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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무죄추정원칙' 등 헌법에 어긋나고, 비슷한 법이 있는 외국과 달리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반국가활동을 한 사람의 변호인 접견권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그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시위자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위협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반국가활동을 한 사람의 변호인 접견권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그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시위자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위협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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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반국가활동을 한 사람의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무죄추정원칙'이라는 헌법 대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명확한 사유 없이 과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반국가활동을 한 자의 경우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그 근거 조항이 없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개정안 제안 이유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거론했다. "최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자들이 변호인 접견·교통권 등을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 영국 등 다른 나라도 필요할 때에는 변호인의 접견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도 들며 다음 법 조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국가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헌정질서 파괴범죄로 인해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을 금하거나 수수할 서류 그 밖의 물건의 검열, 수수의 금지 또는 압수를 할 수 있다. 다만, 의류·양식 및 의료품의 수수를 금지 또는 압수할 수 없다."

독일·영국·일본 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법안은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고 있고, 그 제한 사유도 굉장히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진태 의원이 예로 든 독일 형사소송법을 기초로 설명했다.

독일 형사소송법 138조 B항은 '변호인의 참여가 독일연방공화국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특정한 사실이 존재할 때에는 변호인을 절차참여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참여가 문제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행위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진태 의원 법안은 적용 조건을 "법원은 국가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참여권은 헌법이 정한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적법하게 재판을 받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하태훈 교수는 "대법원은 송두율 교수 재판 때 '변호인의 참여가 수사를 방해할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구체적 사유가 있을 때는 제한할 수 있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며 김진태 의원 법안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적용 대상을 '헌정질서 파괴범죄'인 형법상 내란죄와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와 이적죄로 한 부분 역시 "너무 광범위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독일이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대상은 간첩죄나 외환죄처럼 범죄 성격상 변호인을 거쳐 국가 기밀 등이 새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내란죄나 내란 예비 음모죄는 그럴 위험이 없다"고 했다. 서류나 문서 검열과 압수까지 허용한 대목 역시 "너무 나갔다, 과잉제한이다"라며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일본과 영국이 변호인의 접견권 등을 제한하는 요건 역시 엄격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의 2009년 번역본에 따르면 일본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때 변호인의 접견 등을 제한하고 있다.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변호인 접견 장소나 시간을 지정할 수 있지만 그 또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선에서 하도록 했다.

영국은 '경찰 및 형사증거법' 58조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되, 그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신상에 피해를 주거나 증거 인멸 또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공범이 도주한다고 우려할 '합리적인 근거(reasonable grounds)'가 있을 경우다. 영국 법은 이러한 사유가 없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정했다.

"무죄추정원칙 등은 헌법에 있는데... 형사소송의 근간 흔들어"

김진태 의원 법안이 "형사소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란 비판도 있다.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는 "무죄추정원칙이 헌법상 원칙이고,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기본권 중 하나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그걸 제한한다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런 식으로 하면 원님 재판하듯 사법적 단죄, 사법적 살인도 가능해진다"며 "우리 사법 역사에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변호인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이 대표발의자란 점도 지적했다. 그는 "율사(律師)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법 철학 수준을 보여준다"며 "무죄추정원칙과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왜 헌법상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느냐"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 등이) 이석기 의원이 (수사과정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공격했는데, 이 법도 그 연장선"이라며 "내가 적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아웃시킬 수 있을지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태그:#김진태, #이석기,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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