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탄절이 음력생일과 겹쳤다. 초교 5학년 딸에게 글과 그림을 넣은 공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아부지사랑해요' 7행시를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 바로 이말 때문에.
'지렁이 같은 것을 키우는 아부지...'몇년 전부터 지렁이를 키웠는데 얼마전에 아는 사람이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통째로 선물을 했다. 봄이 되면 다시 키울 계획이지만 지렁이만으로는 음식물 잔반 전체를 처리할 수는 없다. 지렁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고 소금으로 조리된 음식물은 먹이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하여 퇴비를 만들기 시작한 후로는 음식물잔반을 쓰레기로 버리는 일은 없다.
"의지만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는 없다"집에서 퇴비를 만들수 있는 환경적인 조건이 충분치 않아서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하거나 불편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지렁이를 키우거나 퇴비만들기를 통해서 음식물 잔반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퇴비를 만들 수 있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식물을 키우는 화분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음식물 잔반 대부분은 곡류의 탄수화물이거나 채소, 과일같은 섬유질의 부산물이 많다. 생선의 내장이나 뼈 조개류의 껍질도 퇴비재료로 사용한다. 또한 햄이나 어묵처럼 가공식품류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육류는 분해되는데 오래걸리고 부패로 인한 악취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쓰지 않는다.
음식물 잔반은 전용 쓰레기봉투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모아서 스티로폼 퇴비상자로 넣을 때만 물(수분)을 힘껏 짜낸 후 뭉치지 않게 골고루 펴서 넣어준다. 퇴비상자는 현관문 밖이나 발코니,옥상처럼 자주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곳에 두면 냄새 걱정도 없다.
"음식물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른재료와 함께"음식물 잔반을 퇴비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된 마른재료를 반드시 함께 넣어줘야 한다. 부드러운 식물성 섬유질의 음식물 잔반과 마른 재료를 섞어주면 퇴비화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된다. 최종적으로 음식물 잔반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으며 마른재료는 분해되어 상큼한 흙 냄새의 퇴비가 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른 재료는 낙엽을 잘게 찢어서 넣거나 쌀방앗간에서 얻을수 있는 왕겨(겉껍질)와 쌀겨(속껍질)도 좋다. 또한 나무를 가공하고 남은 잔 부스러기나 톱밥처럼 거칠은 재료를 사용하면 되는데, 반드시 화학약품처리를 하지 않는 원목에서 나온 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흙을 함께 넣어줘도 아주 좋다.
음식물 잔반과 마른 재료의 섞는 비율은 2~3배 정도로 마른재료를 더 많이 넣어준다. 주의할 것은 물(수분)이 많으면 스티로폼 바닥에 고이는데, 그러면 발효가 아닌 부패가 되어 시큼한 냄새가 난다. 음식물 잔반 수분의 양은 손으로 꽉 쥐었을때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짜주면 된다. 수분 조절을 위해서 스티로폼 상자 밑바닥에는 마른 재료를 넉넉히 깔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퇴비의 시작은 발열과 발효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원래의 재료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흙과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면 잘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공기와 미생물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실내에서는 냄새 염려 때문에 밀봉된 스티로폼상자를 사용하므로 음식물 잔반을 마른 재료와 함께 넣어서 따뜻한 열이 발생하는 발열과정에서 만족을 해야 한다.
"양질의 퇴비 만들려면 미생물이 중요"완전한 퇴비가 되기 위한 발효 과정을 실내에서는 충분한 조건을 만들 수없기 때문에 2차 발효 과정은 실외에서 해야 한다. 퇴비를 만드는 주체인 미생물은 여름처럼 기온이 높을 때는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활동이 거의 없다. 때문에 겨울철에는 스티로폼 상자에 재료만 채워놓고 뚜껑을 닫은 후에 봄이 올 때까지 보관을 해둔다. 뚜껑은 완전 밀봉해도 되며 퇴비 재료가 추위에 얼어 있어도 괜찮다.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기와 미생물 역할 외에도 적정한 온도와 수분이 유지되어야 양질의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는 실내에서 음식물잔반을 퇴비로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을 설명했다. 다음편에서는 퇴비 만들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