%(신뢰수준 95%, 표본오차 ± 2.2%p)였다.

지난해 4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계속되는 정당 지지율의 구조는 대체로 새누리당이 독보적인 지지율 1위이고,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크게 앞섰다. 지지율 차이가 무려 3배에 이르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 민주당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 앞서

그런데 2014년 1월 1일 보도된 여론조사 중에는 이런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여론조사가 있었다. 가장 특이한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 여론조사다.

이 여론조사가 주목받은 것은 서울시장 선거 가상대결을 처음으로 안철수 신당 후보까지 포함해서 3자 대결로 조사했는데, 이러한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민주당)이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조사대상: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조사방법: 유선 및 무선전화 RDD 병행한 전화조사, 조사기간: 2013년 12월 15~24일, 응답률 20.3%).

새누리당 후보가 정몽준 후보일 경우에는 정몽준 33.4%, 박원순 38.4%, 이계안(안철수 신당) 13.4%으로 박원순 시장이 5%p 이겼고, 김황식 후보인 경우에도 김황식 32.1%, 박원순 37.9%, 이계안 14.5%로 박원순 시장이 5.8%p 이겼다. 안철수 신당에서 이계안 후보가 나와도 그 지지율이 13∼15%에 불과해서 파괴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진짜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정당지지율 조사였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 부분을 기사에서 제외했다. 다만 인터넷으로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여론조사 집계 자료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는 해놓았다. 16개 시·도별 정당지지율은 다음과 같았다. (단위 %)

지난 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16개 시·도별 정당지지율
 지난 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16개 시·도별 정당지지율

그런데 정당지지율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조사에 의하면 놀랍게도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보다 지지율이 높거나 최소한 엇비슷했다. (정확한 전국 정당지지율은 위의 조사결과를 지역별 인구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중앙일보>는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료 그대로를 옮겨놓는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민주당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보다 2%p 이상 높은 곳이 광주, 전남, 전북, 강원, 충북, 제주 등 6곳이었는데 무엇보다 호남에서 차이가 컸고, 그중에서 전남과 전북에서는 2배 이상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안철수 신당 바람의 진앙이 호남이라는 그동안 언론의 보도와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 차이가 2%p 이내로 엇비슷한 곳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남, 대구, 경북 등 7곳이었다. 대체로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충남권, TK 지역이었고,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2%p 이상 높은 곳은 부산, 울산, 경남 등 PK 3곳에 불과했다.

조사방식 변화로 반 토막 난 '안철수 신당' 지지율

<중앙일보> 여론조사의 정당지지율은 지난해 4월 이후 기존 여론조사와는 판이한 것이어서 기자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일까? <중앙일보>가 잘못 조사한 것일까?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렇게 정당지지율이 나온 여론조사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관심 있게 봐온 바로는 몇 번 있었다. 많지는 않았고 그야말로 몇 번 있었다.

먼저 <내일신문>의 12월 1일 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율이 새누리당 38.2%, 안철수 신당 13.8%, 민주당 10.5%였다(응답률 25.7%,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5%).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비슷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기존의 조사에 비해 한참 낮게 나왔다.

그 결과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3.3%p에 불과한, 오차범위 이내였다. <리서치뷰>의 12월 18일 여론조사에서도 정당지지율이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18.6%, 민주당 14.2%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4.4%p에 불과했다.

왜 이들 소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다른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랐을까?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뭔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재밌는 점은 바로 여기부터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널뛰기한 것은 분명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여론조사 조사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런 조사방식의 차이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을 반 토막냈다. 기존의 방식으로 조사하면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압도하는 반면, 새로운 방식으로 조사하면 엇비슷한 지지율이 나왔다.

