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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밀양시청 앞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송전탑 건설 반대한다" 10일 밀양시청 앞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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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소음 피해와 지난 6~7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경찰의 강경 진압 관련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10일 오후 1시부터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시와 한국전력,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 밀양시가 대책위의 전기 사용을 차단해 마이크 작동이 멈췄다. 이에 밀양 주민 등 집회 참가자들이 야유를 보냈다.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은 집회신고가 필요 없지만, 경찰과 밀양시가 자꾸 불법이라고 해서 집회신고까지 했는데, (밀양시가) 전기를 끊어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며 "우리를 더는 자극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김준한 신부는 "지금 어르신들이 한전과 경찰, 헬기 소음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건강이 정상이 아니다"며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충남 당진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을 땅에 꽂았는데 불이 들어왔다. 송전탑 인근에 전자파가 흐른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헬기 소음으로 (밀양 단장면) 동화전 주택의 창문이 덜덜 떨리고 흔들린다고 한다. 손자 손녀를 집에서 재우지 못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 잠을 자야만 한다고 한다"며 "어느 어르신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도록 산과 들을 걷고 또 걷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움막을 설치한 덕촌할매.
▲ 덕촌 할매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움막을 설치한 덕촌할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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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는 "21세기 잘사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우리가 막아야 한다"며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청정 밀양을 살리는 사람을 (시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현장의 마이크 사용은 약 20분 후에야 가능했다. 현장에 있던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소장이 밀양시에 요청한 결과다. 

이계삼 국장은 "(밀양 송전탑 공사 이후 주민 정신건강 실태 조사) 조사보고서가 오늘 조중동 빼고는 모든 언론에 다 나왔다"며 "이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데, 우울증 고위험군이 87.3%, 불안증상 고위험군이 81.9%에 달했다. 심시어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고 응답한 이들도 10.7%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김진국(신경정신과) 의사는 "소음 공해에 대해선 의료계가 보는 (위험 한계는) 50데시벨인데, 지금 밀양 현장은 90데시벨이 넘어서고 있다"며 "헬기 소음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이다"라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최재홍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작년 일본에서는, 미군 헬기장 인근 주민이 제기한 헬기장 저주파 소음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한 적이 있다"며 "연로한 분들에게는 심장발작 가능성까지 높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여러분이 국가의 주인인데 왜 그런 피해를 당해야 하는라"라고 지적했다.
 
김화일 부산가톨릭대학교(소음전공) 교수는 "소음은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며 "(소음 위험 한계를) 초과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한전에 개선 명령을 내려야 한다. 아니면 공사 중단을 시켜야 한다. 이는 개인적 생각이 아닌 법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계삼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가 충남 당진에 있는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을 설치했는데 전기가 없어도 불이 들어왔다"며 "그런 곳에 사람이 있나. 우리에게 양보하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거기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움막생활 중인 덕촌할매(79)는 "지금 모든 병에 다 걸렸다. 더 힘든 것은 심장이 벌떡거리고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죽을 지경이다"며 "왜 우리가 한전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 반대를 다룬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오마이뉴스>의 당진시 송전탑 형광등 보도를 다룬 피켓.
▲ "송전탑 안녕 하십니까" 송전탑 건설 반대를 다룬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오마이뉴스>의 당진시 송전탑 형광등 보도를 다룬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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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전은 주민들의 이 고통의 목소리를 들으라!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는 더 이상의 사고가 없도록 중재에 나서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1월 9일부로 10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벌어진 일들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 슬픔의 파노라마였다. 노인 103명이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고, 73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출두요구서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상동면 고정마을 유한숙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민 한 분도 음독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다.

이것이 사람 사는 곳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말할 수 없는 국가 폭력 앞에 주민들은 먹먹한 마음으로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불안으로 하루하루 지새고 있다.

한국전력은 온 몸으로 자신들을 방어해주는 경찰의 호위 속에서 주민들을 따돌리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보상이라는 희한한 기만책으로 주민들을 분열시켜 낙심케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게 만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헬기와 발파 소음으로 입고 있는 엄청난 심리적 고통이다. 헬기가 미친 듯 날아다니면서 소가 놀라서 뛰쳐나오고 발파 소음으로 벽에 금이간다.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암이 재발하고,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화상을 입기도 한다. 밀양 송전탑 주민들은 집단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는 한전의 개별보상 행태에 대하여 403명의 주민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냈고, 금일 헬기 소음과 관련하여 주민 357명의 이름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접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리가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음이 우리를 심히 괴롭게 한다.

이 고통의 소리를 왜 이렇게 듣지 않는가? 한국전력과 정부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과연 인간인가? 우리는 절박하게 묻는다.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에도 호소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다 죽는다. 이 지옥의 파노라마를 그냥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주민 5명중 4명이 우울증과 불안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10명중 1명이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고 밝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이것은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서달라! 간곡히 호소한다. 밀양 주민들은 지금 죽을 것만 같다.

2014년 1월 10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 [밀양리포트]



태그:#말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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