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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청송여고의 홈페이지 첫 화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청송여고의 홈페이지 첫 화면.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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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북 청송여고가 학교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 논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과 관련, 교육부가 "법에 따른 학운위 자문을 거치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이 학교의 교과서 채택 결정은 무효가 되거나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지침 "사립학교도 교과서 선정 학운위 논의, 필수사항"

8일 오후 교과서 관련 법령 업무를 맡고 있는 교육부 교과서기획과의 중견관리는 '사립학교인 청송여고가 학운위를 열지 않고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증언에 대한 해석'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이 학교가 학운위를 하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리는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검인정도서 선정지침 등에는 사립학교도 학운위에서 반드시 자문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어 이 관리는 청송여고가 "절차상 하자를 고치기 위해서는 추인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교육부 특별조사 20개 학교 가운데 청송여고가 포함되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강종창 청송여고 학운위원장은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위한 학운위를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7일 오후 이 학교 박아무개 교장도 "교과서 선정을 위한 학운위가 성원이 되지 않았다"고 시인한 바 있다(관련기사: 교학사 채택 청송여고 "학운위 성원 미달"...무효되나)

'학운위 절차 미준수'에 대해 청송여고 교장 등은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자문 절차에 불과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문제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이 학교의 교과서 채택 문제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32조(학운위 기능)는 '사립학교의 장은 교과용 도서 선정 등에 대해 학운위에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도 제3조에서 '학교장은 검정도서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학운위 심의(사립학교는 자문)를 거쳐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해 9월에 전국 학교에 보낸 <검인정 교과용 도서 선정 매뉴얼> 지침.
 교육부가 지난 해 9월에 전국 학교에 보낸 <검인정 교과용 도서 선정 매뉴얼> 지침.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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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교육부가 지난 해 9월에 전국학교에 보낸 지침인 <검인정 교과용 도서 선정 매뉴얼>은 "교과서 선정과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학교별 검정도서 선정은 학운위 심의 및 자문(필수사항)을 거쳐 학교장이 최종 확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학운위 논의 자체를 '필수사항'으로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도 "학운위 논의가 안 됐다면 절차상 법규 위반"이라고 밝혀 이 교육청이 청송여고에 대해 특별 조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교장, 학운위 열었다고 말해달라 부탁"
[인터뷰] 청송여고 강종창 학운위원장 "학운위 연 적 없다"
다음은 청송여고의 강종창 학운위원장과 벌인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 지난해 12월 <한국사> 교과서 선정 관련 학운위 개최 사실을 통보받았나?
"그런 사실 없다. 학운위원회에 다른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들도 참가하지 않았다."

- 학운위 소집 권한은 학운위원장에게 있는데.
"그러니까 학운위를 아예 하지 않았다. 나도 어제 늦게 알았다. 사립학교에서 학운위가 허수아비 대우를 받아왔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했다는 소릴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뉴스에서 전북 상산고 문제가 보도되는 것을 보고 심각하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 학교도 교학사를 채택했다는 소릴 듣고…. 뒤통수를 맞아도 무리하게 맞은 그런 상황이다. 정말 황당하다."

- 그렇다면 학교장에게 항의했나?
"어제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을 알고 하도 답답해서 학교를 찾아갔다. 그런데 교장이 없어 교장과는 통화만 했다. 학교에다 말했다. 이게 애들 교육문제이니 전면 무효화하고 다시 검토하라고."

- 교장은 어떻게 말하던가?
"교장은 이야기 잘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학운위를 연 것처럼 말해 달라는 부탁이었나?
"그렇다. 그런데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운위원들(학부모위원, 지역위원)이 6명이 있는데 어떻게 그 분들이 다 말을 맞출 수 있나."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 직장 연가를 내고 청송교육지원청에 가고 있다. 내 아이도 이 학교에 다니는데 친일 계통으로 나온 책자를 어떻게…. 바꾸는 쪽으로 설득을 해보려고 한다. 학운위 개최를 요구하고 이게 안 되면 운영위원장을 사퇴하고 일반 학부모와 함께 할 것이다. 학생들도 반대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어 걱정이 된다. 대화로 해결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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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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