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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져 나간 기둥 1층 슬라브 형틀 밑에서 틀어져 나간 벽돌 기둥. 이 기둥이 쓰러지면 담도 부서지고 옆집 벽도 온전할 수 없었다.
틀어져 나간 기둥1층 슬라브 형틀 밑에서 틀어져 나간 벽돌 기둥. 이 기둥이 쓰러지면 담도 부서지고 옆집 벽도 온전할 수 없었다. ⓒ 이월성

우리 집은 슬라브 철근 콘크리트 골조인 2층 단독주택이다. 그런데 남서 방향 1층 슬라브 콘크리트 골조 형틀을 받치고 있던 받침 벽돌 기둥이 틀어져 나가 경사도 약 15도 가량으로 기울어졌다. 남서 방향으로 가로, 세로 각각 20cm, 길이 5m 벽돌 기둥이 1층 지붕 슬라브 골조 형틀 밑에서 거리가 약 1m 가량 떨어져 기울었다. 이렇게 기운 기둥의 추산 무계가 1t 가량이다. 만약에 이 기둥이 서남 방향으로 쓰러지면, 사람이 다치거나 옆집 건물이 무너질 위험성이 불 보듯 뻔하다.

서둘러 집을 수리하는 사람을 불러, 틀어져 기운 벽돌 기둥 철거작업을 의뢰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기운 기둥은 모양으로 만든, 힘을 쓰지 않는 기둥이었다. 40대는 되어 보이는 집을 수리하는 사람이 우리 집 남서 쪽으로 15도 가량 기운 벽돌 기둥을 보더니 "이것이 쓰러지면 사람이 다치거나, 담벼락이 무너지고, 옆집 벽이 허물어져나간다"고 나에게 겁부터 주었다.

"이 사람아, 겁부터 주려면 공사를 하지 말어. 다른 사람을 시킬 거야."

내가 집 수리하는 사람에게 면박을 주었다.

20년 전 우리 집 사람과 나는 인천 수도국산 산비탈에 있는 달동네에 단칸방을 월세로 얻어 신방을 차렸다. 거기엔 수도가 없어서 수도국산 아래 공동수도 가게로 내려와 수돗물을 사서 물지게에 지고 산 비탈길을 150m 가량 올라가 부엌에 있는 물독에 물을 채웠다. 또 19공탄을 수도국산 아래 연탄 가게에 내려가서 연탄을 사 가지고 새끼줄에 2개씩 끼워 양손에 들고 산 비탈길을 올라 쪽방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새색시인 집사람은 빈손으로도 수도국산을 오르내리기도 힘들다고, "여기서는 살 수 없어"라고 말했다. 나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지어야 했다.

지금 집사람과 내가 사는 집은 20년 전에 경매에 나온 집이다. 그 때 이 집의 겉모양새만 보고 반해 버렸다. "여보, 우리 이 집에서 살아갑시다"라고 말하는 우리 집 사람이 이 집에 호감을 보여 인천지방법원 경매에 참가해 64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이 집은 겉모양새만 좋았지 상하수도, 전기 난방장치와 보온벽 설치, 이중창문, 지붕 방수공사, 화장실 등 다시 손보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낡고 허술했다. 한 마디로 집장사가 값싼 재료를 사용해 날림 공사로 지은 허울만 좋은 집이었다. 날만 새면 집을 수리하다 보니 돈도 돈이거니와 머리가 쉬어질 지경이었다. 집 수리비만 3000만 원이 넘게 들어갔고 날만 새면 집을 수리했다.

그러니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집사람이 졸라대는 일이 노래가 됐다. 집안 복도는 집을 수리하는 인부의 등짐지게에서 흘러내린 흙과 돌, 시멘트, 콘크리트 조각으로 더럽혀졌다. 복도가 깨끗이 청소된 날보다는 집을 수리하느라 어지러워진 날이 더 많았다. 부엌에서 밥을 할 수 있는 날도 가뭄에 콩 나듯 귀해서 분에 맞지도 않게 외식을 자주할 수밖에 없었다. 집 고치기가 끝나는 날에는 "여보, 이제는 눈을 딱 감고 제발 아파트로 이사를 갑시다"라고 하는 집사람의 목멘 소리가 후렴으로 들려 왔다.

"여보, 유럽에 있는 선진국에서는 아파트는 없고, 국민 전부가 단독주택을 짓고 살아요. 미국에 아파트가 많은데 미국에서도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버버리힐 같은 곳은 전부 단독 주택이에요.

아파트는 시멘트 공해와 새집증후군인 아토피 증세로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겨주는 적이에요. 이 집이 워낙 날림으로 지어서 그렇지 잘 고치기만 하면 살기 좋은 집이 될 것이에요."

이렇게 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KBS <세상은 넓다>를 열심히 틀어 놓고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있는 곳에는 아파트가 없고 단독주택들만 있는 모습들을 집사람에게 열심히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도 뉴욕에 있는 아파트 지역은 할렘가요, 우범지대로 전락해서 범법자들만이 모여 사는 동네가 된 것을 집사람에게 귀가 닳도록 설명을 해 주었다. 단독주택이 좋은 것을 나의 짧은 건축지식을 동원해서 궁색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기 바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강남으로 이사 가고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강남 아파트값이 평균 40평이 10억을 넘는 것을 몰라요?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세계를 흔들어 놓은 것도 모르는군요?"

이렇게 말하는 집사람의 논리정연하고 정당한 반박에 난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더 입도 벌리지 못하고 집사람 눈치만 보았다.

나는 집 수리 비용을 아끼느라 2층은 고치지를 않았다. 2층 내 방은 단열벽이 쳐 있지 않아서 겨울에는 벽에 하얗게 눈꽃이 폈다. 겨울은 춥고, 여름에는 덥다. 창문도 20년 전 나무틀 창문 그대로여서 창문과 창문 사이에 틈새가 생겼고 바람이 불면 창문이 덜컹 거린다. 겨울에는 창문 틈새로 황소바람이 들어와 비닐을 창문 안팎으로 쳐서 보온을 한다. 2층 내 방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겨울에는 무르팍과 손발이 시려서 덜덜 떨면서 무르팍을 콧구멍에 갖다 대고 무르팍 담요로 무르팍을 감싸고 중무장을 한다. 손이 시려오면, 손가락을 비벼가며 호호 불면서 컴퓨터에 매달린다.

날만 밝아오면 수리해야 할 곳이 많은 우리 집에서, 우리 집 터 서남쪽 지반이 내려 앉아 1층 지붕 슬라브 형틀을 받쳐주던 모양으로 세운 기울어진 벽돌 기둥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기울어진 기둥 앞쪽 우리집 벽에 1cm 굵기의 앙카 볼트를 박고 3mm굵기의 반생으로 앙카 볼트와 기울어진 벽돌기둥을 엮어 매어 놓아 안전장치를 하고 난 다음, 까치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해머로 기둥 위로부터 벽돌 2장 높이로 때려 기둥을 부셨다. 기둥을 몽땅 부셔내고 나서야, 나와 기둥 철거 작업을 한 사람은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작 기운 기둥이 쓰러졌다면 좁은 골목을 경계로 한 옆집 담벼락은 부서졌을 것이다. 기운 기둥을 안전하게 부셔 버린 것이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집을 수리한 사람이 달라는 철거비의 두 배를 주고 "수고했습니다" 인사를 했다.

집사람은 "에고, 지긋지긋해요. 아파트로 이사 가요 ㅉㅉㅉ" 혀끝을 차면서 노래를 부른다. 나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집사람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또 터진 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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