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집에서 5살, 2살 아이 키우는 가정주부의 대화 시간을 체크해 보자.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몇 분, 슈퍼 가서 과일 파는 점원과 몇 분, 동네 문방구에 가서 물건 고르느라 드는 시간 등을 합하면 한 시간도 안 되는 게 나의 대화 시간이다. 나머지는 아이들과 노는 데, 아이들 심부름 하는 데 거의 사용한다.
퇴근 후 피곤에 찌든 남편과의 대화시간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TV가 좋지 않다고 해서 TV를 멀리한 지 오래라, 마음의 온기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두 아이들 키우는 재미로 버텨내 보자고 매일 매일 다잡아 가며 생활하는데 의료 민영화니 뭐니 해서 내 심경을 건드리는 뉴스가 인터넷에서 흘러 나오길래 이게 뭔소리인가 싶었다.
큰 애의 도화지 잘라서 대자보 써봤더니아이들 낮잠 자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자꾸 바뀌는 'n'포털 사이트를 통해 겨우 겨우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사회물 몇 년 먹다가 애 낳고 집으로 들어 앉은 가정주부가 보기에도 매일 찾아 뵙던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찾아 뵙는 데도 수십만 원은 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겠구나 싶어 이런 상황은 정말 아니올시다 싶었다.
나름 구구절절 사연을 써서 민영화니 뭐니 안 된다는 이야기를 큰 애가 쓰는 도화지를 잘라서 적어 보니 내가 생각해도 내 사연이 너무 짠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더라.
밤새 의료 민영화니, 철도 민영화니 뒤숭숭한 소식과 내 현실이 뒤범벅되어 짓누르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을 맞이했다. 하루에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 1시간이 넘지 않는 가정주부이지만, '안녕하십니까'를 필두로 쓴 내 글이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 글을 전봇대며 지하철 역 입구에 붙여 놓고 혹여 내 이웃들의 안부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으려나 싶어 목도리며 모자를 챙기려는데 그만 화장실 가려는 남편에게 들킨 게 아닌가? 말없이 아이의 스케치북에 적힌 내 사연을 쭉 읽더니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하며 하는 말.
"여보. 내가 미안해. 혹 이거 붙이려고 나가려는 것이면 나가지 마. 내가 투잡해서 꼬옥 당신 코트 사줄게. 나 너무 슬프다." 남편의 말에 외출하려던 준비를 그만뒀다. 대신 섭섭한 마음을 접을 수 없어 거실 한편에 중자보를 붙여 놓았다. '너 가난하게 사는 게 무슨 자랑이냐'고 비웃는 소리도 있겠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데 결혼 전에 사놓은 옷밖에 입을 수 없는 내 현실이 기가 차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하다. 그래도 다들 진짜로 "안녕하신지?" 묻고 싶은 게 솔직한 내 마음이기에 내 소소한 작은 이야기를 올려본다.
덧붙이는 글 | 초라한 저의 현실이 묻어난 글이라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만의 현실이 아닐 것 같다는 바람이 있기도 하고 정말 먹고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믿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으로 소소하다 못해 초라한 저의 실상을 까발리며 정말 집에만 들어 박혀 살아가고 있는 가정주부도 의료 민영화 반대에 응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