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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고양이 길 고양이를 키우기 5대  꺼멍이는 나를 보면 동그란 눈을 1/3가량 감는다.  웃는 것 같다.
길 고양이길 고양이를 키우기 5대 꺼멍이는 나를 보면 동그란 눈을 1/3가량 감는다. 웃는 것 같다. ⓒ 이월성

길 고양이에게 꽁치 통조림 속에 든 꽁치 한 토막씩을 매일 새벽 6시에 주어 오기 20년, 길 고양이 5대를 맞았다.

길 고양이는 집 고양이와 달리 먹이를 주는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있어서 내가 다정하게 애칭을 만들어주고 매일 애칭을 불러 주어도 거의 전부가 대답도 하지 않는다. '너는 먹이를 주는 사람이고 나는 길 고양이다'라고 말하는 듯 같이 쌀쌀맞다. 5대를 맞이한 지금 놀랍게도 길 고양이 꺼멍이는 내가 "꺼멍아"라고 불러주면 동그란 눈이 1/3 가량 감는데, 웃는것 같다. 진화를 한 것일까? 안면 근육이 다른 고양이와 다르게 발달한 것 같다.

20년 전 우리 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옥탑 방에 스티로폼 박스가 몇 개 굴러다녔다. 그 박스속에 길 고양이 1대가 예쁜 새끼 고양이를 3마리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말이 옥탑방이지 옥탑 출입문을 닫고 아래층 현관문을 닫으면 고양이 새끼는 물론이고 어미 고양이 까지도 먹이를 먹으러 나올 수 없는 밀폐되는 곳이었다. 얼마나 몸 풀 곳이 없었으면 이런 곳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걸까. 측은하게 보여 꽁치 통조림 한 통을 양은그릇에 담아 주었다. 꽁치 통조림 냄새를 맡고 길 야웅이가 허겁지겁 먹이 앞으로 와 '양양' 거리며 꽁치 통조림을 먹었다. 며칠을 굶었는지? 꽁치 세 토막을 단 번에 먹었다.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내가 손을 뻗어 어미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하면 '캭캭' 하며 접근 금지 경고음을 낸다. 며칠을 길들이면 동물원에서 호랑이 사육사들이 하는 것처럼 사육사가 호랑이를 쓰다듬듯이 내가 길 고양이를 쓰다듬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길 고양이 어미가 흰 송곳 이빨을 내게 보여도 웃어주었다. 길 고양이는 자신의 고양이 새끼를 내가 만질 것 같아 어미의 본능으로 특유의 갈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길 고양이 2대가 탄생한 지 3개월이 지나니 길 고양이가 새끼를 물어다 꽁치 통조림이 있는 곳에 놓아 먹이를 먹였다. 그동안 어미 길 고양이와 새끼들에게 환심을 얻은 내가 어미를 만지거나 새끼를 만져도 모두 좋아했다.

이제는 길 고양이로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려고 들통을 옥탑방에 올려놓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와 어미를 들통에 넣었다. 아래층 바닥에 들통을 내려놓고 길 고양이 1,2대를 들통에서 꺼내, 앵두나무 아래에 풀어 놓았다. 길 고양이 2대 중 누렁이는 매일 아침 6시에 꽁치 통조림을 먹으러 앵두나무 아래 밥그릇 앞에 찾아 왔다. 요놈은 나만 보면 흰 배를 드러내고 땅바닥위에서 빙글 빙글 돌았다. 충성 표시였다.

3대는 검은 고양이여서 흑기사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이놈은 우리 집 담벼락에서 옆 집 단층집 지붕 위로 1m 가량을 뛰어 넘는다. 3번씩이나 반복해서 엽 집 지붕위로 뛰어 보이고 나보고 자기처럼 뛰어 보라는 것 같았다. 4대는 흑백 무늬가 있어 바둑이로 불러주었다.

5대가 꺼멍인데 이놈의 식사법은 남다르게 달랐다. 매너가 대단해서 아침 6시 정각에 시계처럼 제 밥그릇이 있는 곳에 나보다 먼저 나와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린다. 내가 꽁치 통조림에서 꽁치 한 토막을 꺼내 주면 고맙다는 표시로 동그란 눈을 1/3가량 감는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미소 짓는 듯 하다. 이 때 내가 준 꽁치 토막을 바로 먹지 않고 붉은 갈색에 검정 무늬가 있는 꺼멍이 보다 몸집이 작고 애교가 있는 암 길 고양이에게 양보한다. 꽁치 반 토막을 먹고 남길 때까지 기다렸다나 암놈이 먹고 난 다음 나머지 반 토막을 꺼멍이가 맛있게 먹었다.

지나간 보릿고개 시절에 자식들에게는 꽁 보리밥이라도 먹이고 자신은 부엌에서 소나무 안 껍질을 씹어 잡수시던 어머니 모습같이 숭고하게 보였다.

내가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어 키우는 데에는 길 고양이가 있으면 쥐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천정에서 쥐들이 뛰놀고 이빨로 뜯어서 집을 망가트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우리 집 2층 바깥복도에 꺼멍이가 금방 낳은 생쥐 새끼 5마리를 잡아다 일렬로 늘어놓았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원형경기장에서 굶주린 사자가 사람에게 달려들었어야 하는데 사자가 밀림에 있었을 때 자기 발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었던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로 와 머리를 수그리고 반갑게 맞아준 일화를 들었는데, 꺼멍이가 나에게 그런 것 같다. 이날은 내가 특식으로 꽁치 통조림 꽁치를 꺼멍이에게 3토막을 더 주었다.


#길 고양이#꺼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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