대부분 기존 방식의 여론조사는 정당지지율을 이렇게 조사했다. 문항을 두 개로 나눠서 조사했다. 먼저 기존정당의 지지 여부를 물은 후에 다시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지지정당을 물었다. 즉, 먼저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를 물은 후에 다시 "만약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반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던 소수의 여론조사는 조사방식이 달랐다. 하나의 문항으로 조사했다. 안철수 신당을 다른 정당 속에 포함해 한 번에 지지정당을 물어본 것이다. 즉,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 1번 새누리당, 2번 민주당, 3번 통합진보당, 4번 정의당, 5번 안철수 신당" 이렇게 안철수 신당을 기존 정당에 포함시켜 지지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조사 방식도 비슷했다. "사람과 관계없이 정당만 보고 차기 광역단체장을 선택할 경우, 선생님께서는 어떤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 생각입니까? 1번 새누리당, 2번 민주당, 3번 통합진보당, 4번 정의당, 5번 안철수 신당"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중앙일보 조사는 지지정당을 올해 지방선거 투표와 연결해서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예측하기에는 훨씬 정확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조사방식 변화, '안철수 신당' 거품 걷어내

그런데 이처럼 여론조사 방식을 두 문항으로 하느냐, 한 문항으로 하느냐의 차이에 의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날 수 있을까? 도대체 왜 그렇게 될까? <내일신문>의 여론조사 방식변경과 그에 따른 정당지지율 변화에 대한 분석은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 

<내일신문>은 11월까지 두 문항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1월 조사 때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34.8%, 안철수 신당 22.3%, 민주당 11.2%였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2배였다. 반면 한 문항으로 조사한 12월에는 새누리당 38.2%, 안철수 신당 13.8%, 민주당 10.5%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11월에 비해 8.4%p나 떨어지면서 민주당과 엇비슷해졌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조사방식이 바뀌면서 "새누리당 지지층과 무당층 내에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했던 일부가 회귀했던 점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내일신문>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변화가 '안철수 신당의 거품'을 걷어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 2013. 12. 2)

<내일신문>의 분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만약에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던 사람 중에 일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조사했더니 원래대로 새누리당 지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들은 진짜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에서(예를 들면 야권분열을 위해) 안철수 신당 지지를 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무당층 중 일부는 "만약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습니까?"하고 물어보면 '안철수 신당'을 택했지만, 안철수 신당까지 포함하여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하고 물어보면 다시 '지지정당 없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앞의 조사방식은 질문 자체가 안철수 신당을 주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응답자도 왠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뒤의 조사방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시 무당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가지의 조사방식에서 안철수 신당은 다르게 취급되고 있다. 기존정당의 지지 여부를 먼저 물은 후에 다시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지지정당을 묻는 조사방식에서 안철수 신당은 기존의 낡은 정치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전제되어 있다. 반면,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의 지지율을 한 번에 묻는 조사방식에서 안철수 신당은 이미 기존 정당의 하나로 전제되어 조사된다.

창당 본격화할수록 지지율 하락하는 '안철수 신당'의 딜레마

안철수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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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은 이미 창당추진 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공동대표까지 선임했다. 형식적인 창당만 안 했을 뿐 사실상의 정당이다. 따라서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의 지지율을 한 번에 묻는 조사방식이 옳다.

그런데도 안철수 신당이 기존 정당과는 다른 것처럼 구분되어 질문하는 것은 공정한 조사가 아니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안철수 신당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 1월 1일 보도된 여론조사 중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조사는 그런 기존의 조사방식으로 조사되었다.

지금 안철수 신당의 추진 동력은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이다. 그것 때문에 언론이 안철수 신당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주목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이 창당을 본격화하면 할수록 여론조사에서 기존 정당의 하나로 취급되어 조사될 수밖에 없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안철수 신당은 지금 창당을 본격화하면 할수록 정당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구조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것은 안철수 신당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성에서 기인한다. 즉, 안철수 신당이 이미 정당으로 나아가면서도 계속 정치권 밖의 '아웃사이더의 이익'을 향유하려고 하는 근본 모순에서 기인한다.


태그:#여론조사, #안철수 신당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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