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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8일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천의봉 두 조합원이 296일간의 농성을 마치고 철탑을 내려오기 직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가 철탑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철탑농성 해제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ㅈ합원들이 잇따른 손배판결과 구속과 기소로 고통받고 있다
 2013년 8월 8일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천의봉 두 조합원이 296일간의 농성을 마치고 철탑을 내려오기 직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가 철탑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철탑농성 해제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ㅈ합원들이 잇따른 손배판결과 구속과 기소로 고통받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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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아래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조합원이 불법파견과 관련한 기나긴 대표 소송에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은 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철탑농성이 시작되자 이 문제가 우리나라 비정규직문제를 상징하는 이슈화가 됐었다.

2012년 10월 17일 철탑농성이 시작되고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철탑농성장에는 대선후보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이 잇따라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데 이어 검찰은 조합원 76명을 폭력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해 노조가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것.

정규직 전환 요구한 현대차 비정규직들, 잇따라 거액 손배 판결·기소

최근 울산지검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농성 등과 관련해 조합원 76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 무단진입, 죽봉 폭행, 법원의 철탑농성 해제를 위한 강제집행 방해, 비정규직노조 불법파업' 등을 주도하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 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을 포함한 노조간부와 조합원이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 현재 일부 언론들은 "조합원들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를 내고 있다.

앞서 울산지법은 지난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비정규직노조가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 농성을 벌인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이 조합원 29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10월 11일 20억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 28일에도 회사 측이 제기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합원 등 12명이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특히 12월 19일에는 90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의 손배 판결을 내리면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5번째 손배 판결을 통해 132억 원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손배 소송이 더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 7월 20일 희망버스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노조의 전 간부 3명이 배후인물로 구속되기도 했다.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이미 급여계좌를 가압류 당해 생계마저 힘든 상태며 배상 판결을 받은 조합원과 기소된 조합원은 대부분이 해고된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2010년 공장점거 농성과 관련해 이미 징계와 해고를 받거나 구속되고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다시 손해배상 판결과 기소가 이어지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지역 인권단체와 노동계는 이같은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려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대차 비정규직 전방위 압박, 이미 예고된 수순?

이처럼 철탑농성이 끝난 후 박근혜 정부들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고사 위기에 몰린 것은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비정규직노조 두 조합원이 철탑고공농성을 시작하자 이 문제가 이슈화됐고, 대선 후보들의 지지방문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노조측은 각 대선후보에게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당시 비정규직 노조는 박근혜·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 후보에게 '현대차 불법파견 해결' 공개질의서를 보냈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마나 다른 후보들보다 15일 늦게 온 박근혜 후보 측 답변은 "현행법상 소송결과는 이를 제기한 당사자에게만 적용되고, 소송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새로이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최병승 조합원의 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비정규직 노조는 "대법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최병승 개인 판결로 국한해 판결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며 "회사 측 주장 그대로"라고 평했었다.

또한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현행법에 따라 불법파견 업체는 폐쇄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박근혜 후보는 "2005년 개별사건에 대한 판단이라 그 효력은 해당 근로자와 사업주에게만 적용된다"며 "현재 해당 근로자가 소속돼 있던 사내하도급 업체(예성기업)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는 "지난 10년간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이행하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과제로 권리찾기를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정당한 요구를 한 비정규직들에게는 도저히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가해지는 반면, 불법파견이라는 문제의 몸통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며 계란으로 거대한 바위를 친 사회적 약자에게만 고통이 가해지는 것은 제대로 된 나라의 상식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의 공평성과 취지가 무색해지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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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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